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보라 크레이체코바
체코 출신으로 40년 만에 롤랑가로스 여왕에 등극한 바르보라 크레이체코바. 파리/EPA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김경무전문기자] 40년 만에 체코 출신의 ‘롤랑가로스 여왕’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9개월 전만 해도 세계랭킹 100위 밖에 있던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26)다. 세계 33위인 그는 12일(현지시간)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1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32위인 아나스타시야 파블류첸코바(30·러시아)를 2-1(6-1, 2-6, 6-4)로 누르고 생애 첫 그랜드슬램 여자단식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크레이체코바 우승트로피
크레이치코바가 수잔 랑랑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1981년 하나 만들리코바 이후 처음 프랑스오픈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체코 출신 선수다. 2018년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여자복식에서 2차례 우승한 ‘복식 전문선수’의 우승이었기에 더욱 뜻이 깊었다. 그는 여자복식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적도 있다. 여자단식에서는 그랜드슬램 본선 5번째 도전 끝에 획득한 값진 정상등극이다.

크레이치코바는 카테리나 시니아코바(체코)와 짝을 이룬 여자복식에서도 결승에 올라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베서니 매틱샌즈(미국)와 13일 우승을 다툰다. 여기서도 우승하면 2000년 마리 피에르스(프랑스) 이후 21년 만에 롤랑가로스 여자단·복식을 제패하는 선수가 된다.

크레이치코바
크레이치코바는 이날 강력한 백핸드스트로크로 파블류첸코바를 괴롭혔다. 파리/EPA 연합뉴스

경기 뒤 크레이치코바는 “하늘 위에서 그녀가 나를 돌보고 있다”며 자신의 멘토이자 코치, 친구였던 체코 출신 레전드인 야나 노보트나에게 공을 돌렸다. 노보트나는 1998년 윔블던 여자단식 챔피언 출신의 대스타로, 2017년 11월 난소암으로 49세에 세상을 떠났다. 크레이치코바는 부모의 권유로 만 18세에 노보트나를 찾아가 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크레이치코바는 “야나가 돌아갔을 때 정말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 말은 ‘그냥 즐기고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라’는 것이었다”며 하늘을 가르키며 “어디선가 그녀가 나를 돌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일어난 모든 일은 그녀가 나를 돌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파블류첸코바
파블류첸코바의 포핸드스트로크. 파리/EPA 연합뉴스

서른 살에 생애 처음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그랜드슬램 여자단식 4강에 오른 데 이어, 결승까지 진출한 파블류첸코바는 이날 경기 중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테이핑을 하는 등 부상투혼까지 발휘했으나 우승하지 못했다. 그로서는 52번째 그랜드슬램 출전이었다.

경기 뒤 그는 “나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kkm100@sportsseoul.com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