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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영업을 끝낸 ‘윤식당’은 아쉬운 작별이 아니라 재회의 기대감을 주고 있다.

오는 19일 종영하는 tvN ‘윤식당’의 공동연출이자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진주 PD의 입을 통해서도 시즌2의 기대감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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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윤식당’. 제공| CJ E&M 

나영석 PD 사단으로 나 PD의 tvN 데뷔작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 파리·스위스 편부터 함께 한 이진주 PD는 ‘꽃보다 청춘’(이하 꽃청춘) 아프리카 편부터 나 PD와 공동연출로 이름을 올리더니 ‘윤식당’으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지난 3월 24일 첫 방송에서 6.1%(이하 닐슨코리아 집계·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스타트를 끊은 ‘윤식당’은 3회부터 꾸준히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자체 최고 기록은 6회 때 14.1%. 나 PD의 예능들이 하나 같이 화제를 모으지만, 늘 시청률 대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서 ‘윤식당’은 대성공이다. ‘윤식당’의 감독판 만을 남겨놓은 이진주 PD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편인 윤식당 영업도 끝났고,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주말마다 편집회의를 한다. 일요일에, 돌아올 금요일 방송분 편집분 배분해주는데, 마지막회라고 배분하는데 시원섭섭했다. 사실 섭섭한게 더 크다.

-처음 갈 때의 마음은 어땠나.

굉장히 불안했다. 어떤 그림이 나올지 모르니까 확신을 가지고 가지 못했던 것 같다. 나영석 선배와 여러 시즌 같이 했는데, 새시즌 갈 때마다 두려움이 있긴 했지만 정말 오랜만에 큰 두려움을 느낀 것 같다. ‘내가 (기획) 해서 망하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러나 성공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4년 동안 이 팀(나영석 사단)에서 배워온 걸 잘 버무린 덕분인 것 같다. 서툴 수도 있는데 작가님이랑 선후배들이 다 도와준 덕분이다.

-나영석 피디에게 뭘 배우고 뭘 버무렸나.

입사 3년차쯤에 ‘꽃할배’ 파리·스위스 편부터 같이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다 나영석 선배한테 배운거다. 제일 중요한 건, 출연자에게 많이 맡기는 것이었다. 많이 들어가서(개입해서) “이거하세요, 저거하세요” 하지 않는다. 그게 불안할 때도 많다. 분량이 안 나올 것 같아서 불안하고, 방송에 쓸 수 없는 이야기만 해서 언제쯤 방송용이 나올까 하며 불안해 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러니까 출연자들은 기분 좋게 찍고 가는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개입을 전혀 안 하는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뭔가 제작진이 요구하거나 그리는 바를 전달한다. 그게 잘 구현되도록 배운 것 같다. 연출스러운 연출을 하면 당장 원하는 그림은 나올 수 있어도 긴 시간으로 놓고 봤을 때에는 리얼한 감정이 깨지게 된다. 출연자가 상황에 몰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열심히 배웠다.

-열심히 배웠다는 말에서 표정이 비장했다.

사실 PD나 작가 제작진은 항상 (방송에 나오는) 그림을 생각하고 (촬영에) 나간다. 그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제작진은 이번 멤버들이 물놀이 다니고 놀러다니길 바랬다. 그런데 식당 운영에 몰입한 나머지 그러지 못했다. 그런데 ‘윤여정 선생님 우리 물놀이 좀 하러 나갈까요’ 라고 이야기 했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았을 것 같다.

-나 PD의 예능들이 계속 여행 콘셉트의 변주인데, 매번 성공한다. 특히 ‘윤식당’이 성공한 비결은 여행지에서 살아보고 싶은 로망을 자극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번도 여행 예능이라고 카테고리화해서 생각해보지 않았다. 굳이 정하자면 리얼리티 예능이라는 카테고리만 있었다. ‘윤식당’도 여행지에서가 아니라 그냥 살아보기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다. ‘삼시세끼’는 완전히 사는건 아니고 왔다갔다 하면서 찍었다. 그래서 한곳에서 더 오래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매력적으로 보여지는 곳이면 해서 여행지인 게 좋겠더라.

