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양효진 \'부끄러운 미녀산타\'
현대건설 양효진이 26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 경기 전 선수소개 때 산타복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2021.12.26.수원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성장, 추억, 우승.’

양효진이 끝내 팀 잔류를 택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그의 마음을 단단히 묶었다. 지난 6일 현대건설은 양효진과 3년 총 15억원(연봉 3억5000원+옵션 1억5000원)의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시즌(7억원=연봉 4억5000만원+옵션 2억5000만원)과 비교해 연봉이 대폭 줄었다.

7일 본지와 연락이 닿은 양효진은 모든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는 “당연히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사실 프로선수는 몸값으로 자신을 증명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연봉퀸’이라는 타이틀에 나도 자부심이 컸고, 그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연봉퀸 자리를 이어갈 수 있다면 당연히 개인적으로 영광인 상황은 맞았다”고 이야기했다.

페퍼저축은행의 러브콜은 양효진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모험을 택하기엔 남은 선수 생활도 고려해야 했다. 양효진은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오간 건 없었다. 초반에 만났을 때도 팀에 남을 생각이 더 컸다.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도 은퇴했다. 이제는 언제 은퇴할 지 모르는 시기다. 모험을 선택하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더 많았다. 양효진은 “돈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5년이라는 긴 시간을 현대건설에 몸담았다. 어렸을 때부터 성장해왔던 곳이고, 솔직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FA다. 그렇기에 팀을 완전하게 외면하기에는 보내온 시간이 너무 길다. 여러 요소를 무시할 수 없었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우승‘에 대한 갈망도 한몫했다. 현대건설은 2019~2020시즌과 2021~2022시즌 선두였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리그는 조기 종료됐다. 찝찝한 1위 확정은 물론 봄무대도 밟지 못했다. 창단 최다 15연승을 질주, 역대급 성적이었던 2021~2022시즌은 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양효진은 “두 번이나 우승컵을 들 수 있던 기회를 놓친 것도 아쉬웠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꼭 들고 싶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페이컷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샐러리캡의 취지와 목적에 반해 전력 불균형을 초래해 리그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양효진은 “아무래도 팬분들께서 좋은 시선으로 보진 않으실 듯하다. 하지만 지금 내 상황과 구단을 고려했을 때 이런 선택을 내리게 됐다. 그동안 현대건설과 좋은 연을 맺어서 이어왔기에 배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던 협상이었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양효진뿐 아니라 내부 FA를 모두 잡았다. 큰 전력 누수 없이 차기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효진이가 큰 양보를 한 것 같다. 무엇보다 팀에 대한 애착이 크다.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양효진은 “우승이라는 목적으로 남았지만 지난 시즌과 전력이 같다고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기본적인 부분에 초점을 두고 준비한다면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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