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하는 이현중
역대 남자농구 국가대표 최장신 가드인 이현중. 16일(한국시간)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아시아컵 예선 A조 3차전에서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민국 농구협회 제공]

[스포츠서울 성백유전문기자]한국 남자농구가 밝은 미래를 봤다.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된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16일 필리핀 클라크에서 열린 2021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A조 예선 3차전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을 펼친 끝에 78대81로 분패했다. 한국은 15개의 리바운드를 잡으며 골밑을 지킨 라건아(KCC, 24점)의 활약에 힘입어 리바운드(40-41) 싸움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다.

한국은 12명의 선수 중 하윤기(고려대)와 여준석(용산고)을 제외한 10명의 선수를 모두 투입하면서 경기 초반을 지배했고, 전반을 44-36으로 앞섰다. 3쿼터부터 실책이 잦아지며 추격 당한 한국은 1분49초를 남기고 52-54로 첫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리드를 주고 받던 한국은 팀반칙에 걸리면서 자유투 실점이 많아졌고 75-78로 뒤졌다. 마지막 공격에 나선 한국은 종료 2.3초를 남기고 이현중(22, 가드)의 3점슛이 터져 78-78로 동점을 이뤘다.

연장전의 기운이 도는 상황에서 필리핀은 마지막 공격에서 벨란젤이 억지로 던진 슛이 백보드를 맞고 골인, 행운의 승리를 거뒀다. 아시아컵 예선 2승 1패를 기록하게 된 한국은 17일 인도네시아, 19일에는 태국과 대결한다.

졌지만 잘 싸운 경기였다. 이날 한국은 3점슛 10개를 터트리며 분전했다. 그러나 큰 키의 상대에 블로킹을 몇차례 당한 뒤부터 공격을 서두르다가 실책이 많이 범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특히 미국대학농구협회(NCAA) 1부리그팀인 데이비슨대에서 활약 중인 이현중(15점, 3점슛 3개)이 돋보였다. 가드로서는 역대 최장신인 202cm의 이현중은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 공격을 잘 막았다. 또 공격에서는 정확하고 빠른 패스 능력을 과시하며 성공적인 성인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필리핀은 218cm의 장신 센터 카이 소토(11득점), 211cm의 안젤로 쿠아미(12득점), 드와이트 라모스(16득점), 샘조지프 벨란젤(13득점)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한국농구 필리핀에 아깝게 패배
조상현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감독[대한민국 농구협회 제공]

대표팀 감독으로 첫 경기를 치른 조상현 감독은 “여러 부분에서 아쉬운 경기를 했다. 경기 초반에 쉽게 풀려서 나도 선수들도 후반에 안일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승부처에서 턴오버나 수비 범실은 집중력을 가졌다면 주지 않아도 될 점수였다”면서 “이현중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경기에 대한 자신감 배짱도 좋은 선수다. 슈터로서 슛 타임도 빠르고 수비도 나쁘지 않았다. 충분히 출전 시간을 부여해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현중은 어머니 성정아씨와의 카톡에서 “일요일에는 필리핀을 눌러 버릴거야. 지켜봐 줘”라며 투지를 불사르고 있다.

sungbasebal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