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유소년야구클리닉 개최하는 프로야구선수협의회
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제2회 프로야구선수협의회 유소년야구클리닉 ‘빛을 나누는 날’ 행사에서 선수협 이호준 회장(가운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내년 도입될 KBO리그 에이전트제도를 둘러싸고 업체의 무리한 실적 욕심에 선수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각 구단 연봉협상자들과 에이전트 업계 관계자들은 “에이전트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일부 업체가 실적을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중간에 낀 선수들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에이전트 관계자는 “에이전트 경험이 거의 없는 이들이 경쟁적으로 난립한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FA 협상 과정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에이전트와 울며 겨자먹기로 협상을 진행하는 구단도 있다. 업체 실적이 국내 에이전트 권리 획득에 큰 잣대가 된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돌아 무리를 해서라도 계약한 선수를 해외로 보내려고 하는 회사도 있다”고 귀띔했다. 해외진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지만 원소속구단의 제시액을 근거로 몸값 협상을 펼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의미다.

KIA 양현종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양현종은 프리에이전트(FA) 신청을 한 자리에서 “해외진출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알아보는 데까지 알아본 뒤 성실히 협상에 임하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했다. 구단도 “2년전 포스팅시스템에 참여했을 때 잔류를 요청한 부분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만족할 만큼 알아본 뒤 만나자”고 답했다. 해외진출을 하지 않는다면 KIA에 남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양현종의 에이전트는 돌연 “KIA가 제시를 하지도 않고 만나지도 않아 난처하다. KIA의 제시액을 들어봐야 일본으로 진출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구단을 압박했다. 이 무렵 같은 에이전트 회사와 계약한 김광현이 SK 잔류를 선택했다. 김광현과 양현종을 모두 보유하고 있던 해당 에이전트는 둘 중 한 명이라도 해외시장에 보내야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상황에 빠졌다.

[SS포토] 7월 MVP 양현종, 오늘 광주 구장에 관중이 엄청...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구장으로 입장하는 관중 행렬을 바라보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에이전트 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FA 권리를 획득한 이후부터 양현종에게 일본시장은 가지 않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만큼 일본시장 분위기가 폐쇄적이라는 의미였다. 최근에 듣기로 일본에서 2년간 3억엔 수준의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선수 입장에서도 위험부담을 안고 도전하기에는 만족스럽지 않은 제안일 것”이라고 밝혔다. 양현종의 마음이 KIA 잔류쪽으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 또다른 관계자는 “무리하게 해외진출을 추진해 헐값에라도 성사시키면 회사에 실적은 남겠지만 선수는 상처를 입게 된다”고 밝혔다. 해외구단과 직접적인 접촉 포인트가 없는 회사라면 해외 대리인과 또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양현종은 해외에이전트와 국내에이전트에게 각각 수수료를 줘야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다.

신의로 양현종을 대한 구단 입장도 애매해진다. 구단이 소극적으로 협상에 임해 양현종을 놓쳤다는 이미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구단이 “해외진출의 뜻을 접은 뒤 협상에 임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달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프로야구 선수협회가 내년시즌 직후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강력히 피력하면서 에이전트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선수협측은 “에이전트 제도 시행에 관한 구체적인 사안은 지속적으로 조율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이전트의 변호사 자격즉 취득 여부나 회사의 규모, 실적 등에 엇갈린 입장을 보여 조율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선수협이 만든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는 에이전트가 특정 선수와 체결한 계약서를 들고 나오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라고 밝혔다.

검토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아 에이전트 도입 시기를 못박는 게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선수협과 KBO가 공조체계를 구축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입장을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분명한 것은 선수 한 명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제도라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날치기 통과로는 수많은 피해자만 양산될 게 불보듯 뻔하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