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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팬이자, 대만 야구 심판 샘이 더그아웃에서 키움 선수단의 사진을 찍고 있다. 가오슝(대만)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가오슝(대만)=황혜정기자] 바야흐로 키움 히어로즈가 지난 2014년, 대만 타이난에 위치한 원동과학기술대학교 야구장을 빌려 스프링캠프를 치렀을 때, 그곳을 찾은 한 대만인이 키움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다. 그 뒤로 그는 카메라를 들고 대만에 오는 키움 선수단을 찍고 있다.

어려운 중국 이름 대신 본인을 25살 ‘샘’이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올해도 어김없이 대만 가오슝을 찾은 키움 선수단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다. 키움 구단으로부터 돈을 받고 찍는 것은 아니다. 순전히 자발적으로 촬영한 후 구단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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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팬이자, 대만 야구 심판 샘이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가오슝(대만) | 황혜정기자.

가오슝에서 훈련 중인 키움 히어로즈 ‘실전조’와 대만 통일 라이온즈의 경기가 23일 타이난 시립 야구장에서 열렸다. 열심히 사진을 찍다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쑥스럽게 웃으며 흔쾌히 응한 샘은 “키움을 처음 봤을 때, 버건디 색깔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원동대학교에서 키움을 자주 보다보니 내적 친밀감이 생겨 팬이 됐다”고 밝혔다. 키움은 지난 2013년부터 원동대에서 겨울을 보냈다.

코로나19펜데믹(전세계대유행)으로 키움 선수단이 3년 만에 다시 해외 전지훈련을 왔다. “당시 정말 많이 아쉬웠다”는 샘은 어느덧 9년 차 ‘찐팬’으로 접어들었다. 샘은 정규시즌 키움 경기를 종종 보고, 지난해 한국시리즈도 다 챙겨봤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는 타선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 올해는 더 좋은 선수들이 많이 왔기에 꼭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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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팬이자, 대만 야구 심판 샘. 가오슝(대만) | 황혜정기자.

샘은 18살 때부터 야구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직 아마추어 야구 심판이기도 하다. 이날도 더그아웃에서 사진을 찍다 말고 연습경기 판정을 맡은 심판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런 그가 키움 선수단을 계속해서 사진 찍는 이유는 무엇일까. 샘은 “2군 선수들은 미래가 밝고 성장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성장과정을 기록하면서 큰 기쁨을 느낀다. 전혀 유명하지 않은 2군 선수였을 때부터 1군에 올라가 유명 선수가 될 때까지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준다는 것은 선수에게도 큰 동기부여”라고 강조했다.

그의 사진엔 키움 선수단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있다. “이제 일하러 가야해요”라며 70-200mm짜리 대형 렌즈로 쉴새없이 셔터를 누르는 그는 외야수 박찬혁(20)과 내야수 김수환(25)을 특히 눈여겨 보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샘은 “앞으로도 매년 키움이 대만에 온다면 사진을 찍으러 오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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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 직접 찍은 키움 선수단. 제공 | 키움히어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