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LG 류지현 감독, 좋은 경기였어!
LG 류지현 감독이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연습경기를 마친 뒤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1. 3. 14. 대구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도 기본 원칙은 뚜렷하다. 야수들이 하나 둘 마운드에 오르고 있으나 올해 LG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 전망이다.

LG 류지현 감독은 지난 1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기본적으로 야수를 투수로 올리고 싶지 않다. 그런 상황이 안 벌어지게 운영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물론 우리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생길 수는 있다. 휴식조에 넣은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면 후유증이 심할 수 있다”고 야수의 투수 기용을 이해한다는 뜻도 전하면서 “그래도 야수를 등판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작은 지난 10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 두산의 경기였다. 한화는 9회초 1-14로 크게 뒤진 상황에서 강경학과 정진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미 백기를 들었고 다음날 마운드에 오를 중간투수들을 아끼기 위해 내야수 강경학과 외야수 정진호가 투수로 나서 마지막 이닝을 메웠다. 롯데 또한 지난 17일 사직 삼성전에서 외야수 추재현, 내야수 배성근과 오윤석이 마지막 3이닝을 책임졌다.

메이저리그(ML) 만큼 빈번하지는 않았지만 KBO리그에서도 이따금씩 야수가 투수로 나섰다. 그러나 한화와 롯데처럼 마치 계획된 것처럼 연달아 야수들이 마운드에서 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실제로 롯데의 야수 3명 투수 기용은 40년 KBO리그 역사에서 처음이다. 이전까지 세 차례 야수 2명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야수 3명의 등판은 한 번도 없었다. 한화는 지난 17일 창원 NC전에서도 정진호를 마지막 투수로 올렸다.

하지만 적어도 LG는 정규이닝 동안 야수의 투수 등판을 자제할 방침이다. “그런 상황이 안 벌어지게 운영해야 한다고 본다”는 류 감독의 말처럼 최근 엔트리 구성만 봐도 야수가 등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LG는 올해부터 1·2군 코칭스태프가 논의하며 대기 투수 한 명을 1군에 올리고 있다. 비록 등판이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신인 우투수 김진수가 지난 11일 잠실 SSG전에서 대기했고 5년차 우투수 오석주 또한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1군 엔트리에 포함됐다.

류 감독은 시범경기 기간 “2군에 있는 선발 혹은 롱릴리프 선수 한 명을 로테이션 시키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2군에서 꾸준히 등판하다가 1군에서 공석이 생길 때 이들을 1군에 올릴 것이다. 물론 이들에게 1군 등판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투수가 실전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2군으로 내려서 실전을 소화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1일 하루만 1군에 있었던 김진수는 지난 16일 퓨처스리그 KT전에 선발 등판했다. 오석주 또한 이번주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2007년과 2008년 시애틀에서 미국 야구 연수를 받은 류 감독은 야수가 투수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초 계획한 것처럼 신예투수 혹은 2군 투수들을 꾸준히 1군 엔트리에 올리며 이들이 경험을 쌓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선발투수가 조기강판되고 경기가 연장으로 흘러가지 않는 한 LG 야수가 투수로 등판하는 모습을 예상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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