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inals Padres Baseball
세인트루이스 선발투수 김광현(오른쪽)이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 경기에서 제구가 흔들리면서 당황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경기 초반은 순조로웠다. 늘 그랬듯 거침없이 상대 타자들과 맞붙으며 10명의 타자만 상대한 채 3회가 끝났다. 하지만 4회 들어 급격히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고 밀어내기 볼넷까지 범하며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중계된 세인트루이스 김광현(33)과 샌디에이고 김하성(26)의 대결이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예상대로 전국중계답게 풍부한 내용이 전달됐다.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 샌디에이고의 맞대결은 이날 빅리그 15경기 중 유일하게 밤에 진행된 경기였다. ESPN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로 편성돼 미국 모든 지역에서 이 경기가 방영됐다. ESPN은 중계에 앞서 세인트루이스 선발투수 김광현과 샌디에이고 내야수 김하성의 자료를 준비했고 둘이 맞붙는 순간 자료를 펼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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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N이 17일 세인트루이스와 샌디에이고 경기 중계에서 사용한 김광현(왼쪽)과 김하성의 KBO리그 시절 모습. | MLBTV 캡처

김광현과 김하성이 각각 KBO리그 SK(현 SSG)와 히어로즈 프랜차이즈 스타였음을 강조한 ESPN은 둘의 과거 맞대결 성적을 조명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ESPN 맷 배스거시안 캐스터는 3회말 김광현과 김하성이 맞붙자 “KBO리그에서 김하성이 김광현을 상대로 30타수 10안타를 쳤다. 장타는 2루타 하나 뿐으로 큰 데미지를 입힌 타구는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김광현은 3회말 선두타자로 김하성과 마주했다. 김하성과 ML 첫 대결에서 8구 승부 끝에 체인지업으로 김하성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후 김광현이 신속하게 3회말 아웃카운트를 잡아나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 해설자는 “김광현의 가장 인상적인 기록은 투구간 간격이다. 김광현은 매우 빠르게 다음 공을 던진다. 공 하나하나 던지는 간격이 7초30다. 포수에게 공을 잡자마자 공을 던진다. 마치 마크 벌리 같다. 보통 투수들은 공 하나 던지는 간격이 20초에서 25초 사이”라며 김광현의 빠른 템포를 높게 평가했다.

로드리게스가 김광현과 비교한 벌리 또한 왼손 선발투수다. 빅리그 16년 동안 3283.1이닝을 소화한 이닝이터의 대명사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0마일 중반대의 불과했으나 다양한 구종을 다채롭게 구사했고 투구 템포도 매우 빨랐다. 로드리게스는 자신이 벌리와 상대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샌디에이고 타자들은 분명 더그아웃에서 어떻게 김광현에게 대처해야 하는지 얘기할 것이다. 템포가 빠르니까 타석에서도 미리 준비에 들어가야만 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로드리게스는 “그제 샌디에이고 타선은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17안타를 쳤다. 그런데 오늘은 3회까지 김광현을 상대로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하고 있다”며 경기 초반 무게추가 김광현과 세인트루이스에 쏠려있음을 강조했다. ESPN 중계진은 지난해를 기준점으로 잡을 시 김광현이 선발투수 중 코빈 번스와 제이콥 디그롬 다음으로 낮은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덧붙였다.

하지만 김광현은 4회에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매니 마차도의 타구에 3루수 놀란 아레나도가 에러를 범해 출루를 허용했다. 제이크 크로넨워스에게 2루 땅볼을 유도했으나 이후 볼넷과 안타로 무너졌다. 1사 만루에서 투쿠피타 마카노에게 볼넷, 이어 김하성에게도 볼넷을 내줘 2-2 동점이 됐다. 결국 김광현은 제네시스 카브레라와 교체되며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샌디에이고는 2점을 더해 4-2로 세인트루이스를 따돌렸다. 결국 5-3으로 승리하며 세인트루이스와 홈 3연전 싹쓸이를 달성했다. 김광현은 3.1이닝 2안타 3볼넷 3탈삼진 4실점(1자책)으로 빅리그 입성 후 처음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김하성은 2타수 무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ESPN은 코리안 빅리거 투타 맞대결을 주목했는데 김광현과 김하성 모두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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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선발투수 김광현이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 경기에서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 AFP연합뉴스

경기 후 김광현은 “홈으로 돌아가면 이틀 휴식이 있다. 밸런스를 잡는데 주력하고 스트라이크를 던지도록 개선하겠다. 한 이닝에 볼넷 3개를 허용하고 밀어내기를 연속으로 줬으면 나 같아도 투수를 교체할 수 밖에 없다”며 자신의 목표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어 그는 “그동안 너무 이기려고 부담감을 갖는 경기를 했다. 300승 투수도 150패를 당한다. 오늘 처음 패했다. 이제는 부담을 덜고 즐기는 야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경기에서 흔들린 김광현이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다. 밸런스와 제구력을 되찾는다면 김광현은 앞으로 20번 이상의 선발 등판 기회와 마주할 것이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