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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뮤직이 조용히 국내에 상륙,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스트리밍 기반 음원 서비스인 애플뮤직은 1개월 이용료가 미국보다 2달러 저렴하며, 3개월 무료 체험 기회도 제공한다.  사진=애플뮤직 화면 캡처

[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 아이튠즈와 아이팟으로 음악을 즐기는 방법에 혁신을 일으켰던 애플이 자사의 스트리밍·클라우드 음원 서비스 ‘애플뮤직’을 5일부터 국내시장에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소리소문 없이 시작된 애플뮤직 서비스는 일단 혁신적이긴 하다. 동일한 서비스인데도 불구하고 미국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월 이용료는 한국이 7.99달러, 미국이 9.99달러다. 가족요금제의 경우 한국은 11.99달러이며 미국은 14.99달러다. 각각 2달러·3달러씩 미국보다 저렴하다. 특히 가족요금제의 경우 최대 6명까지 이용할 수 있어 실질적인 이용 가격이 굉장히 낮아지는 효과를 제공한다.

애플뮤직이 보유한 음원의 수는 자그마치 3000만 곡이다. 국내 1위 음원 서비스인 멜론의 경우 1000만 곡 정도를 제공하는 것에 비해 3배나 많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무려 3개월 동안 무료로 제공된다. 또 애플뮤직이 제공하는 인터넷 라디오 ‘비츠원(Beats 1)’은 별도의 가입 없이도 누구나 24시간 무료로 청취할 수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애플뮤직은 새로운 시도를 넘어선 파격이요 혁신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애플뮤직의 국내 론칭에 대해 마냥 반길 수많은 없다. 오랫 동안 힘들었던 국내 음원시장이 기껏 안정화됐는데 애플뮤직이 크게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애플뮤직은 소비자에게 이롭고, 창작자에게 불리한 양면적인 서비스다.

◇ 국내 창작자에게 불리한 애플뮤직 징수규정

로엔(멜론), KT뮤직(지니), CJ E&M, 소리바다 등 음원 유통 사업자들은 모두 음원 다운로드 시 70%, 스트리밍 시 60%의 금액을 창작자에게 음원사용료를 지급한다. 지나치게 낮아진 음원 가격에 대해 업계가 합의 끝에 올린 요금율이다. 이 비율을 확정한 곳은 바로 문화체육관광부다.

그런데 애플은 이러한 국내 기준을 따르지 않고 있다. 애플은 글로벌 서비스를 한다며 독자적인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다운로드·스트리밍 외 다른 방식의 음원 서비스에 대해서는 개별 협의를 허용하고 있다. 애플은 이 2가지 외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저작권자와 개별 계약을 하고 있다.

애플뮤직은 다운로드 없이 스트리밍 서비스만을 제공한다. 애플뮤직은 음원판매 가격의 70%를 창작자에게 제공한다. 문제는 국내 사업자들이 정상가격 기준 60%~70%를 지급하는 데 반해 애플뮤직은 판매가격 기준으로 지급한다는 점이다. 가령 10000원짜리 스트리밍 서비스 상품이라면 국내 기업들은 60%인 6000원을 창작자에게 지급하지만 애플뮤직은 이를 50% 할인판매할 경우 5000원의 70%인 3500원만을 지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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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요금제를 선택하면 월 11.99달러로 최대 6인까지 무제한 스트리밍 음원을 즐길 수 있다. 역시 미국보다 3달러 저렴하다.  사진=애플뮤직 화면 캡처

애플뮤직의 자랑인 가족요금제에서는 문제가 더 커진다. 최대 6인에게 11.99달러(약 1만3500원)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70%인 9450원이 창작자 몫이지만 이를 6명이 나눌 경우 창작자에게 떨어지는 수익은 1575원에 그친다. 국내 한 음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월 8000원 요금의 60%인 4800원이 돌아가니 약 1/3만을 지급하는 셈이다. 애플이 손해 보지 않고 창작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 방식에 대해 애플은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혜택이 되지만 음원 창작자에게는 공 들여 만든 창작물을 ‘떨이’ 가격에 판매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할인 프로모션의 경우 할인된 금액만큼을 서비스 제공자가 감당해야 하지만 애플뮤직은 이를 콘텐츠 창작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결국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해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아직 애플뮤직과 계약하지 않은 곳도 많다. 3000만 곡이라는 숫자에 비해 들을 수 있는 국내 음원이 적은 이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플뮤직처럼 서비스를 변경(클라우드 기능 추가)해 개별 계약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할 경우 가격 출혈경쟁이 돼 창작자에게 가는 몫이 적어져 피해는 고스란히 창작자가 입게 된다”고 말했다.

애플뮤직이 내세우는 강점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맞춤 음원 제공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이미 국내에서 2년 전부터 해왔던 것으로, 특별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또 앱스토어에서 내부 결제한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다른 사업자에게서는 30%를 가져가는데 반해 애플뮤직은 수수료가 없으니 불공정 거래의 소지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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