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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보크항의 장면, 해당기사와 관계없음.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야구에서 ‘보크’는 영원한 화두다. 규정이야 있지만, 딱 집어 잡기가 어려운 탓이다. KBO리그도 수시로 논란이 된다. 아마야구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학야구에서 논란이 일었다. 고려대 김유성(20)이 중심에 섰다. 2023 KBO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이 가능하다는 평가의 그 김유성이다.

상황은 지난 5일 발생했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제56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32강전 경기. 1회말 먼저 2점을 낸 고려대는 선발 김주섭이 2회까지 막은 후 3회 볼넷 2개를 내주며 흔들리자 김유성을 올렸다. 김유성이 몸에 맞는 공과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2-1이 됐다. 2사 만루 위기도 계속됐고, 6번 타자 이도겸이 타석에 섰다.

문제의 장면이 이때 나왔다. 풀카운트 승부에서 김유성은 투구를 위해 다리를 들었다. 이때 3루 주자 윤수녕이 홈을 노렸다. 그러자 김유성이 들었던 왼쪽 다리를 축발인 오른쪽 다리 뒤로 내렸다가 오른발까지 푼 후 홈으로 송구했다. 주자가 브레이크를 걸었고, 런다운에 걸렸다. 포수-3루수-포수를 거쳐 최종 태그 아웃 처리됐다. 그대로 이닝이 끝났다.

이때 연세대 쪽에서 보크를 주장했다. 조성현 감독이 심판에게 다가가 강하게 어필했다. 마운드까지 이동해 주심 및 1루심에게 어필했으나 심판진은 정상 플레이로 판단했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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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SPORTS KU 캡처

김유성의 행위는 야구규칙상 보크로 볼 여지가 많다. 공식야구규칙 6.02 투수의 반칙행위 (a)보크의 (1)호에는 ‘투수판에 중심발을 대고 있는 투수가 투구와 관련된 동작을 일으키다가 투구를 중지하였을 경우’ 보크로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3)호에는 ‘투수판을 딛고 있는 투수가 베이스에 송구하기 전에 발을 똑바로 그 베이스 쪽으로 내딛지 않았을 경우’ 보크라고 명시한다.

김유성은 투구를 위해 축발인 오른발을 고정한 상태에서 내딤발인 왼쪽 다리를 들었다. 즉, 투구 자세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이후 3루 주자가 홈을 향해 뛰는 것을 보고 왼다리를 오른발 뒤쪽으로 빼면서 투구를 멈췄다. 이때 왼발과 몸이 2루쪽으로 돌아 2루를 견제한다면 보크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김유성의 몸은 2루쪽으로 향하지 않았고 그대로 홈쪽을 향했다. 공도 포수에게 던졌다. 야구규칙으로 보면 보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심판은 보크를 지적하지 않았다. 절호의 기회를 놓친 연세대는 허무하게 3회초를 마쳤고, 이후 잇달아 실점하며 2-9로 졌다. 김유성은 4이닝 1피안타 5사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조성현 감독은 “즉각 심판에게 어필을 했는데 심판은 ‘보크가 아니다’고 했다. 내가 봤을 때는 분명히 축발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왼발이 뒤로 갔다. 차라리 2루로 몸이 돌았으면 또 모르겠지만, 홈으로 향하지 않았나. 심판은 축발을 뺐다고 하더라. 이제 지나간 일이 됐다”고 담담히 말했다.

한국대학야구연맹 권영익 심판위원장은 “해당 경기 심판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상황은 투구가 아닌 견제 상황이다. 보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나도 같은 판단을 했다. 왼쪽 발을 투구판 뒤로 뺐다. 견제에 들어간 것이라면 보크가 아니라 봐야 한다. 왼발이 앞쪽으로 향했다면 보크가 맞다. 투구를 하다가 멈춘 것이 된다. 연속 동작 상황에서 발이 뒤로 빠졌다. 다시 한번 체크를 해보겠다”고 했다.

해당 영상을 확인한 KBO리그 심판들은 보크로 봤다. “2루 견제를 하려던 것이라면 몸 전체가 2루 베이스를 향해 돌았어야 했다. 제자리에서 자유족(김유성의 경우 왼발)을 축족(오른발) 뒤에 놓으면 보크다”며 “해당 경기 심판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고 짚었다. 기망행위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보크는 언제나 민감하다. KBO리그에서도 적잖이 발생하는 논란이다. 아마야구라고 다를 리 없다. 규칙은 나와있지만, 결과가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닐 뿐더러 심판이 판정하기에 더욱 그렇다. 김유성이 묘한 일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고 말았다.


김유성 보크논란 장면(독자제공)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