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누구보다 커다란 언어로…한화와 농인의 야구 수어 이야기
  • 입력 2017-08-12 21:40
  • 수정 2017-08-1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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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누구보다 커다란 언어로 말하는 사람들", "더 많은 농인(聾人·청각 장애인)들이 야구를 쉽게 배우고 관심 가질 수 있길 바란다". 한화 이글스가 농인들을 위한 야구 수어 교육 행사 겸 야구 클리닉을 개최했다.


한화는 12일 대전시 동구 용전동 소재 일승관(실내연습장)에서 전국 농인 사회인 야구팀 소속 선수 20여 명을 초청해 이 같은 행사를 진행했다. 충주 성심학교 야구팀을 비롯해 농인으로 구성된 총 5개의 야구팀(청주 드래곤, 부천 동광, 화성 다이노스, 고양 엔젤스, 대전 데프 이글스)이 참가해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말부터 한화는 '세상에 없던 말, 야구 수어 캠페인(영문명 The BIGGEST VOICE)'이라는 타이틀로 농인들을 위한 수어 제작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국립 국어원에 등록된 수어 2만 4792개 중 야구 용어는 고작 홈런, 세이프, 아웃 등 3개 뿐이었다. 나머지 용어들은 팀 내에서 자체적으로, 또는 지역마다 제각각 만들어져 사용돼 왔다. 표준화 된 야구 수어가 없다 보니 야구를 즐기는 농인들도 어려움이 많았다. 야구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야구에 대해 생각해 보고 접할 기회 자체가 전무했단 의미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 대해 설명하던 수어 통역사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한 영상을 공개했다. 농인들에게 야구 용어를 보여주면서 '수어로 설명하시오'라는 실험에 대한 결과 영상이었다. 그나마 야구에 관심 있는 농인들은 알고 있는 수어를 활용해 안타, 삼진 등을 설명했다. 반면, 야구를 모르는 농인들은 '모른다'는 표현의 수어를 연거푸 사용했다. 그만큼 농인들에게 야구는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야구 수어가 생겨난 지금, 이제는 농인들이 야구를 접하고 즐길 기회가 훨씬 많아졌다. 보크, 어필 등 어렵고 생소했던 야구 규칙을 이해하는 게 쉬워졌다. 야구 수어가 간편해지니 재미와 흥미는 자연스럽게 뒤따라왔다. 행사에 참석한 한 농인은 "야구에 관심 없던 농인들도 야구 수어가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며 기뻐했다.


뜨거운 열기 속에 본격적으로 야구 수어 교육이 진행됐다. 20년 동안 수어를 가르쳐온 김홍남, 최황순 통역사는 새롭게 제작된 야구 수어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야수, 안타, 타점, 투수의 완봉, 완투, 더 나아가 투수의 구종(직구, 커브, 슬라이더 등) 등을 전달했다. 행사에 참석한 농인들은 통역사를 따라 수어를 익히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Q&A 시간에는 질문이 쏟아져 시간 관계상 서둘러 마무리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에 현장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수업이 끝난 뒤 한화의 레전드 이정훈 스카우트 팀장이 현장을 방문해 약 2시간 동안 야구 클리닉을 지휘했다. 사실 이날 현장에는 야구 수어 코너가 방영되고 있는 MBC SPORTS+ 해설위원이자 야구재단을 운영하는 양준혁 해설위원이 일일 강사로 나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양 위원이 지난 10일 모친상을 당하면서 아쉽게 현장에 함께하지 못했다. 대신 양 위원은 재단 소속 코치 한 명을 파견하는 모습으로 훈훈함을 안겼다.


이 코치는 기초 체력 훈련부터 펑고까지 다양한 훈련법을 전수했다. 농인들이 야구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자 이 팀장도 덩달아 목소리를 높이며 현장을 이끌었다. 특히나 오랜만에 유니폼을 입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코치 생활 할 때를 떠올려 열심히 가르쳤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화가 농인들에게 희망을 선물한 것 같아 구단의 관계자로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나 한화는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 행사가 진행되는 만큼, 농인들이 힘들고, 지치지 않도록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행사에 참여한 전원에게 최신 유행하는, 이제는 여름의 필수 아이템인 휴대용 선풍기를 기념품으로 전달한 것. 추첨을 통해 선수들의 사인 배트, 사인볼 등도 증정하며 농인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안겨줬다. 한화 관계자는 각종 포털 사이트, 동영상 전문 사이트 등을 통해 야구 수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하며 "농인들이 야구 이야기를 나눌 때 더 많이, 더 쉽게 전달하고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야구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한화는 또 "앞으로도 '세상에 없던 말, 야구 수어 캠페인'을 통해 야구 수어 제작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고 했다.


wayne@sportsseoul.com


사진ㅣ김도형기자 wayn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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