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양승호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현장에 복귀한다. 프로는 아니지만 그보다 더 의미 있는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 수장을 맡게 됐다. 2012년 10월 프로야구계를 떠났으니 햇수로 따지면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난 5년간 양 감독은 롤러코스터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많은 일들을 경험했다. 롯데 역사상 최고 승률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라는 표면적인 이유로 유니폼을 벗은 양 감독은 그로부터 2개월 뒤, 고려대 감독 시절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돈이 문제가 되면서 배임 혐의로 인생의 쓴맛을 봤다.


분명 잘못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이젠 야구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고자 독립야구단 감독직을 고심 끝에 수락했다. 양 감독의 현 직함은 한 물류주식회사의 부사장이다. 항공 및 해상화물을 취급하는 국제복합운송전문업체의 임원으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양 감독은 "운영위원회 측이 지난 8월부터 꾸준히 감독 자리를 제안해왔다. 당시엔 시기상조(時機尙早)라 생각해 고사했다. 그런데도 지속적인 요청이 들어왔고, 회사와 이해 관계까지 잘 맞아떨어지면서 감독직을 수락하게 됐다"고 했다. 특히나 양 감독은 이 과정에서 소속 회사 대표의 깊은 배려가 있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한 회사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만큼 주변의 많은 걱정이 있었다는 양 감독은 감독직 수락에 있어 2가지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선수들에게 돈을 받으면 안 된다', '먹고 자고 하는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제안을 했다는 것.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게 양 감독의 의사였는데, 운영위원회 측이 이를 좋게 받아들이면서 독립야구단을 이끌게 됐다는 게 양 감독의 설명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자신에 대한 보수(報酬) 문제였다. 야구한 사람이 빚을 졌으니 평생 그 빚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양 감독은 "내가 지금 하는 일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운영위원회 쪽에 '나는 무급(無給)으로 할테니, 우리 코치진들을 더 챙겨달라'고 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양 감독이 자신의 보수까지 내려놓으면서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에는 그만큼 과거의 실수를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그런 생각을 한 데는 최근 진행 중인 스토브 리그와 관계도 없지 않다. 찬 바람이 불면 프로야구계에서는 용광로처럼 뜨거운 '쩐의 전쟁'이 시작된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수십억에서 많게는 100억까지 받으며 구단과 계약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그 이면에는 적은 연봉을 받으며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선수들이 훨씬 더 많다.


2군, 3군 또는 독립야구단에 속한 선수들은 더욱 상황이 열악하다. 온전히 야구에만 집중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어쩌면 이러한 이야기들은 너무나 뻔한 스토리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구로 성공하고픈, 진심으로 야구를 대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의 것까지 과감히 포기할 수 있다는 게 양 감독의 입장이었다.


'파주 챌린저스'의 홈구장은 오는 12월 중으로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양 감독은 "70% 정도 공사가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 이제 곧 공사가 끝날 텐데, 조만간 방문해 시설들을 둘러볼 계획이다.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홈구장이 있는 파주시의 관계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시의 발전과 독립야구의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당찬 각오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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