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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8번)이 지난 19일 베트남 호치민 통 낫 경기장에서 열린 U-23 아시아선수권 예선 1차전 마카오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엉성한 준비가 실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 축구가 ‘2018년 23세 이하(U-23) 아시아선수권’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그야말로 빨간불이 켜졌다.

22세 이하(U-22) 대표팀은 21일 베트남 호치민 통 낫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예선 I조 2차전에서 두 수 아래로 여겨졌던 동티모르와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이틀 전 마카오를 10-0으로 대파해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한국인 김신환 감독이 지휘하는 동티모르에 발목이 잡혔다. 이로써 한국은 1승 1무(승점 4)를 기록, 2연승을 챙긴 베트남(승점 6)에 뒤져 I조 2위로 내려앉았다. 베트남은 19일 동티모르를 4-0으로 대파하더니, 21일엔 마카오를 8-1로 이겼다. 동티모르(승점 1)가 3위, 마카오(승점 0)이 4위다.

이번 대회 예선엔 총 39개국이 참가. 10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위 10팀이 내년 1월 중국에서 열리는 본선에 직행한다. 이어 각 조 2위 10팀 중 상위 5팀이 본선 티켓을 거머쥔다. 마지막 한 장은 개최국 중국의 몫이다. 한국이 16팀이 겨루는 아시아선수권 본선행조차 장담할 없는 이유엔 이번 대회 규정이 작용한다. 스리랑카가 참가를 철회하면서 A조 3개국에 불과하게 됐고, 이에 아시아축구연맹(AFC)은 각 조 2위팀이 같은 조 1위 및 3위와 겨룬 성적을 갖고 1~5위에만 내년 본선 티켓을 주기로 했다.

한국은 23일 개최국 베트남을 잡게 되면 I조 1위를 탈환해 본선에 가게 된다. 그러나 베트남을 이기지 못하면 I조 2위가 되고, 그럴 경우 베트남전 및 3위가 유력한 동티모르와의 경기 등 두 경기만 갖고 다른 9개조 2위팀과 승점 및 골득실을 따진다. 동티모르에 비겼기 때문에, 베트남도 이기지 못하면 많아야 승점 2에 불과하다. 현재 다른 조 2위 중 미얀마,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말레이시아, 이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6개국이 1승을 올려 최소 승점 3을 확보했기 때문에 한국은 베트남을 이기지 못하면 내년 본선행이 좌절된다.

한국의 U-23 아시아선수권 본선행 ‘빨간불’은 준비 부족에서 기인한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당초 지난달 중순 기술위를 열어 U-23 대표팀 정식 감독을 선임하려고 했으나 울리 슈틸리케 전 국가대표팀 감독 경질에 따른 새 사령탑 선임 등이 얽히면서 U-23 대표팀 선임도 함께 미뤄졌다. 유력 후보였던 신태용 감독이 국가대표팀으로 올라가면서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이번 베트남 예선을 위해 목포에서 선수들과 땀을 흘리던 정정용 U-18 대표팀 감독을 급하게 임시로 선임했다.

당연히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프로 구단 등이 차출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1995년 1월1일 이후 출생 선수들로 엔트리를 구성할 수 있었음에도 1997년 1월1일 이후 태어난 올해 U-20 월드컵 연령 멤버들을 대거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내달 동남아시안게임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한 홈팀 베트남을 경계 대상으로 꼽았으나, 동티모르와 비기면서 한국은 그야말로 풍전등화 신세가 됐다.

사실 내년 1월 U-23 아시아선수권 본선에 나가지 못해도 한국 축구가 크게 손해보는 것은 없다. 이 대회는 올림픽 티켓이 걸린 대회도 아닌, 그야말로 2년에 한 번씩 벌어지는 대회일 뿐이다. 그러나 4년 전 같은 대회에서 한국이 4위를 차지, 그 때의 장·단점을 토대로 같은 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까지 일궈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내년 U-23 아시아선수권 본선 역시 내년 8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한 소중한 경험 및 옥석가리기의 장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이 U-23 아시아선수권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 자체로도 큰 화제가 될 전망이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