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200m 최선을 다했지만 예선넘지못한 경기력[SS포토]
박태환이 지난 8월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아쿠아틱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에서 역영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박태환의 대반전 원동력은 무엇일까.

박태환이 10년 만에 출전한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따내며 전성기에 버금 가는 실력을 증명했다. 그를 지켜본 이들은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정신력과 천부적인 감각, 옛 코치와의 재회 등을 부활의 이유로 꼽고 있다. 그가 1차 목표로 삼고 있는 내년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롱코스)에서의 좋은 성적도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한국인 첫 금메달

박태환은 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 WFCU센터에서 열린 제13회 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첫 날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34초59를 기록하며 우승했다.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은 50m 정규 규격이 아닌 25m짜리 수영장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턴이나 잠영이 많아 같은 거리의 롱코스보다는 기록이 더 단축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달 아시아선수권에서 4관왕에 오른 직후 호주로 바로 건너가 연습하던 박태환은 훈련과 국제대회 경험 쌓기 차원에서 이 대회 출전을 결심했는데 첫 종목이자 자신의 주종목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8월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맥 호튼(호주)와 은메달리스트 쑨양(중국)은 불참했으나 동메달리스트 가브리엘레 데티(이탈리아·12위로 예선탈락)와 8위 조르단 포테인(프랑스·결승 5위)이 나서는 등 수준급 선수들도 적지 않게 참가해 박태환 우승의 값어치를 더했다. 박태환의 이날 기록은 자신의 이 종목 쇼트코스 최고기록인 2007년 11월 FINA 경영월드컵 시리즈 베를린 대회에서의 3분36초68을 2초 이상 당긴 것이다.

◇아버지의 토로 “은퇴 권유도 했는데…”

박태환은 지난 여름 리우 올림픽 출전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및 대한체육회와 법정 공방까지 벌이는 등 가슴 졸이는 나날을 보내다가 간신히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성적은 최악으로 자유형 400m를 비롯해 출전 3종목에서 모두 예선탈락했다. 리우를 가는 과정에서 받았던 심리적 부담에서 벗어난 것이 박태환 부활의 첫 이유라는 게 주변인들의 평가다. 부친 박인호씨는 “결국 리우 올림픽 엔트리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판결을 통해 출전이 확정된 것 아니었느냐”라고 아들이 리우에 가게 된 과정을 되새기면서 “구기 종목 선수도 아니고 개인 기록 경기를 출전하는 선수에게 타격이 큰 것은 당연하다. 리우에서의 좋은 기록은 무리였다. (박태환이)그런 것을 다 털고 홀가분하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한 것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이어 “리우 올림픽 뒤 최상의 조건이 아니면 운동을 그만두는 것도 명예롭지 않냐고 물었으나 아들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까진 해보겠다’고 하더라. 부모 입장에선 부족하지만 최대한 뒷바라지 해주는 것 말고 없다”며 아들에게 은퇴 권유까지 했던 비화를 털어놓았다.

◇국가대표 선발전 코치와의 재회

좋은 기억을 갖고 있던 코치와의 재회도 빼 놓을 수 없다. 박태환은 리우 올림픽 뒤 현역 생활 지속을 결심하고는 호주 시드니의 수영클럽을 찾아 지난 4월 동아수영대회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까지 자신과 호흡했던 팀 레인 코치를 다시 만났다. 박태환은 지난 3월 초 FINA 도핑 징계에서 풀렸는데 두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컨디션을 끌어올린 끝에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세계 톱클래스에 드는 기록을 만들어 리우 올림픽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는 ‘박태환을 리우로 보내자’는 여론으로도 이어졌다. 박태환은 이후 레인 코치와 결별하고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호주의 다른 지도자와 결합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박인호씨는 “레인 코치와 짧은 시간 훈련했음에도 4월 동아수영대회에서 기록이 괜찮지 않았는가. 그와 다시 만난 뒤 지난 달 아시아선수권이나 이번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에서 잘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타고난 수영 감각+최고의 기술

박태환의 천부적인 수영 감각은 짧은 시간에도 언제든지 그가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에너지다. 그가 2007년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롱코스)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할 때 지도했던 박석기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물에 대한 박태환의 감각이나 수영 기술은 세계 1~2위를 다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나이에 상관없이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몇 년은 더 세계 정상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며 “부족했던 실전 경험을 충분히 쌓고 있는 만큼 내년 롱코스 세계선수권에서도 메달권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박태환은 폐활량이 일반인의 두 배이며 부력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영에 타고난 몸과 소질도 박태환 대반전에 한 몫을 한 셈이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