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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홈런왕 계보를 잇는 김성래(52) 수석코치가 ‘국민타자’ 이승엽(37)의 부활을 예고했다. 김 수석코치는 6일 대구 구장에서 “이승엽은 내년에 잘 할 거다. 홈런왕을 할지도 모른다. 30개는 칠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올해 부진으로 이승엽이 뜨거운 도마위에 올랐지만, 아직 하향곡선을 그린다고 보기엔 섣부른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승엽과 삼성 선수단은 2013아시아시리즈 참가를 위해 5일 부터 대구 구장에서 훈련을 개시했다. 이승엽은 이틀 연속 팀 동료들과 함께 캐치볼을 한 뒤 배팅케이지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김 수석은 그의 홈런왕 복귀를 기대하는 이유로 “근본적인 타격과 스윙은 좋다. 몸상태도 좋다”고 평가하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경험한 바가 내년시즌에는 좋은 방향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엽은 제 3회 WBC에 참가하기 위해 올해초 괌 전지훈련 부터 일찌감치 몸상태를 끌어올렸는데 그게 정규시즌에서 독이 되었다. 시즌 말미에는 허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김 수석은 “WBC를 갔다오며 체력적으로 조금 문제가 생긴거 같았다. 전반적으로 힘이나 훈련량이 적다보니 시즌 동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국내시즌에 맞춰 몸을 다시 잘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면서 “그런 경험을 했으니 올해는 잘 준비해서 내년에 잘 할 것이다”라고 믿음을 보냈다.
김 수석은 올시즌 WBC의 여파와 함께 이승엽의 부진을 ‘타이밍’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의 5대 감독인 박영길 본지객원 기자도 “떨어진 타이밍에 적합한 히팅포인트를 찾아야 한다”면서 같은 진단을 내린바 있다. 부진의 원인이 발견됐다면 고치면 된다. 김 수석은 “아무리 좋은 스윙을 가지고 있어도 자기 포인트에 못치면 소용이 없다. 잘 치는 타자의 공통점은 공을 기다렸다가 치는 것이다. 이건 여유가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여유가 없다면 맞추기에 급급하고 선구안도 나빠진다. 그러면 포인트의 뒷부분에 맞을 수밖에 없다. 몸쪽 앞에서 공이 맞아야 라인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뒤에서 맞으면 파울이 된다. 타이밍이 안되니까 좋은 타구가 안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결 방법으로는 “연습 때부터 타이밍을 차근차근 잡아야 한다. 그렇게 잡아가다 보면 경험상 공이 느리게 보인다. 150㎞의 빠른 공도 궤적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기술을 부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타이밍을 잡아가는게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이면서도 “김한수 타격코치와 이승엽이 서로 잘 교감하며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수석은 1987년 프로 4년차 때 2루수 골든 글러브와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거포 내야수 출신이다. 1988년 무릎부상으로 하향세를 그리다가 1992년 30대 중반의 나이로 타율 0.292로 부활의 신호탄을 쏜 뒤 이듬해인 1993년 3할 타율과 함께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하며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5년만의 홈런왕 복귀였다. 재활과 부진의 고통을 이겨낸 김 수석의 조언이 의미있는 이유다.
이어 불혹까지 현역생활을 했던 김 수석은 “나이가 들면 생각을 더 강하게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테랑이 될 수록 더욱 운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나이가 들수록 신경써야할 일이 늘어나지만, 오히려 나이 들수록 야구만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버틸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승엽의 멈추지 않는 도전이 이번 아시아시리즈에서 부터 개화할지 기대를 모은다.
대구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