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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지현우 선배님이 ‘너는 오래 일할 것 같아’고 해서 ‘저는 방송국에서 연기하다 죽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박하나는 지난달 27일 종영한 KBS2 주말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 종영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9월 첫 방송 된 이 드라마는 순간 최고 시청률 38.2%까지 치솟으며 흥행속에 종영했다. 박하나는 ‘신사와 아가씨’에서 극 중 남자 주인공인 이영국(지현우 분)을 짝사랑하는 조사라 역을 맡아 입체적인 악역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시청자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30%대라는 시청률이 나온 것도 너무 감사하다. 엄청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감회가 남다르고 헤어지기 싫었다. 아직까지도 아쉽고 다음에 더 좋은 작품으로 즐거운 작품으로 인사드리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박하나는 자신이 맡은 배역인 ‘조사라’에 무한한 애정을 보였다. 조사라는 이영국·박단단(이세희 분) 커플의 행복을 방해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캐릭터였다. 그는 “‘사라’라는 캐릭터를 너무 사랑했다. 나도 빠져들만큼 연기하는 한 순간 한 순간마다 몰입이 잘 됐다. 그래서 헤어지기가 싫었고 너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 리딩을 했을 땐 원래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다. 원래는 순수한 캐릭터였는데, 리딩을 몇 번 하고 작가님께서 생동감있게 바꿔주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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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나는 MBC 일일 드라마 ‘압구정 백야’(2015)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맡은 작품인 KBS2 일일 드라마 ‘천상의 약속’(2016), KBS1 일일 드라마 ‘빛나라 은수’(2017)에서도 모두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역을 맡았다. 악역을 계속 맡는 것에 대한 부담이나 아쉬운 점은 없었을까. 이에 대해 “악역은 사실 굉장히 매력있는 캐릭터다. 악역을 하기 싫지 않다. 연기하는 순간마다 내가 매력을 느끼고 즐겁게 임하기 때문이다. 배우가 악역인데 부담스럽다고 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작가님이 써주신 대본 내용이 너무 귀여웠다. 대본에 대한 내 분석 속에서 ‘사라’라는 캐릭터는 귀여웠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조사라의 허당미가 나온 것 같다. 아쉬웠던 점은 아무래도 차건(강은탁 분)과 좀 더 잘 됐으면 했던 것이다. 주말 드라마라 등장인물 모두가 잘 됐는데 사라만 해외로 떠났다”고 덧붙였다.

박하나만의 악역을 연기하는 방법이 있을까. 박하나는 “배우가 대본이 이해가 잘 안 된다고 표현을 안 하면 시청자분들도 다 느끼고 아신다고 생각한다. 내가 빨리 대본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믿어야 한다. 대본을 받으면 재고 따지지도 않고 일단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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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혼성그룹 ‘퍼니’로 데뷔한 그는 “가수랑 배우 둘 다 하고 싶었다. 그땐 연기자 오디션이 많이 없어서 가수로 먼저 데뷔했다. 당시엔 열정만 있었다. 얼마전에 다시 신인시절 내 노래를 들어봤다. 노래는 못하지만 너무 열심히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배우가 되는 길은 녹록치 않았다. “‘압구정 백야’에 캐스팅 되기 전까지 많이 힘들었다.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었다. 20대 중·후반인데 다른 친구들은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나는 오디션을 보러다니고 시간에 쫒기고 있더라. 특히 어디가서 나를 ‘연습생’이라고 소개하는게 많이 힘들었다. 힘들었던 기억 밖에 없었다. ”

이어 “술도 많이 마셨고(웃음), 힘들었는데 ‘이거 아니면 내 인생은 없다’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무조건 이거 할거고 나는 이 길 밖에 없다’는 생각 뿐이었다. 나를 믿었다. 그래도 너무 힘들었다. 표정도 당시에는 많이 어두웠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을 돌아 박하나는 꿈꿔왔던 ‘연기자’가 됐다. 그는 “늘 일하는 게 좋았다. 행복했던 순간을 물어보면 ‘지금’이라고 답한다. 내 목표들을 이룬 상태다.12살 때부터 가수와 배우를 꿈꿨다. 이것 밖에 꿈꾼 적이 없었다.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기회가 와서 할 수 있게 됐다. 10년 동안 연기생활을 했다. 어떤 때는 ‘내가 정말 꿈을 이룬 건가’ 한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때가 문득문득 있다”고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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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하나는 ‘신사와 아가씨’로 높아진 인기를 실감한다고 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4만명 정도 증가했다. 또 6, 7살 어린이 팬들이 생겼다. 할머니, 엄마 때문에 드라마를 같이 보는 아이들인 것이다. 어떤 팬은 내게 사탕을 주시더라. 그래서 ‘이 드라마 정말 많이들 보시는구나’ 했다. 인기를 확실히 체감했다”고 말했다.

박하나는 어느덧 배우 경력도 10년차를 지나고 있다. 오랜시간 자신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에 대해 “꿈을 이뤘잖나. 절실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데 당연히 지칠 수는 없는 것 같다. 당연히 현장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 현장이 아니면 내가 힘이 없는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차기작으로 대중이 즐거워할 수 있는 장르를 희망했다. “‘로코’(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로코를 하면서 내가 어디까지 내려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고(웃음), 평소에도 남들을 웃기고 싶어하는 편이다. 나한테 맞는 새로운 옷을 입어보는 게 목표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et16@sportsseoul.com

사진|FN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