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뼉 치는 홍명보 감독
5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대구FC의 경기에서 울산 홍명보 감독이 손뼉을 치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울산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예전엔 실패는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젠 도전 과정에 따라온다고 여긴다.”

K리그 사령탑 첫해 아쉽게 준우승을 거둔 홍명보(52) 울산 현대 감독은 이렇게 말하며 내년 비상을 다짐했다. 홍 감독이 지휘한 울산은 5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최종전 대구FC와 홈경기에서 2-0 완승하며 승점 74를 확보했으나, 같은 시간 제주를 꺾은 전북(승점 76)에 승점 2가 뒤지며 3년 연속 준우승했다.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을 바랐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홍 감독은 경기 직후 “울산은 올 시즌 모든 면에서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타이틀을 얻는 건 생각보다 어렵더라”며 “끝까지 응원해준 팬에게 승리를 안긴 것에 만족한다. 지난 1년을 복기하며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우승 타이틀을 놓쳤지만 울산은 홍 감독 부임 첫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지난해까지 전북에 밀릴 때 늘 지적받은 건 ‘팀 정신’이다. 홍 감독은 주장 이청용을 중심으로 코치진과 선수단의 유연한 소통을 강조했다. 또 A매치 기간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은 자원을 다음 경기에 중용하는 등 주전과 비주전 요원의 간극을 좁히면서 ‘원 팀’으로 거듭나는 데 애썼다.

무엇보다 울산은 홍 감독 부임 직후 클럽월드컵에 참가하면서 동계전지훈련을 사실상 시행하지 못했다. 또 플랜B를 수립해야 할 A매치 기간 주력 선수 절반 이상을 차출하는 등 홍 감독의 임기응변으로 한 시즌을 버텨내야 했다. 그럼에도 이르게 강한 팀 정신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내년 시즌 기대를 품게 했다. 홍 감독은 “동계훈련도 못했고 A매치 기간도 잘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선수들과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을 공유하면서 탄탄해졌다”고 말했다.

우승컵을 품으려면 위기 순간 이기는 힘이 더 필요하다. 홍 감독은 하반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FA컵 4강에서 연달아 미끄러져 리그 우승 경쟁에도 악영향을 끼친 것에 대해 “선수들이 (위기를) 당장 극복하는 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 것은 우리가 부족했다”고 돌아봤다.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 중국 리그에서 사령탑을 지낸 홍 감독은 올해 K리그 감독직은 처음이었다. ‘몇 점을 줄 수 있느냐’는 말에 “울산 팬이 바라는 결과를 내지 못했기에 몇 점을 준다는 것은 좀 그렇다”며 “성공 아니면 실패냐로 따진다면 실패다. 그러나 이전의 실패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신성한 구역’으로 여긴 라커룸을 외부에 개방, 울산이 프로스포츠 구단 최초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인 다큐멘터리 ‘푸른파도’를 내보내는 데 이바지했다. 선수의 각종 뒷이야기가 공개된 이 프로그램은 팬의 큰 호응을 얻었고, 울산은 팬 친화적 구단에 수여하는 ‘팬 프렌들리 클럽상’을 올 시즌 1~3차 싹쓸이했다. 홍 감독은 “미국에서 선수로 뛸 때도 라커룸에 카메라 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들어와서 함께 대화한 적이 있다. 문화적 충격이었다. 하지만 팬이 궁금해하는 것을 어떻게 충족시킬까를 고려하면 당연하더라”며 “(라커룸 공개 결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팬이 우리를 더 알게 된다면 더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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