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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사극 연기 노하우요? 별다른거 없어요. 연기는 정공법이 최고에요.”

배우 박민영은 지난 3일 종영한 KBS2 수목극 ‘7일의 왕비’를 통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데뷔 11년차의 베테랑 배우이지만 연기력보다는 단아한 외모로 더 주목받았던 그다. 하지만 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동안 왕비의 자리에 앉았다 폐비된 비운의 여인 단경왕후 신씨를 둘러싼 중종과 연산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로맨스 사극 ‘7일의 왕비’에서 그는 비운의 왕비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인 신채경 역을 맡아 혼신의 연기를 선보였다.

-개인적으로 만족할만한 작품. 시청률 기대 못미쳤다. 힘이 빠졌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돌아보면 왜 시청률 안나왔을까

우리 프로그램 직전에 비슷한 소재의 MBC ‘군주’가 종영했다. 우린 후발주자여서 대중의 기대치가 높진 않았다. 워낙 군주도 재미있었으니 틈새시장을 파고 들기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4부 안에 시청자가 확보돼야 하는데 우린 다른 작품이 시작된지 3주후에 첫방송되니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물론 처음 예상보다 낮은 시청률이 나왔다. 처음엔 ‘이 시청율이 맞아?’ 싶기도 했다. 하지만 금방 털어냈다

시청률은 말 그대로 신의 영역이라, 내 손을 떠났다고 생각했다. 다만 잘 만들었다는 평을 듣고 싶더라. 내가 해야 할 것만 해보자 마음 먹은 뒤 시청률을 아예 안 봤다. 나중에는 2위로 끝났다는 말을 듣고 행복했다. 기대치가 컸고 욕심이 더 있었다면 1등 해보고 싶었을 텐데 2등도 행복하더라. 뒤늦게라도 시청자가 봐줬으니 행복하더라.

-사극 연기에 강한 배우라는 평가가 있다. ‘전설의 고향-구미호’, ‘자명고’, ‘성균관 스캔들’ 등 출연 사극이 모두 좋은 평을 이끌어냈다. 이번에 중점을 둔 부분은.

실존인물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연기했다. 캐릭터가 붕괴 안 되게 더 조심해야 했다. 워낙 캐릭터가 사랑스럽고 밝고 좋은데, 삼각관계에 놓였을 때 갈팡질팡하는 듯 보이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고 생각했다. 일편단심 러브스토리로 그려야 하는데 내 연기가 잘못돼 자칫 다른 이에게 흔들리는 모습처럼 보이면 시청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라인을 분명하게 정하고 갔다. 실존인물을 해치지 않으려 한 부분이다.

-사실 극중 캐릭터 채경은 역사적 자료에 몇줄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편했다. 캐릭터 설명만 보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했다. 야사도 읽었지만 야사는 야사일 뿐이다. ‘팩션’ 속에서 내 상상력으로 가도 되는 부분이 있었다. 사랑스럽게 만들고 싶었다. 두사람의 사랑을 받는 매력이 있어야 하니. 그런 점에 노력했다. 연기 하다 보니 좋은 캐릭터더라. 작가님이 잘 써주신 거 같다.

-사극 연기의 노하우가 있나.

현대극과 사극 연기가 다르진 않다. 다만 사극은 더 절제 해야 한다. 현대극은 풀샷이 많고 표현의 자유가 허용된다. 제스쳐도 쓸 수 있고 미사여구도 입맛에 맞게 쓸 수 있다. 그러나 사극은 대본 대사에만 충실해야 한다. 얼굴 표정과 근육, 눈빛과 대사톤만으로 해야 해서 연기가 디테일해야 하는 점은 있다. 극단적으로 타이트한 샷이 많고, 움직임 하나하나가 다 잡히기도 한다. 오히려 그런 점에 매력 느끼는 배우 많더라.

사극의 매력은 절제의 미학이라 생각하는데, 노하우는 없다. 연기는 정공법으로 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연기를 정공법으로 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발음이 흐트러지면 사극은 대사 전달이 전혀 안된다. 별로 실생활에서 안 쓰는 단어도 나오고, 시청자도 귀에 익숙한 대사와 톤이 있으니 그게 어긋나 버리면 무슨말 하는지 모른다. ‘요즘 말을 왜해?’라는 반응도 받을 수 잇다.

그런데 오랜만에 사극을 해보니 몇년전보다 자연스럽고 편하게 바뀐 거 같기도 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어미 처리에서 사극체가 있었는데, 이번에 해보니 현대어와 중간 정도로 바뀌었더라. 나도 대세에 따랐다.

-다음 작품 선택 기준은.

마음껏 풀어져보고 싶다. 코믹 연기를 해보고 싶다. 우는 거 그만 하고, 웃는 것만 해보고 싶다. 생각이 아예 없어도 된다. 바보여도 된다. 밝은 데서 풀어져보고 싶다.

휴식기가 너무 길어지면 감을 잃더라. 복귀했을 때 적응기도 길어진다. 휴식기를 너무 너무 길게 가지진 않을 것이다. 요즘 연기의 재미를 느끼는게 최고조에 이르렀는데, 빨리 다른 작품을 하고 싶다.

-휴식기에는 뭘 하나.

‘집순이’다. 어떤 설문조사에서 내가 집순이일거 같은 연예인 4위를 했다고 해서 발끈했다. 고작 4위냐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예쁘게 꾸미는 스타일이다. 집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니. 집 주방에 ‘카페 드 민영’이란 카페를 운영 중이다.(웃음) 친구들을 초대해 밥도 해주고 차도 마시는데 당일 예약도 받는다.

집에 있으면 뭐하냐는 질문도 받는데, 진짜 바쁘다. 키우는 강아지 몸무게가 10킬로그램 정도 되는데 에너지가 너무 넘친다. 아침에 공을 120번 정도 던져줘야 만족해 하는데 한시간 정도 걸린다. 이것저것하고, 집에 손님도 받다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쉴 때는 집에서 영화 한편씩은 꼭 본다. 중간중간 제안을 받은 작품의 시놉시스를 보기도 한다. 피부과를 안가고 자가 케어를 하는데 얼굴에 팩도 열심히 붙이고 각질 제거도 한다. 쿠킹 클래스도 하고, 매일 중국어 과외도 받는다. 시간이 정말 훅 간다. 그러다가 쉬고 싶은 날은 집에 아무도 초대 안하고 푹 쉰다. 어릴때부터 나는 카페 등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신기했다. 집에서 해야 집중이 되는 스타일이었다.

-배우로서 박민영의 목표와 꿈은.

평생 연기하고 싶다. 처음에는 이렇게 배우를 오래할 생각이 없었는데 꿈이 바뀌더라. 운좋게 데뷔했기에 시작할 때 이렇게 좋아하게 될지 몰랐다. 언제부터 푹 빠졌는지는 모르겠다.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제2의 인생 열리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었고, 막여히 다른 꿈을 찾지 않을까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배우는 할수록 깊이 알아갈수록, 더 알아가고 싶고, 배우고 싶고, 재미가 늘어난다. 다른건 취미로 끝내고, 본업은 연기를 평생 삼고 싶다.

연기 스트레스는 항상 같다. 분석할 때 예민하고 신경을 많이 쓴다. 대본을 받으면 혼자 리허설을 계속한다. 그 스트레스가 갑자기 즐거워질 때 있다. 뭔가 일해야 살아있는 거 같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문화창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