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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표팀의 이강인이 15일 제주에서 열린 가나전에서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아는 얼굴들이 대거 탈락한 가운데 ‘생짜 뉴페이스’인 이강인(20·발렌시아)은 생존했다. 그만큼 신뢰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올림픽대표팀 막내 이강인은 16일 김학범 감독이 결정한 2차 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차 제주 훈련에 합류했던 30명 중 3분의 1에 달하는 9명이 탈락한 가운데 이강인은 생존에 성공했다.

김 감독은 2차 소집을 앞두고 올림픽대표팀에서 2년 반 동안 고생한 아끼는 제자들을 무더기로 탈락시켰다. 이름값과 소속팀, 인기, 지금까지의 기여도를 모두 제외하고 현재의 기량과 포지션에 따른 경쟁력만을 기준으로 삼아 21명을 남겼고, 1차 훈련에 함께하지 못한 송민규와 김대원을 포함해 총 23명으로 2차 훈련을 진행한다.

어느 때보다 냉혹한 판단을 내린 김 감독이 이강인을 남긴 것은 그만큼 경쟁력을 확인했다는 뜻이다. 이강인은 김학범호에서 뛴 적이 아예 없는 유일한 선수였다. 지난 2019년 초 챔피언십 이후 많은 선수들이 김학범호를 오갔지만 이강인은 한 번도 합류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이강인을 팀에 데려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때마다 소속팀 발렌시아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올림픽이 임박한 5월에서야 처음으로 김 감독과 이강인이 한 팀에서 호흡할 수 있었다.

첫 훈련의 결과는 만족스럽다. 가나와의 2차전에 출전한 이강인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초중반까지는 제 기량을 보이지 못했지만 경기 시간이 흐를수록 존재감을 발휘했다. 특히 코너킥, 프리킥 등 오프더볼 상황에서는 특유의 수준 높은 킥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김학범호 데뷔전인 것을 감안할 때 합격점을 주기엔 충분했다.

이강인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보며 지도한 김 감독의 평가는 긍정적이라는 후문이다. 당장의 기량과 잠재력뿐 아니라 긍정적인 사고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에너지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 관계자는 “팀에 처음 온 선수이고 나이가 가장 어린데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였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어 충분히 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라고 말했다.

다만 경쟁은 계속된다. 이강인이 뛰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김진규와 이동경 등 네 살 많은 형들이 버티고 있다. 두 선수 모두 K리그에서 자리 잡은 경험 많은 선수들이라 올림픽에 간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아직까지 도전자인 이강인도 긴장하고 2차 훈련에 임해야 김 감독의 최종 선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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