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축구대표팀의 손흥민이 6일 수원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은 뒤 관중들의 응원을 유도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었다. 이기지 않아도 좋은 경기 또한 없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그 중요함의 크기가 다르다. 이기지 못하면 러시아 월드컵으로 향하는 길이 너무 어둡다. ‘슈틸리케호’의 선장 거취도 다시 도마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 시리아와 경기에 나선다. 지난 6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패하고도 간신이 A조 2위를 지켰지만 이번에도 패하면 4위까지 밀려날 수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이 승점 1차이로 3위에 올라있는 것은 물론이고 시리아도 한국에 승점 2 뒤진 4위로 뒤를 쫓고 있다.

◇자신감 얻은 시리아. 한국 상대 수비조직력 준비

시리아는 지난 6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1-0으로 물리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경기종료 직전 피라스 알 카팁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추가시간 오마르 카르빈이 차넣어 승리를 얻었다. 승점 2가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 나온 강심장 카르빈의 ‘파넨카 킥’은 팀 전체의 사기를 크게 끌어올렸다. 시리아 대표팀의 한국 일정을 지원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지난 25일 오전 한국에 입국한 시리아는 우즈벡전 승리로 자신감을 얻은 분위라고 귀띔했다. 내전 문제로 홈 경기를 치르지 못하면서 모든 경기를 타국에서 치르고 있는 만큼 한국원정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지난 26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훈련을 지켜보니 분위기가 밝고 활기찼다. 시리아는 압박이 거센 좁은 공간에서 수비하는 방법과 공을 빼앗았을 때 다시 잃지 않고 공격으로 전개해나가는 방식을 훈련했다. 경기장 4분의 1정도 공간에서 11대11 경기를 했는데 수비지역에서 길게 내차는 것이 아니라 낮고 빠른 한 두 번의 패스로 공격진영까지 공을 이어가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개인 기술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공을 가진 선수 주위로 접근하거나 상대 수비사이 공간으로 쇄도하는 등 주변 선수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을 상대로 수세를 예측하면서도 정확한 패스를 통한 위협적인 역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25일 첫 훈련에서도 2시간동안 수비조직력을 점검하면서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약속된 수비까지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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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 제공 | 대한축구협회

◇최상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 깨부숴라 손흥민

손흥민은 지난 해 9월 치른 시리아와 최종예선 2차전 당시 뛰지 않았다. 2016 리우올림픽 와일드카드로 선발됐던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과 대표팀의 논의 끝에 1차전 중국과 경기를 마친 뒤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당시 이재성과 황희찬이 맡았던 왼쪽 측면에서는 시리아의 밀집된 수비를 효과적으로 깨부수지 못했다. 경고누적으로 인해 중국과 경기에 뛰지 못했던 손흥민의 가세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우선 손흥민이 지난 20일 중국 창사에서 대표팀에 합류해 컨디션을 조절할 시간을 길게 가진 것이 호재다. 장거리 이동의 피곤함과 시차적응의 어려움을 해소한 상황에서 시리아전에 온전히 힘을 집중할 수 있다. 손흥민은 시리아와 앞선 경기에 나서지 않아 상대 수비수들이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토트넘에서 활약중인 세계적으로 알려진 공격수라는 존재감이 있는 만큼 시리아 수비진이 방어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손흥민이 직접 골을 기록한다면 상대를 더욱 긴장시킬 수 있는 만큼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손흥민이 자신있게 돌파하며 상대 수비의 불안함을 키우고 수비수를 자신에게 집중시키면 다른 곳에서 밀집수비를 허물어뜨릴 빈 공간이 생길 수 있다.

◇손흥민의 존재감. 주변 동료들이 이용하라.

손흥민과 함께 한국의 왼쪽 라인을 맡게 될 왼쪽 수비수 김진수는 손흥민과 지난 2009년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당시부터 발을 맞춰온 사이다. 김진수는 “서로 눈빛만 봐도 안다. 흥민이와 호흡은 걱정없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지난 중국과 경기에서도 김진수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측면에서 날카로운 돌파와 이대 일 패스 등 몇몇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 손흥민이 수비수들을 끌고 다닐 때 김진수가 상대 배후 공간을 노리는 플레이를 해줄 수 있다.

손흥민과 장신 공격수 김신욱의 호흡도 기대된다. 지난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당시부터 백업멤버로 친분을 쌓아온 둘은 어느새 대표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손흥민의 움직임에 김신욱이 공을 연결해주거나 손흥민 덕에 생긴 빈 공간에서 김신욱이 직접 골문을 노리는 등 둘의 장점을 조합한 다양한 플레이를 시도해볼 수 있다. 공격진의 또다른 카드인 황희찬도 손흥민과 함께 지난해 열린 리우올림픽 본선에서 호흡을 맞췄다. 중압감이 큰 무대를 함께 누비며 8강에 올랐던 사이라 서로의 플레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돌적인 돌파력을 갖춘 선수들인 만큼 상대 수비라인을 뒤로 물러나게 해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

polaris@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