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흥국생명 이다영, 올려줄께~
흥국생명의 이다영이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진행된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토스를 올리고있다. 2021.01.26.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누구나 부진에 빠질 수 있다. 관건은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는 기간이다. 흥국생명 세터 이다영(25)은 이를 통해 자신이 왜 리그 톱 선수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3라운드에서 이다영은 짧은 침체에 빠졌다. 외국인 선수 러츠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흥국생명 내부에서 불화설까지 나오는 악재가 겹쳤다. 이다영도 분위기에 휩쓸린 듯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경기에서 기복을 보였고, 컨디션이 떨어져 웜업존에 머무는 경기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13일에는 한국도로공사전에 아예 결장했고, 흥국생명도 연패에 빠지며 2위 GS칼텍스와의 겹차가 좁혀지는 구도로 흘러갔다.

부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다영은 4라운드 들어 페이스를 회복하며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26일 GS칼텍스와의 중요한 맞대결에서는 6개의 블로킹 득점을 만들어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V리그 역대 세터 한 경기 최다 블로킹 기록이었다. 여기에 4세트 동안 47개의 세트를 성공시키며 이재영과 김연경, 김미연의 공격력을 끌어올렸다. 이다영의 활약 속 흥국생명은 4라운드 전승을 기록했고, GS칼텍스에 승점 12 앞선 선두를 유지했다.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한 중요한 경기였다.

이날 경기 후 이다영은 방송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구체적인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심적으로 큰 부담을 느낀 것은 분명해 보였다. 원래 세터는 가장 큰 책임을 느끼는 포지션이다. 세터의 손에 따라 팀 전체의 경기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쉽게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리그 최고 수준의 세터로 발돋움한 이다영이 감내해야 할 중압감이기도 하다. 올해 흥국생명은 더 그렇다. 김연경, 이재영에 이다영까지 합쳐졌기 때문에 잘해도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반대로 못하면 상대적으로 더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 이다영은 세트당 11.471회의 세트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흥국생명도 우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지만 조금만 틈을 보여도 화살이 돌아가기 일쑤다.

이날 눈물을 흘렸던 이다영은 곧바로 기분을 전환한 듯 미소를 지은 채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부진에서 금방 탈출한 것처럼 표정도 금세 밝아졌다. 매번 웃을 수만은 없지만 최고의 선수는 오래 침체되지 않는다. 이번 시즌 이다영이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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