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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폭탄 발언’을 했던 김남일 성남FC 감독이 끝까지 팀을 이끌기로 했다.
성남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7일 오후 김 감독과 구단 대표이사가 미팅을 했다. 김 감독은 사의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대표이사가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니 끝까지 책임을 다해달라며 잔류를 요청했다. 김 감독도 고심 끝에 사의 의사를 철회했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앞선 6일 홈에서 열린 김천 상무와의 경기에서 0-3으로 패한 후 기자회견장에서 “감독으로서 부족한 게 많고,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다. 미래에 대해 구단하고 얘기를 좀 해봐야겠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다”라며 자리를 떠났다. 사실상 사퇴성 발언이었다.
성남은 시즌 초반 8경기에서 1승2무5패로 승점 5 획득에 그치며 K리그1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7라운드에서 수원FC를 잡고 첫 승을 거뒀지만 김천에 패하면서 분위기가 다시 꺾였다. 사실 현재 성남의 성적이 어색한 것은 아니다. 성남은 K리그1에서 가장 적은 인건비를 쓰는 팀이다. 전력이 떨어지니 하위권에 자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김천에 패한 것도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성남은 하위권 다른 팀들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 7위 강원FC(9점)와 4점 차에 불과하고 8위 대구FC(8점), 수원FC, FC서울, 수원 삼성(이상 7점)과는 한 경기 차이다. 한 두 경기면 순위 상승이 가능한 상황이다.
K리그1은 이번 주말을 끝으로 장기 휴식기에 들어간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지 않는 성남은 팀을 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최근 성남은 경기력이 나아지고 있다. 휴식기를 이용하면 5월부터는 반등도 충분히 가능하다.
여러 이유로 인해 당연히 구단에서도 김 감독 경질이나 계약 해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성남 관계자도 “지금은 그럴 타이밍이 아니다. 겨우 8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구단에서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김 감독 홀로 그런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다소 무리한 결정을 한 이유는 성남 일부 서포터의 강한 항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초반임에도 지속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메시지에 김 감독도 부담을 느끼고 돌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 체제에서 성남은 두 시즌간 K리그1에서 생존하는 데 성공했다. 성남의 인건비 규모를 볼 때 쉽지 않은 결과였다. 강등돼도 이상하지 않은 팀을 1부리그에 잔류시켰음에도 김 감독은 성남 팬으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K리그1의 한 지도자는 “성남이 2년간 잔류했으면 잘한 것 아닌가. 성남은 유난히 그 공을 좋게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다. 과거의 성남과 지금의 성남은 다르다. 현실적으로 잔류만 해도 성공인 팀인데 너무 과한 요구를 받는 것 같다. 같은 축구인으로서 김 감독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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