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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울산전에서 3골을 합작한 정상빈(왼쪽부터), 김건희, 강현묵. 제공 | 수원

[수원=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 수원 삼성의 유스 매탄고 출신 3총사가 팀의 완승을 이끌었다.

박건하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0라운드 울산 현대와 홈 경기에서 3-0으로 완승했다. 최근 4경기 1무3패의 부진을 떨쳐내고 승점 15가 된 수원은 3위 경쟁에 다시 뛰어들게 됐다.

매탄고 3총사가 모두 골 맛을 보며 사실상 경기를 지배했다. 맏형 김건희(25)는 매탄고 출신이지만 수원 입단 후 활약이 돋보이지는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 4시즌 동안 53경기에 출전해 4골이 전부였다. 올 시즌은 확실히 달라졌다. 외국인 공격수 제리치와 니콜라오가 컨디션 난조와 부상으로 제 몫을 해내지 못하면서 출전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울산전까지 전 경기에 출전해 3골을 집어넣었다. 이날 킥오프하자마자 왼발 슛으로 포문을 연 김건희는 전반 13분 이기제가 올려준 프리킥을 그대로 헤딩으로 밀어 넣으며 기분 좋은 선제골을 작성했다.

맏형이 총대를 메자 막내들도 날아올랐다. 강현묵(20)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수원이 1-0으로 앞선 후반 1분 울산 골키퍼 조현우가 코너킥을 주먹으로 쳐 냈는데, 공이 멀리가지 못했다. 이를 강현묵이 그대로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골 맛을 봤다. 강현묵은 지난 시즌 1경기 출전에 그쳤는데, 올 시즌은 벌써 7경기에 나섰다. 지난 3라운드 수원FC전에서 골망을 흔들었던 그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으로 득점이 취소돼 세리머니를 한 뒤 크게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날은 오롯이 기쁨을 누렸다.

강현묵은 후반 24분에는 또다른 매탄고 출신 정상빈(19)과 환상의 호흡으로 추가 득점을 만들었다. 울산의 패스 미스를 차단한 강현묵은 정상빈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역습을 전개했다. 강현묵이 뛰어들던 정상빈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고, 정상빈이 다이빙 헤더로 재차 골망을 갈랐다. 지난 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등장을 알렸던 정상빈은 나이답지 않은 대담함과 침착한 마무리로 수원 공격을 이끌고 있다. 그는 프랑스 신성 킬리앙 음바페(파리생제르맹)의 세리머니를 재현하며 포효했다. 더욱이 이날 울산의 22세 이하(U-22) 자원인 김민준과 강윤구가 전반 21분만에 교체됐기에 정상빈과 강현묵의 활약은 더욱 의미가 있었다. 경기 후 강현묵은 “매탄고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경기장에서도 호흡이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국가대표 수문장이자 울산 뒷문을 지키는 조현우(30)는 고개를 떨궜다. 그는 이날 경기 전까지 올시즌 리그 9경기에서 6실점으로 경기당 0.67골을 내주고 있었다. 하지만 1경기에서만 3골을 허용하며 단단했던 방패에 금이 갔다. 조현우가 한 경기에서 3골 이상을 실점한 건 지난 시즌 10월25일 포항전(0-4 패) 이후 무려 183일 만이다. 후반 종료 직전 제리치의 강력한 오른발 슛을 막아내 4실점 하지 않은 게 조현우 입장에서는 다행이었다.

한편, 이날 홍명보 감독과 박 감독은 처음으로 K리그에서 사령탑 맞대결을 펼쳤다. 둘은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춰 한국 축구 역사상 첫 동메달이라는 공을 합작한 바 있다. 이어 2014 브라질 월드컵에도 동행했다. 마침내 나란히 감독 신분으로 이날 첫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홍 감독은 “다 옛날 일이다. 감독 대 감독으로 동등한 위치에서의 대결”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감독은 승리 후 “큰 점수 차이로 이긴 부분에 대해선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서 “첫 대결이었던 만큼 더 이기고 싶었다. 그래야 홍 감독이 더 좋아해 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따로 전화를 드려서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거 같다. 앞으로도 울산과 맞붙었을 때 좋은 경기 했으면 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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