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정혁(31)과 한화 이글스 김원석(27). 두 선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역경을 딛고 올 시즌 프로야구 1군 엔트리에 등록, 실력으로 이름 석자를 알렸다.


이들처럼 여기 또 다른, 수백 번 넘게 '포기할까'라는 마음을 가졌다가 이내 고쳐먹고 다시 글러브와 배트를 손에 쥔 선수가 있다. 고양 다이노스(NC 다이노스 2군) 소속 외야수 이원재(28)다.


올해 한국 나이로 29세인 이원재는 12일 현재 올 시즌 퓨처스 리그 54경기에 출전해 156타수 51안타(4홈런) 35타점 27득점 타율 0.327로, 타격 전체 9위를 달리고 있다.


팀에서도 50경기 이상을 소화한 선수(조원빈, 김찬형)들 중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할 만큼 선구안과 장타력을 겸비한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양승관 타격 코치도 "이원재는 가능성이 있는 친구"라며 그의 장래성을 높게 평가했다.


야구를 대하는 진정성과 자세 그리고 목표 의식이 그 누구보다 뚜렷한 이원재의 야구 인생에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 프로 지명 못 받은 설움, 최초 독립 구단 창단 멤버로 풀다


수유초, 이수중, 청원고, 호원대학교를 졸업한 이원재는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배를 마셨다. 어느 구단도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프로의 꿈을 접고 군 입대를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그때 마침 NC 다이노스 입단 테스트 소식을 접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했다.


더 이상 국방의 의무를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군 입대를 결정하려던 그때, 또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 최초의 독립 야구단인 고양 원더스(2015년 해체)가 창단한다는 소식을 접한 것.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입단 테스트에 지원했고, 당당히 합격증을 손에 넣었다.


그렇게 2년 넘게 고양 원더스의 주축 선수로 활약한 끝에 이원재에게도 프로 입단이라는 운명적인 날이 찾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팀은 NC. 이원재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전날에 팀 코치님께서 'NC로 가게 됐다'라고 말씀해주셨다. NC라는 이야기를 듣고 만감이 교차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꿈에 그리던 프로 유니폼 하지만…


꿈에 그리던 프로 유니폼을 입었지만, 미루고 미룬 군 복무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2013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으로 입대했다. 김용의(31·LG 트윈스)처럼 현역 복무 이후 당당히 1군 무대에 오른 사례가 있긴 하나, 복귀 가능성은 희박했다.


군 생활하는 2년 동안 야구 감각은 떨어지고,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원재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 후임이 사회에서 야구를 경험한 터라 그 와 함께 일과 시간 외에 캐치볼을 하며 감각을 유지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꾸준히 했다.


이원재는 "군 복무 시절, 운동할 수 있는 운동장도 없고 시설도 부족했다. '야구를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 그렇지만 간부님들의 배려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또 야구를 경험한 후임이 함께 캐치볼 해주며 많이 도와줬다. 그래서 야구를 놓을 수 없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 전역 후 고양 다이노스 주장까지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고양 유니폼을 입은 이원재는 올 시즌 중책을 맡았다. 팀의 중간 기수로서 주장을 맡게 된 것. 그는 "아무래도 후배가 더 많다 보니 형처럼 다가가려고 노력한다"며 형님 같은 리더십을 강조했다. 또한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보다는, 먼저 다가올 수 있는 주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NC 1군 외야진은 현재 빈틈이 없을 만큼 탄탄하다. 권희동, 이종욱, 이재율 등이 타격, 수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NC의 연승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1군 진입이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이원재는 20대 끝자락에서 1군 진입을 꿈꾸고 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게 야구다"라는 그는 "더 열심히 해서 올해 1군에 꼭 올라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원재에게 야구란. "야구는 없어서는 안 될 가족 같은 존재다. 때로는 웃을 때도, 때로는 슬플 때도 있다. 기쁨과 슬픔 이 모든 걸 나눌 수 있는 게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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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고양 다이노스 제공, 김도형기자 wayn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