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LA 다저스 류현진(오른쪽)이 8일(한국시간) 캐치볼을 마친 뒤 LG 강상수 투수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긴 재활의 터널을 벗어난 ‘코리언 몬스터’가 3년 만에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했다. LA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28일(한국시간) 류현진의 투구를 지켜본 뒤 “선발로테이션에 넣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2014년 이후 3년 만에 선발투수로 돌아왔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류현진의 투구를 지켜보며 “변화구, 패스트볼, 체인지업 모두 좋았다. 재활과정을 잘 거쳤고 건강해졌다”면서 특히 ‘건강한 류현진’을 강조했다. 현지 언론은 “로버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류현진이 클레이턴 커쇼, 마에다 켄타, 리치 힐에 이어 4번째 선발 투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브랜든 매카시와 알렉스 우드가 5선발 경쟁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3~2014년 다저스의 3선발로 활약하며 매년 14승씩 수확하던 그 때 그 모습을 재현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로버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이날 시카고화이트삭스전에 선발등판해 ‘건강하게’ 5이닝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이날 5이닝 동안 77개를 던지며 홈런 두 방을 포함해 5안타 3실점해 패전투수가 됐다. 1.00이던 방어율이 4경기 14이닝 4자책점 해 2.57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결과가 아닌 과정이 로버츠 감독의 마음을 흔들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5~6일 간격으로 네 차례 마운드에 오르며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지난 12일 LA 에인절스전에서 2이닝, 17일 시카고컵스전에서 3이닝(1실점), 22일 밀워키전에서 4이닝을 던지며 이닝과 투구수를 늘려가 재활을 끝냈다는 것을 확인했다. 빅리그에서도 수준급 투수라는 것은 이미 증명했다. 로버츠 감독도 “건강하다면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그의 귀환을 반겼다.

[SS포토] 류현진 \'오늘 수비가 좋네\'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2014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6회말 투구 후 덕아웃으로 들어오며 야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마운드 위에서는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투구를 했다. 다만 홈런을 맞았을 때에는 우타자 바깥쪽에서 가운데로 다소 공이 몰려 아쉬움을 남겼다. 1회초 2사 후 멜키 카브레라를 상대로 1-1에서 던진 커브는 휘어지는 각도 밋밋했고 높이도 어정쩡했다. 타자 가슴높에서 배꼽쪽으로 떨어지는 느린 변화구는 ‘홈런볼’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한 듯 했다. 시범경기에서 처음 홈런을 허용한 순간이기도 했다.

2회부터는 특유의 제구와 완급조절이 살아나 큰 위기 없이 이닝을 처리했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땅볼을 유도하는 능력이 한층 향상됐고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이끌어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4회초 2사 1루에서 욜머 산체스에게 던진 빠른 공이 홈런으로 연결됐다. 가운데에서 몸쪽으로 살짝 들어간, 벨트 높이 빠른 공 역시 메이저리거들에게는 위험한 높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타구가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날아가 담장을 넘어가자 류현진도 해맑게 웃으며 ‘실투’라는 것을 인정했다.

류현진은 투구 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처음 캠프를 시작했을 때 기대했던 것보다 더 건강하다. 5일 간격의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년간 선수들과 못했던 것들을 하고 싶다. 더 높은 곳(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해 걸어가고 싶다. 볼넷 없이 5이닝을 던진 것이 가장 의미있다. 팔이나 몸상태에 전혀 문제가 없다. 남은 기간동안 구속을 조금 더 끌어 올리는데 신경쓸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LA로 돌아간 뒤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로버츠 감독은 “정규시즌 등판에 맞춰 짧게 던지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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