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황재균. 2017.07. <제공 | 길성용>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이제는 벼랑 끝이다. 언제든 방출통보를 받을 수 있다. 2경기 연속 그라운드에 서지 못한 샌프란시스코 황재균(30)이 먹구름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올시즌 백기를 든 샌프란시스코가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황재균의 미래가 결정될 전망이다.

황재균은 지난달 29일 극적으로 빅리그 무대에 올라 홈런포를 터뜨렸다.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해지하려는 순간 콜업 통보를 받았고 첫 경기에서 대반전 드라마의 시작을 여는 듯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황재균은 20일 현재 타율 0.167에 머물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샌프란시스코의 성적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전적 37승 59패로 지구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그 전체에서 샌프란시스코보다 승률이 낮은 팀은 필라델피아 밖에 없다. 사실상 올시즌은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 당장 승리에 목을 매기 보다는 미래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올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는 선수들을 트레이드시키고 향후 팀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을 수집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낫기 때문이다.

만일 황재균이 20대 초중반 유망주였다면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끝까지 황재균에게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황재균은 올시즌 후 계약이 끝나는 30대 선수다. 객관적으로 보면 샌프란시스코가 고전하고 있는 황재균을 꾸준히 선발 출장시킬 이유는 전혀 없다. 크리스티안 아로요(22)나 라이더 존스(23) 같은 젊은 선수들이 황재균보다 먼저 콜업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 여러 가지 변수가 황재균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어 버렸다. 샌프란시스코는 올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에두아르도 누네즈(30)를 트레이드 시킬 확률이 높다. 주전 3루수 누네즈가 트레이드된다면 황재균에게는 기회가 올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샌프란시스코가 보스턴에서 방출된 파블로 산도발(31)을 재영입한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 미국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샌프란시스코가 산도발의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했다. 결과를 보고 산도발과 마이너리그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도발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뛰었다. 주전 3루수로 활약하며 두 차례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2014시즌이 끝나고 보스턴과 5년 9500만 달러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고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보스턴은 지난 15일 산도발을 방출대기시켰고 산도발은 다시 FA 자격을 얻었다. 만일 산도발이 다시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는다면 황재균에게는 좋을 게 하나도 없다.

황재균처럼 콜업 첫 경기부터 홈런포를 쏘아 올린 뉴욕 양키스 최지만(26)도 20일 방출대기 통보를 받았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트레이드로 전력을 보강한 양키스는 로스터를 재편해야 했고 최지만이 정리 대상이 됐다. 황재균의 처지도 최지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누네즈가 트레이드되지 않고 다시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은 산도발이 콜업된다면 황재균의 입지는 크게 줄어든다. 9회말 역전 만루홈런 같은 대반전이 필요한데 타석에 설 기회조차 마땅치 않은 냉혹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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