정용진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신세계 부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SK 와이번스 인수는 KBO리그가 일대 변혁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룹이 야구단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사업의 일환으로 바라보던 시각에 이미 커다란 변화가 상당부분 진행됐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을 통해 26일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유통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야구장을 복합문화시설로 탈바꿈시켜 산업적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중이 깔려 있다. 보는 야구를 넘어 즐기는 야구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전략은 야구단과 유통을 연계해 복합 콘텐츠 개발을 통한 수익 창출 모델로 바라본다는 뜻이다. KBO리그 산업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 자체 이익에 매몰돼 혁신을 거부하는 각 구단에 전하는 메시지가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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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출입문이 닫혀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래서 정 부회장의 도전은 양날의 검이다. 성공하면 수 많은 유사사례가 등장해 KBO리그의 산업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복합 쇼핑몰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성공모델이 탄생하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야구단을 소유한 만큼 컨소시엄 형태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는 물론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등 국회의 도움도 필요하다. 중계권료와 입장수익, 구장 광고수익(일부구장 제외)이 구단 수입의 전부인 야구단도 적자 경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극적인 네이밍 마케팅이나 부가 콘텐츠 개발 등 야구장을 놀이뿐만 아니라 사업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잘 됐을 때’ 얘기다.

국내 프로스포츠는 기업이 사업적으로 접근하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제약이 따라 붙는다. 우선 기업이 구장을 소유할 수 없다. 관중석 의자 하나 교체하려도 지자체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한 곳이 있다. 신세계그룹은 인프라 확충을 넘어 돔구장 건립 등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만, 이후 발생하는 수익을 오롯이 구단이 가져간다는 보장이 없다. 현상유지만 할 수 있어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게 KBO리그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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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인천 SK행복드림구장 전광판도 훌륭한 마케팅 소재가 될 수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꿈꿨던 청사진을 각종 제약 탓에 실현할 수 없게 되면, 야구단을 운영할 명분이 사라진다. 특히 지난해 불어닥친 코로나 확산은 이미 몇몇 기업의 야구단 철수 검토로 이어졌다. 비시즌만 되면 산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음주, 폭행, 도박 등 각종 파문도 기업인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다. 프로야구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다보니 사건사고가 더 부각되기 일쑤다.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위해 스포츠단을 운영한다고 인식하는 그룹 수뇌부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뉴스가 반가울리 없다.

신세계그룹이 이런 리스크를 언제까지 감수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매각 협상으로 구단 가치가 1000억원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비교적 강팀인데다 수도권을 연고로 하는 구단 가치가 1000억원이라면, 언제든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업성이 떨어지면 처분하는 게 기업 경영이다. 여기에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2년 여자농구단을 갑자기 해체한 전력이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농구단은 15년 가량 운영했다. 그러나 금융사 중심 리그에 유통기업이 들어가다보니 현실적 제약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라면서 “야구단은 지역 연고 기반이 강하다. 팬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야구단을 짧게 운영하고 다시 매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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