-엄청난 재미가 있다기보다는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재미가 뭘까’ 우리끼리 얘기한 적이 있다. 요즘 시대에 재미는 막 웃겨야 하는게 아니라 몰입이 아닐까 했다. 영화가 막 웃긴 영화만 재밌는게 아니고, 무서워도, 장르물도 웃겨서 재미있는게 아니지 않나. 화면에 몰입시키니까 재밌는 것 같다. 웃겨야만 재밌는 예능은 아닐거다. 우리끼리 그런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몰입을 시킬 수 있는 좋은 소재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끼리는 나름의 공식같은 게 있다. 음악을 휘몰아치다가 잔잔하게 하는 등 지루하지 않게 하는 방법 같은 게 있다.

[SS포토]\'윤식당\' 제작발표회, \'이번엔 한식당 운영!\'
tvN ‘윤식당’ 제작발표회에서 이서진(왼쪽부터), 윤여정, 정유미, 신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식당을 생각한 이유는.

‘삼시세끼’를 하면서 음식이라는게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는 걸 알게 됐다. 이것도 나영석 선배에게 배운 것이다. ‘꽃할배’에서 이서진이 김치찌개를 끓이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나는 그걸 할아버지들이 먹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서진이 요리하는 장면은 빨리 편집했다. 그랬더니 선배가 “요리하는 부분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분이니 단계단계, 잘근잘근 살려서 보여주라”고 하더라. 그렇게 편집하면 난 오히려 지루하지 않을까 했지만, 정말로 그 장면이 화제가 됐다. 그런 경험들을 하면서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더 생각하게 됐다. 나영석 선배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코드가 뭔지를 가르쳐줬다. ‘윤식당’에서 식당을 하기로 한 것도 요리를 접목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유미 캐스팅이 신의 한수였다. 누구 아이디어인가.

윤여정 선생님 섭외를 위해 데뷔 50주년 파티 영상을 선물로 준비했다. 난 파티에는 가진 않았는데 영상을 편집하면서 보니 파티에 참석한 정유미가 너무 예쁘더라. 그래서 나 선배에게 정유미를 섭외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이우정 작가도 정유미를 섭외하고 싶다고 했다더라. 그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운명이라 생각하고 연락을 했는데, 정작 정유미가 출연을 고민했다. 하하. 답이 오기까지 한 일주일쯤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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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윤식당’ 이진주 PD. 제공|CJ E&M

-다음 시즌에 대한 구상은.

얼마전에 코멘터리 촬영을 했는데, 출연자들이 ‘윤식당’을 기분 좋게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사실 손님들이 어느 나라에서 온 손님인지 몰라서 애를 먹었다”고 했더니, 이서진이 “다음번에는 내가 주문 받으면서 어디서 왔는지 물어볼게” 했다. 그말에 ‘어? 다음 시즌도 생각이 있는 건가’ 했다. 정말 뿌듯했다.

-원래 예능PD가 꿈이었나.

사실 예능은 별로 안 좋아했다. 별로 안 봤다. 국문학을 전공했고, 음악을 좋아했다. 영상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래서 입사할 때 엠넷으로 지원했다. 그런데 tvN으로 배치가 되고, 예능을 하게 됐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좀 우울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영석 선배가 이적을 해왔고, 내가 사무실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다른 누구에게 “쟤는 어때?”하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런데 “잘 못한다”고 하길래 “그럼 오케이!”하면서 나를 이 팀으로 배정했다고 한다. 영상을 전공하거나 영화를 제작해본 사람 등 경험이 많은 사람들도 많았는데, 내가 돋보이지 않는 사람이어서 좋았나보다. 운이 좋았고, 잘 배웠다. 처음에는 내 길이 아닌 줄 알았는데, 입사 7년차가 되고 나니 적성에 맞구나 싶다.

-이진주 PD가 본 나영석 PD는 어떤 사람인가.

‘신서유기’랑 ‘삼시세끼’ 정선 편 시즌1,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 빼고는 다 같이 했다. 선배가 막 살가운 사람은 아니다. 그냥 차츰차츰 선배가 후배에게 이런 마음이 있구나 하는걸 천천히 알아간 것 같다. 그래도 이번에 내가 잘 됐다고 가장 좋아해줄 사람이라 생각한다. 나한테 축하한다 얘기해주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기뻐할 사람이란 걸 안다. 직업적으로 나에게 선생님, 아버지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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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 E&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