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넘어가라\'
KT 박병호가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삼성전에서 3회초 좌월 투런포를 터뜨리고 있다. 사진 | 대구=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페이스다. KT 박병호(36)의 몰아치기가 무시무시하다. 최근 5경기 연속 홈런에 3경기에서 4홈런이다. 통산 홈런 순위도 사흘 만에 공동 5위에서 단독 4위가 됐다. 6번째 홈런왕을 향해 순항중이다. 자신이 ‘우상’이라 했던 이승엽(46)을 넘어설 전망이다.

박병호는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과 주중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3회초와 4회초 연타석 홈런을 때리는 등 3안타 3타점 3득점 1볼넷의 맹타를 휘둘렀다.

경기도 KT의 13-2 대승이었다. 박병호 외에 강백호와 황재균이 홈런포를 쐈다. 팀 전체로 보면 14안타 5볼넷으로 13점을 뽑아냈다. 28일 1차전에서 14점을 냈고, 이날도 비슷한 수준의 득점을 생산했다. 마운드도 딱 2점만 내줬다. 강력했다.

이날 기록을 더해 박병호는 최근 5경기 연속 홈런을 때렸다. 25일 LG전부터 매 경기 대포가 터진다. 이 5경기에서 19타수 9안타, 타율 0.464로 정확도 또한 미친 수준이다. ‘회춘’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30일에는 홈런 하나로 만족하지 않았다. 3회초 뷰캐넌의 높은 커터를 잡아당겨 좌측 장외 홈런을 터뜨렸다. 2-0에서 4-0을 만드는 홈런이었다. 4회초에는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하나 더했다. 각각 비거리가 132m와 129m가 나왔을 정도로 큰 아치였다.

올 시즌 9호, 통산 1128호 연타석 홈런이었고, 박병호 개인으로는 역대 21번째 연타석 대포였다. 지난 5월6일 잠실 두산전에서 연타석포를 만든 후 55일 만에 두 타석 연속으로 대포를 쐈다. 나아가 통산 353홈런으로 역대 홈런 순위 단독 4위로 올라섰다.

이승엽
이승엽야구장학재단 이승엽 이사장.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벌써 시즌 26홈런이다. 홈런 2위 이정후와 격차가 벌써 12개다. 이쯤 되면 따를 자가 없다. 홈런왕을 예약하는 분위기다. 그러면 이승엽을 넘어 통산 6회 홈런왕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이강철 감독은 “20개만 치라니까 벌써 이만큼 쳤다”며 농담을 던진 후 “정말 잘 친다. 뭐 그렇게 멀리 가는지 모르겠다. 나도 타구를 지켜보게 된다. 정말 놀랍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장성호 해설위원은 “이 정도면 시즌 50홈런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감탄했다. 경기 전 기준으로 47홈런 페이스였다. 잔여 경기에 모두 출전한다고 가정하면 딱 50개가 된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이후 7년 만에 50홈런을 노린다.

박병호는 지난 28일 승리 후 “이승엽 선배는 언제나 내 우상이다. 같이 거론되는 것도 죄송스럽다. 나는 언제나 이승엽 선배를 따라가는 입장이다. 이승엽 선배의 부드러운 스윙이 늘 부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홈런 1위라고 해도 와닿지는 않는다. 극적인 홈런이 나와도 그때 뿐이다. 다시 다음 경기 준비를 해야 한다. 시즌이 끝났을 때 성적을 보고 싶다. 지금은 크게 기쁘지도 않다”고 말하며 웃었다. 마음을 비웠다. 그랬더니 기록이 자꾸 나온다. 우상을 넘을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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