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지켜낸 정해영ㆍ한승택 배터리
KIA 마무리 정해영(오른쪽)이 지난달 27일 광주 NC전에서 승리를 따낸 뒤 한승택과 세리머니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묘한 기시감이다. 10년 이상 반복된 문제인 탓이다. 뒷문 불안으로 흔들리는 KIA 얘기다.

KIA의 5위 수성이 흔들리고 있다. 6위 두산과 4.5경기차로 여유가 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후반기 15경기에서 7승 8패에 그쳤는데, 특히 불펜진이 세 차례 블론세이브로 고개를 숙였다.

변명의 여지는 있다. 필승조인 장현식과 전상현이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한 여파가 작지 않다. 2년차 마무리 정해영이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는 후반기 일곱 경기에서 5.1이닝 9안타(3홈런) 7실점으로 2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11.81로 크게 흔들리는 중이다. 정해영의 부진은 기량문제보다 심리적인 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끝내기 홈런을 맞고, 동점을 허용하는 것은 마무리 투수의 숙명이다. 그러나 앞에서 버텨주던 필승조가 무너져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이 자신감 결여로 이어지면 돌파구가 없다.

투구하는 박준표
KIA 박준표가 필승조 중책을 맡아 지난 7일 광주 두산전에서 9회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KIA의 불펜불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KIA로 모기업이 바뀐 뒤 첫 통합우승을 차지한 2009년을 제외하면 매년 불펜 불안에 허덕였다. 2017년에도 트레이드로 데려온 김세현이 제몫을 했지만, 후반기 구위저하로 어려움을 겪었다.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기용하기도 했고, 임시방편으로 선발 자원에게 소방수 중책을 맡기기도 했다. 해태 시절에는 선동열 임창용 등 불세출의 마무리 투수가 군림했지만, 이들 역시 헐거운 뒷문을 보강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전통적인 투수왕국이지만 이른바 ‘지키는 야구’에는 서툴렀던 게 팀 색깔이다.

필승조 또는 마무리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들은 한두 경기 부진하면 자신감이 크게 떨어진다.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타자와 싸움을 못한다. 서재응 투수코치가 현역일 때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해도 안할 수 없게 된다. 처음 한두 번은 주위에서 위기라는 얘기를 해도 그런가보다 한다. 그러다 패하는 경기가 많아지면 ‘진짜 위기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막는다에서 막을 수 있을까로, 또 지면 어떡하나 순으로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짜릿한 연장 끝내기로 KIA 3연패 탈출
KIA 선수들이 지난 9일 광주 두산전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2루타를 뽑아낸 최형우(가운데)에게 물세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구는 멘탈 스포츠여서 기세가 매우 중요하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에게 ‘결과를 신경쓰지 말고 자신있게 하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1군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는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실력을 100% 발휘하느냐는 전적으로 선수 개인의 자신감에 달려있다.

KIA는 시즌 전 중하위권으로 분류됐다. 시즌 100경기 돌파를 앞둔 시점에 5강 경쟁 중인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는 셈이다. 결승점이 보이기 시작하니 욕심나는 건 인지상정이다. 욕심보다는 자신감 회복이 더 필요한 시기다. 패배에 대한 두려움보다 ‘내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더 큰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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