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가시마의 권순태, 4-0 대승 분위기에 여유로운 미소~
가시마 앤틀러스의 골키퍼 권순태가 26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5차전 울산과의 경기에서 4-0으로 이긴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울산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울산=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이겨서 좋지만 한국인으로서 뭔가 짠합니다.”

일본 가시마가 26일 울산과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5차전에서 4-0 대승을 거둔 26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 경기 뒤 통역을 대동하고 일본 기자들과 인터뷰하던 한 선수가 있었다. 전북을 떠나 올해 가시마로 간 국가대표 골키퍼 권순태였다. 그는 이날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16강행에 공헌한 뒤 차분한 표정으로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났다. 일본 취재진과 대화를 마친 그는 한국 취재진을 보자 반갑게 웃으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는 “기분은 좋지만 한국 팀들도 잘 되어 예선에 많이 통과했으면 좋겠다. 수원과 16강에서 붙을 가능성도 있던데…”라며 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일본 구단 선수로 한국에 왔는데.

뭔가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경기장을 보니 작년과 환경이 많이 바뀌었더라. 가족석도 생기고 의자도 바뀌고 그런 것들이 보였다.

-가시마가 이기고 16강에 가서 기쁠 것 같다.

기분은 좋은데 한국 팀들이 잘 되어 조별리그를 같이 통과했으면 한다. 가슴 속에 짠한 마음이 있다. 오늘 경기 뒤 울산 선수들을 보니 그랬다. 10년 넘게 알고 있는 선수도 있다. 16강 가서 좋지만 한국인으로선 뭔가 그렇다.

-일본 축구를 겪어보니 어떤가.

재미있다. 전술적으로 치밀하다. 하지만 ‘빡세다’고 해야하나. 뭔가 힘들게 경기하는 것은 한국 축구가 훨씬 강하다. 일본은 일본 스타일이 있어 느슨할 때가 있다. 계속 패스패스 하고 그렇다. 치고 받는 경기가 적다.

-J리그에서 한국인 골키퍼 선호하는 이유를 알 것 같은가.

한국인 골키퍼 대우 받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우선 일본 골키퍼들은 키가 작고 맨털이 약하다. 우리 팀 소가하타 히토시도 좋은 골키퍼지만 다부지고 끈질긴 맛이 적다. 주전 골키퍼를 받치는 후보 골키퍼들도 한국 선수들이 좋다.

-전북 경기는 보나. 홍정남이 잘 하고 있는데.

유투브를 통해서라도 하이라이트를 챙겨 본다. 홍정남은 당연히 잘 해야 한다. 10년을 기다린 것 아닌가. 지금은 열심히 잘 하겠지만 매일 경기 나가면서 좀 익숙해질 때가 위험하다.

-가시마는 축구 명문이지만 도시는 작은데.

봉동(전북 클럽하우스가 있는 곳)이라고 봐야 한다. 봉동보다는 조금 더 좋은가. 스타벅스 앞에서 줄 서서 커피 먹고 그런 게 낙이다.

-K리그 구단들을 보며 느끼는 것은.

경기하면서 보니까 끈질기고 악착 같은 게 적다. 지더라도 후회 없이 경기하고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중국이나 일본 구단들이 그렇게 하더라.

-내년엔 전북과 경기해야하지 않을까.

물론이다. 우리 팀 선수들이 전북의 따끔한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웃음). 최강희 감독님과는 연락하고 그러진 않는다. 감독님과는 그냥 말 없이 지내는 게 제일 낫다. 전북 소식을 항상 챙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