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찬스 살리는 피렐라[포토]
삼성 피렐라가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T전에서 7회초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수원=김동영기자]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기에 개인 기록은 의미가 없다.”

올시즌 유일하게 100타점과 100득점을 만든 외국인 선수가 있다. 그런데 무의미하다고 했다. 팀이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수단과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이유가 있다. 주인공은 삼성 호세 피렐라(33)다.

피렐라는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T전에 선발 출전해 4안타 2타점 1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피렐라를 앞세운 삼성은 7-4로 승리했다. 전날 당한 3-7 패배 설욕. 동시에 갈 길이 바쁜 KT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

이날 기록을 더해 피렐라는 올시즌 타율 0.344, 28홈런 108타점 100득점, 출루율 0.413, 장타율 0.568, OPS 0.981을 기록하게 됐다. 득점 1위에 타율·홈런·타점·출루율·장타율 모두 2위다. 홈런은 박병호(KT·33개)를 넘기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다른 부문은 1위 이정후를 계속 쫓고 있다. 가시권이다.

그리고 이날 100타점-100득점을 동시에 완성했다. 이미 타점은 9월18일 홈 KIA전에서 100개를 채웠다. 이날 KT를 만나 100득점을 달성했다. 올시즌 리그 전체에서 100타점-100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피렐라가 유일하다. 5일 기준으로 100타점은 딱 5명이고, 100득점은 피렐라 혼자 만들었다.

경기 후 만난 피렐라는 “4안타를 쳐서 기분 좋다. 어제 지면서 포스트시즌 실패가 확정됐다. 그래도 경기를 대충하는 일은 없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온 것 같다. 3경기 남았다. 남은 경기 모두 이기고 싶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221005_피렐라01
삼성 피렐라가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T전 승리 후 인터뷰에 나섰다. 수원 | 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100타점-100득점을 했고, 타이틀 경쟁도 하고 있다. 욕심이 날 법하다. 그러나 “타이틀에 대해 신경을 안 쓰려고 한다. 오늘 안타를 많이 쳤으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못 쳤다면 다음에 많이 치려는 생각을 한다. 이정후가 타격왕이 된다면 많이 축하해 줄 것이다. 내가 된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100타점-100득점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 타이틀도 마찬가지다. 내 목표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르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우승을 하는 것이었다. 올해 개인 성적만 보면 커리어 들어 가장 좋다. 그 자체는 만족스럽다. 팀이 가을야구에 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특히 만족스러운 부분을 묻자 의외의 답이 나왔다. 수비란다. 지난해 발바닥 통증으로 인해 지명타자로 거의 출전했지만, 올해는 통증 없이 좌익수로 풀 시즌을 치르고 있다. 작년 수비 이닝이 295.1이닝인데 올해 1004.1이닝이다. 3배가 넘는다. “수비 이닝을 많이 소화한 것이 가장 기분 좋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박진만 감독대행은 지난달 피렐라에 대해 “가장 인상적인 외국인 선수다. 외국인 타자는 치는 것에 많이 집중을 한다. 그러면 수비나 주루에서 안일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피렐라는 아니다. 열정적으로 뛴다. 국내 선수들도 ‘외국인 선수도 저렇게 하는데’ 하며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벤치 분위기가 좋아진다. 이런 선수 처음 봤다. 기량도 톱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내가 본 외국인 타자들 중에는 가장 좋은 선수인 것 같다”고 호평을 남겼다.

팬들이라고 다를 리 없다. 출국하지 못하도록 여권을 뺏자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을 하자 피렐라는 “뺏으려면 우리 아파트에 와서 가져가면 된다. 기다리고 있겠다”며 웃은 후 “내년에도 삼성과 재계약을 하고 싶다. 여권은 잘 간수하겠다. 사실 여권을 항상 들고 다닌다”며 호쾌한 웃음을 다시 보였다.

다수의 부문에서 타이틀 경쟁을 하는 타자. 단연 팀 내 최고의 타자이기도 하다. 수비와 주루까지 열정적이다. 무엇보다 자신보다 팀을 앞에 세운다. 이런 외국인 선수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재계약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오히려 안 하면 안 되는 수준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