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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구대표팀 오타니 쇼헤이가 22일(한국시간) 론디폿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전에서 미국의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우승을 확정한 뒤 포효하고 있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 AFP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의 원맨쇼로 막을 내렸다. 3회 연속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한국 대표팀은 일찌감치 돌아와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다.

WBC에서 대표팀이 참패한 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는 알루미늄 배트를 다시 써야한다는 얘기도,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를 늘리자는 의견과 없애자는 의견도 나왔다. 기술을 가다듬기 위해 훈련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고, 국제대회 정기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외침도 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의견이, 여러 채널을 통해 활발히 오간 건, 아직 한국 야구에 애정이 큰 사람이 많다는 신호로 읽힌다. 반가운 일이다.

[포토]소감 밝히는 이강철 감독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던 야구 국가대표팀의 이강철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입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한국야구위원회(KBO)는 WBC 실패를 계기로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한 중장기 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KBO 핵심 관계자는 “빨리 만들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졸속으로 계획을 발표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여러 계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필요하다면 외국의 아마추어와 육성 시스템도 들여다볼 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씩 점검해 실효성 있는 계획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오타니가 고교 때 활용한 만다라트 계획표를 참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한국야구의 세계제패를 초목표로 삼고, 목표 실현을 위한 세부 목표를 정하는 식이다. 방대한 작업일테고, KBO나 10개구단의 의지만으로 이룰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선수들 손 꼭잡으며 마무리하는 이강철 감독[포토]
이강철 감독이 13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5회말 수비를 끝내며 22-2로 승리한 후 선수들 손을 꼭잡으며 WBC여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이번 기회에 정부와 교육계, 산업계가 동참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야구가 국내 스포츠산업의 표준모델로 자리잡을 발판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특정 집단 내에서만 해법을 찾으면 감화할 수밖에 없고, 어쨌든 돈이 돌아야 투자자가 생긴다. 산업화를 빼고 야구발전을 꾀하는 건 난센스다.

한국 야구 부흥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잊지 말아야 할 건, 사람들의 얼굴이다. 참패로 불린 WBC 졸전에도 불구하고, KBO리그 시범경기가 열리는 각 구장을 찾은 팬의 표정은 밝다. 모처럼 야구를 본다는 설렘, 응원하는 선수가 건강하게 봄을 맞이한 것에 대한 반가움, 넓은 구장을 바라보며 마음껏 소리 지르고 박수칠 수 있는 청량감 등은 밝은 표정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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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삼성과 KT의 2023 KBO리그 시범경기가 열린 가운데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8443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표정도 비슷하다. 적은 수이지만, 관중이 들어차고 응원받으며 플레이하는 건 언제나 흥분되는 일이다. 비록 개막 미디어데이에 이런저런 핑계로 불참을 선언한 선수도 있지만, 선수들도 팬을 만난다는 설렘을 감추진 못한다. 팬과 선수의 밝은 표정이 한국 야구가 지켜내야 할 진짜 가치다.

선수와 팬이 교감하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에 인색한 편이다. 선수들은 야구를 좋아해서 시작하고,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희로애락은 나누는 건 팬들이다. 사람에 대한 존중, 흘린 땀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건 마땅히 누려야 할 가치다. 존중받으면 더 좋은 선수, 더 성숙한 팬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 마련이다. 기술적 완성도는 프로선수의 의무이지만, 그 과정에 지치지 않는 열정과 집념이 있어야 한다.

김한수 코치 축하받는 김대한[포토]
두산 1번타자 김대한이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KBO리그 시범경기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 6회초 솔로홈런을 터트린 후 홈인하며 김한수 코치의 축하를 받고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이런 열정과 집념을 자연스레 체득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 한국야구의 세계화를 이루기 위한 첫 번째 목표여야 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