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장 선거 후보자 5명 등록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들이 지난 23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장선거 공명선거 실천 결의대회에서 결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흥, 장정수, 전병관, 장호성 후보. 가장 늦게 등록을 한 이에리사 후보는 빠졌다.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10월 5일 드디어 통합체육회의 첫 수장을 뽑는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열린다. 이번 선거는 그동안 엘리트 체육을 관장해온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을 담당해온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한 이후 첫 통합 체육회장을 뽑는 선거여서 누가 수장 자리에 오를 것인가에 대해 체육계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통합 대한체육회장은 연 4000억원의 예산권을 집행하고 엘리트와 동호인들을 통틀어 600만명에 이르는 등록 선수들을 관리하는 총 책임자다. 그런 ‘대한민국 체육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총 5명이다. 장정수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65)이 가장 먼저 후보 등록을 마쳤고 이어서 장호성 단국대 총장(61) 전병관 경희대 교수(61)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61)이 가세했다. 마지막으로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62)이 뛰어들면서 초반 미지근했던 선거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치열한 5파전이 펼쳐지고 있다.

장호성 VS 이에리사 ‘양강구도’?

이번 대한체육회장 후보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다. 광복 이후 대한체육회장은 신익희 조병옥 이기붕 이철승 노태우 정주영 등 정·재계 거물들이 주로 맡아왔기 때문에 더욱 비교가 되고 있다. 올해 양 단체 통합을 주도했던 김정행(73) 강영중(67) 체육회 공동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절대강자가 없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과거 선거의 경우 유력한 후보가 판세를 좌우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뚜렷하게 앞서나가는 후보가 없어 체육계에서는 결과 예측이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올해 선거는 이전과는 달리 1405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선거인단이 회장을 뽑게 돼 있어 변수가 많다. 게다가 후보들의 면면 때문에 ‘친 문체부’ 대 ‘반 문체부’, ‘엘리트’ 대 ‘생활체육’ 구도가 펼쳐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체육계에선 장호성 단국대 총장과 이에리사 전 의원의 양강 구도에 이기흥 전 수영연맹 회장과 전병관 경희대 교수의 추격전 양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8년부터 단국대 15∼17대 총장을 역임하고 있는 장호성 총장은 현재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KUBS) 부위원장, 아시아대학스포츠연맹(AUSF) 부회장,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 회장을 맡고 있다.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은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84)이 부친이다. 장 총장은 체육계는 물론 정계에도 발이 넓어 친정부적 성향의 후보로 꼽힌다. 출마 선언을 하기 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교감을 이뤘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고 강영중 회장의 불출마로 문체부가 장총장을 새로 낙점했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나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전자공학과 동문 후배라는 점도 그런 낙점설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대해 장 총장은 “정부로부터 (체육회장 선거 출마와 관련한)제안을 받은 적도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장 총장은 ‘함께 가자! 대한체육 100년’을 모토로 ▲전문체육-생활체육-학교체육이 하나 되는 통합 대한체육회 ▲선수와 지도자에게 자랑스러운 대한체육회 ▲국민 모두에게 행복을 드리는 대한체육회 ▲청소년의 활기찬 삶에 이바지하는 대한체육회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주도하는 대한체육회 ▲대한체육회관 신축 등 6가지의 공약을 제시했다. 장 총장은 “대학을 운영한 경험으로 통합 체육회의 갈등을 해결해 화학적 통합을 이루겠다”면서 “당분간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지만 이후 수익 사업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 독립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나중에 출사표를 던진 이 에리사 전 의원은 인지도면에서 단연 앞선다. 제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을 지낸 이 전 의원은 지난 1973년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에서 열린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사라예보의 영웅이란 별칭을 얻었다. 서울올림픽과 아테네올림픽 여자탁구팀 감독, 태릉선수촌장, 토리노 동계올림픽과 베이징 올림픽 한국선수단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체육인들의 복지 향상과 한국 체육사 위상 제고를 위한 입법 활동을 다수 펼쳤다. 가장 늦게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현실적인 공약을 내세우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건강한 미래세대 육성 ▲체육이 있는 삶 실현 ▲체육인들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이라는 3가지 목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먼저 학교체육의 정상화를 위해 학교의 교사 학생뿐만 아니라 체육지도자,체육단체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체육의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위원회(가칭)’를 신설하기로 약속했다. 또 생활체육을 기반으로 차세대 체육영재 발굴시스템 구축하고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친 문체부’vs‘반 문체부’, ‘엘리트’vs‘생활체육’의 대결 구도?

전병관 교수는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되기 직전까지 부회장을 지냈고 지난해 국민생활체육회장에 출마한 경력이 있는 생활체육통이다. 유도 선수로 시작해 대학 교수를 거쳐 한국체육학회 회장,대한체육회 이사,국민생활체육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공약사항으로 ‘혁신 5대 과제’와 ‘상생 5대 과제’를 주장했다. 혁신 5대 과제로는 ▲세계 최상위권 경기력과 생활체육 기반조성 재정 200% 증액 ▲대한체육회 가맹 협회및 시도체육회의 위상 제고 ▲체육행정 전담부처 ‘체육청’ 설치 ▲체육관련법 정비를 통한 체육기반 확장 ▲남북통일 체육과 국제스포츠 외교력 강화를 꼽았다. 그는 “체육회는 체육인이 맡아야 한다. 운동 선수로 시작해 쌓아온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체육의 선진화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이기흥 전 수영연맹 회장은 “새로운 대한체육회 100년을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고 다짐했다. 체육인 출신은 아니지만 대한카누연맹회장과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지냈고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2012 런던올림픽에 한국 선수단장을 맡아 체육계에 인맥이 넓다. 체육회 부회장을 맡을 당시 통합 과정에서 생활체육 쪽에 무게를 싣는 현 정부에 맞서 엘리트 체육을 대변하는 핵심 역할을 했던 전력으로 ‘반 문체부’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 스포츠토토 수익금 배분 조정 등을 통한 재정 자립 ▲ 생활체육 활성화를 통한 체육인 일자리 창출 ▲ 한국 체육 100주년 기념관 설립 및 100년사 발간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2010년부터 수장으로 있었던 대한수영연맹이 온갖 비리와 내부 갈등으로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지정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정수 전 민주평통 운영위원은 유도인 출신으로 1977년 볼리비아 유도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는 등 해외에 유도를 보급하는데 힘썼다. 1997년까지 뉴욕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했다. 5명의 후보들 가운데 지지기반은 가장 약하지만 이번 선거에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을 정도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눈길을 모았다. ink@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