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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시즌 9호골을 터뜨린 토트넘 손흥민. 캡처 | 토트넘 페이스북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169분당 1골.

손흥민(25·토트넘)의 골 시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팀을 구해내는 통렬한 오른발 슛이었다. 손흥민은 22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2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 원정 경기에서 1-2로 뒤진 후반 33분 문전에서 해리 케인의 힐 패스를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은 토트넘은 13승7무2패(승점 46)를 기록, 3위 리버풀(승점 45)을 승점 1로 따돌리고 2위를 유지했다. 선두 첼시(승점 52)와 승점 6 차이다. 손흥민도 9월 5골 이후 기복 논란에 시달리다가 최근 한 달여 사이 4골을 몰아넣으면서 시즌 9호골(리그 7,챔피언스리그 1,리그컵 1)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팀이 스리백 전술로 돌아서면서 선발진 합류에 애를 먹는 손흥민이다. 이날도 벤치에서 출발했다. 지난 웨스트브롬위치(WBA)전에서 스리백 핵심 요원인 얀 베르통헌이 부상당해 이날 포백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또다시 스리백을 들고 나왔고 베르텅혼 대신 케빈 비머를 내세웠다. 그러나 맨시티의 강한 압박으로 수비진이 흔들리자 전반 막판 포백으로 돌아섰다. 손흥민은 후반 비머 대신 투입됐는데 종반 단 한 번의 기회를 골로 연결했다. 스리백을 가동하기 시작한 지난달 15일 헐시티전 이후 8경기에서 손흥민이 선발로 나선 건 두 번에 불과하다. 출전 시간이 점점 줄어들다가 최근 후반 종반 시간떼우기용으로 그라운드를 밟는 일도 허다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사우샘프턴전에서 후반 들어와 한 차례 유효슛으로 7호골을 터뜨린 것처럼 ‘원샷원킬’로 득점 기록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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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동점골을 넣은 뒤 동료와 어울려 기뻐하고 있다. 캡처 | 토트넘 페이스북

◇분당 득점, 독일 시절보다 빠르다

손흥민이 얼마나 실리적으로 골을 터뜨리고 있는지는 ‘분당 득점’에서도 드러난다. 올 시즌 그는 리그와 리그컵, 챔피언스리그 등 전 대회에서 26경기 1528분을 뛰었다. 최근 후반 추가 시간에 그라운드를 밟는 일이 종종 생기면서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이 58분여에 그친다. 그러나 9골을 터뜨렸다. 분당 득점으로 환산하면 169분당 1골을 넣은 셈이다. 이는 팀 내 최다골(15골)을 기록 중인 케인(114분당 1골)에 뒤지지만 두 번째로 많은 골을 넣고 있는 델레 알리(12골·182분당 1골)보다 앞서는 기록이다.

유럽리그 1군에서만 7번째 시즌을 맞고 있는 손흥민의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서도 골 시계가 가장 빠르다. ‘손세이셔널’ 열풍을 일으키며 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손흥민은 전 대회에서 165경기 1만1394분을 뛰며 49골을 넣었다. 분당 득점으로 따지면 232분당 1골이다. 지난 2010~2011시즌 만 18세 나이에 함부르크에서 데뷔한 그는 첫해 3골, 이듬해 5골로 프로 무대에 연착륙했다. 2012~2013시즌 생애 첫 두자릿수 득점(12골)에 성공했다. 그리고 바이엘 레버쿠젠으로 적을 옮겨 2013~2014시즌 12골, 2014~2015시즌 17골을 넣으면서 EPL 입성에 성공했다. 탁월한 골 감각을 뽐낸 독일 시절보다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주어진 기회에서 골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상을 넘어…EPL 아시아인 새 역사 또 쓸까

평소 우상으로 여긴 선배 박지성과 기성용의 기록도 경신한 손흥민이다. 이제까지 아시아 선수가 EPL에서 뛰면서 한 시즌 가장 많은 골을 넣은 건 8골이다.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2014~2015시즌 8골(리그 5,리그컵 2,챔피언스리그 1)을 넣었고 기성용(스완지시티)은 2014~2015시즌 리그에서만 8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리그 전반기를 갓 넘은 시점에서 9골을 달성하면서 새 역사를 썼다. 이젠 기성용이 보유한 아시아인 EPL 한 시즌 리그 최다골 기록 경신이다. 리그에서 7골을 넣은 손흥민은 남은 16경기 중 최소 2골 이상만 넣어도 기록 달성에 성공한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