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최다빈
축구선수 이승우와 피겨스케이터 최다빈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된 스포츠서울 창간 32주년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코리안 메시’와 ‘제2의 김연아’가 만났다.

2017년 상반기 한국 스포츠는 10대 젊은 스타들의 맹활약으로 빛났다. 그 중에서도 ‘한국 축구의 미래’ 이승우(19)와 ‘은반의 새 요정’ 최다빈(17)은 앞으로 몇 년간 국민들의 시선을 모을 스타들로 확 올라섰다. 이승우는 지난 11일 한국에서 끝난 ‘2017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U-20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나서 2골 1도움을 기록하고 한국의 16강 조기 진출에 일등공신이 됐다. 이제 성인팀 무대를 본격적으로 밟아 한국 축구의 저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최다빈은 김연아 은퇴 뒤 한국 피겨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지난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에서 일본과 중국 카자흐스탄 등의 출중한 선수들을 전부 누르고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도 이루지 못한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첫 금메달에 한국이 들썩였다. 최다빈은 이어 3월에 벌어진 2017년 헬싱키 피겨 세계선수권에서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며 10위에 올라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싱글에 두 장의 쿼터를 안겨줬다.

흰 도화지에 멋있는 밑그림을 잘 그렸다. 이제 화려한 채색을 앞둔 두 스타가 이제 스포츠서울 창간 32주년을 기념한 인터뷰 자리에서 만났다. 해맑은 미소와 수줍은 듯 이어가는 대화가 풋풋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운동에 매진, 올 하반기와 내년에 국민들에게 멋진 선물을 드리겠다는 다짐도 했다.

이승우-최다빈
축구선수 이승우와 피겨스케이터 최다빈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에서 스포츠서울 창간 32주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최다빈 “요즘 유명하신 분”…이승우 “제2의 김연아를 만나다니”

최근 끝난 U-20 월드컵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었다. 최다빈은 이승우를 보고는 “축구는 잘 모르는데 월드컵은 봤다”고 말한 뒤 “요즘 유명하신 분이다. 다른 운동 선수와 인터뷰는 처음인데 새롭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영광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승우도 “제2의 김연아랑 같이 있으니까 설렌다. 늘 인터뷰를 혼자 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니까 색다르다”고 답례했다.

인사가 끝나자 둘은 자신의 성과를 되돌아보며 앞날에 대한 생각을 전달했다. 올 여름은 둘의 인생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는 성인팀 승격을 앞두고 행선지를 고민 중이다. 최다빈은 자신이 따낸 올림픽 출전권을 올 여름부터 열리는 대표 선발전에서 잘 지켜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서야 한다. 이승우는 “이제부터가 중요한 시기다. 지금은 휴가니까 잘 놀겠다. 하지만 다음 주(26일)엔 스페인으로 돌아가니까 더 집중해서 훈련하겠다. 내가 원하는 바르셀로나에 남든, 어딜 가든 아직은 내 길을 나도 모르지만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한 다음 달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차분하게 듣고 있던 최다빈도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마음을 잡았다. 최다빈은 세계선수권 뒤 스케이트 부츠 문제로 고생했다. “1차 대표선발전이 다음달 말인데 부츠에 문제가 생겨 한 달 정도 연습을 제대로 못 했다”고 고백한 그는 “내 스케이트는 다른 선수들이 잘 신지 않는 제품이라서 미국에서 만들어 갖고 오는데 종전의 것과 조금 다르다. 시간이 얼마 없는 만큼 내가 부츠에 맞춰가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승우
이승우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에서 스포츠서울 창간 32주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SS포토]이승우의 선제골, 센스 있게 골키퍼 넘기고!
이승우가 지난달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한국-아르헨티나 맞대결에서 선제골을 넣고 있다. 전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만원 관중과 박수, 환상골과 금메달의 힘이었죠”

인생의 새 페이지를 앞둔 시점에서 받은 국민들과 팬들의 환호는 잊지 못할 에너지가 된다. 최다빈은 삿포로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순식간에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다빈은 “지난 시즌에는 쇼트프로그램 주제곡 문제 등으로 힘들었다. 그래서 아시안게임 우승이라는 결실이 더 값졌다. 금메달을 땄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대회 직후 바로 세계선수권 출전이 확정돼 부담스러웠지만 한편으론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최다빈은 아시안게임에 앞서 강릉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4대륙선수권대회) 때 5위에 올라 국제대회에 본격 명함을 내밀었다. 그는 “테스트 이벤트 때 보내주신 박수를 생각해서라도 내년 올림픽에 꼭 출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운동 선배이자 오빠 답게 자신감 넘치는 답변으로 대담을 이끌던 이승우는 “경기를 하다보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그런데 이번 U-20 월드컵 땐 기니전부터 아르헨티나전까지 몸도 좋았고 특히 사람들이 많이 경기장을 찾아 기뻤다. 신이 났다”며 “(2015년 칠레)17세 이하(U-17) 월드컵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하니까 부담도 됐지만 기대가 더 컸고 좋았다. 좋은 선수로 성장할 계기가 될 것 같다”며 만원 관중의 열기가 선수들의 잠재력을 그라운드로 옮겨놓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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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빈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에서 스포츠서울 창간 32주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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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동계아시아게임 피겨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최다빈이 지난 3월1일 태릉실내빙상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평창 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 그들이 간다

또래가 대학생들인 이승우는 7개월 뒤 성년이 된다. 최다빈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 운동을 떠나 인생에서도 의미 있는 시점이다. 이승우는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지만 20대가 되면 좀 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며 다큐와 유머가 적절히 섞인 발언으로 최다빈을 살짝 웃게 했다. 최다빈은 “이제 성인이 다가오는데 지금보다는 더 풍부하고 깊은 연기를 하고 싶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넘어갈 때 여자 선수들 체형 변화가 있어 조심해야 할 것 같다”며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꿈꾸고 있었다.

이승우의 현 소속팀 연고지인 바르셀로나는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도 유명하다. 한편으론 2014년과 2015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이 연속으로 열리는 등 피겨 선수들도 자주 찾는 도시다. 이승우는 “(최다빈이 온다면)특별히 어디를 소개해주기 보다는 날씨도 좋고 편안한 곳이니까 바닷가를 추천해주고 싶다”며 “바르셀로나는 걸어다니면서 자유를 만끽하는, 그런 곳이다”라고 소개했다. 최다빈은 “국제대회를 많이 다니지만 대회를 치르느라 관광은 자주 못 한다. 또 힘들어서 숙소에서 그냥 쉰다. 그렇지만 바르셀로나에서 연기할 땐 꼭 바다도 가고 거리도 다녀보겠다”고 약속했다.

스포츠로 한국을 알리는 선수들인 만큼 나란히 국가대표로서의 각오를 밝히며 짧은 만남을 정리했다. 이승우는 “축구가 끝났는데도 축구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그냥 쉰다”면서도 이내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가는 것은 항상 꿈이었다. 내년에 기회가 주어지면 부끄럽지 않게 뛰고 싶다”며 내년 여름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정조준했다. 최다빈은 “일단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평창 올림픽부터 가고 싶다. 올림픽 출전이 확정되면 더 높은 목표를 공개하겠다”며 올림픽에서의 감동적인 피날레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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