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라모스, 1회 아쉬운 내야땅볼
LG 라모스가 지난 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전에서 내야땅볼을 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2018년 마이너리그 홈런 레이스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그 영상을 보고 되겠다고 생각했다.”

강렬한 첫 인상이었다. 빅리그 경험이 전무한 타자였으나 타격 메커니즘은 수준급이었다. 기본적인 힘도 대단했는데, 하체부터 상체까지 부드럽게 연결되며 장타를 꾸준히 터뜨렸다. LG 류지현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로베르토 라모스(27)를 향한 기대와 우려도 여기에 있다.

일단 현재는 당시는 물론 지난해까지 보여줬던 타격 메커니즘이 사라진 상태다. 결과부터 다르다. 지난해 라모스는 117경기에서 타율 0.278 38홈런 8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54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32경기에서 타율 0.240 4홈런 11타점 OPS 0.680에 그쳤다. 삼진 비율은 지난해 27.5%에서 올해 19.6%로 내려갔는데 타구질이 심각하게 떨어졌다. 1년 전이었으면 완전히 담장을 넘겼을 코스의 공이 외야플라이에 그치거나 땅볼이 된다. LG 구단 또한 라모스가 지난해와 비교해 타구속도와 타구의 회전수가 모두 하락했음을 인지하고 있다.

결국 극약처방을 내렸다. LG 코칭스태프는 라모스에게 홈경기에 앞서 개인적으로 타격 훈련을 할 것을 주문했고 본인도 이를 승낙했다. 그리고 홈에서 치른 지난 주말 3경기에서 홈런 하나 포함 15타수 7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중 광주 3연전에서는 특타를 하지 못한 탓인지 첫 두 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득점권 기회는 꾸준했지만, 라모스가 고전하면서 LG는 2연패 했다. 외국인 원투펀치를 나란히 기용했음에도 연패를 당해 충격은 더 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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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마이너리그 홈런레이스에 참가해 홈런을 터뜨리는 로베르토 라모스. | 마이너리그 싱글A 캘리포니아리그 유튜브 채널 캡처.

류지현 감독은 라모스의 부진 원인을 무너진 타격 메커니즘으로 봤다. 그는 “처음 영입할 때 2018년 마이너리그 홈런 레이스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그 영상을 보고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는 무게 중심이 상당히 낮았다. 하체 중심으로 힘을 전달해 스윙으로 연결시켰다. 하지만 올해는 중심이 많이 위로 올라갔다. 상체에 힘이 들어가면서 오른쪽 어깨가 열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8년 홈런레이스와 맹타를 휘둘렀던 지난해 5월에는 스윙이 부드러웠다. 그러나 올해는 하체부터 상체까지 연결 동작이 일정하지 않다. 상체만 이용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자신의 힘을 공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낮은 공에 강점을 지닌 스윙궤도인데, 최근에는 낮은 공이 평범한 플라이에 그친다.

라모스만 이런 일을 겪는 것은 아니다. KBO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타자 중 한 명인 김현수 또한 스윙이 무너져 슬럼프에 빠진다. 하지만 최고 선수들은 자신의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반등을 이룬다.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자신을 정확히 진단해 돌파구를 마련한다.

라모스 앞에 놓인 과제도 분명하다. 원정 경기에서는 개인 훈련을 하기 힘들지만 보완점을 파악했다면 팀 훈련에서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상체가 너무 빨리 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타격 훈련을 할 때 반대 방향으로 타구를 꾸준히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선수 실력이자 기량이다.

극약처방이 통하지 않는다면 아직 100경기 이상이 남은 만큼 구단도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모두 개막했다. 한국행을 바라는 외국인선수는 매년 늘어난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