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이승우 \'두명도 가볍게\'
이승우가 지난 5월14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U-20 대표팀 한국-세네갈 평가전에서 상대 수비수 두 명을 제치며 드리블하고 있다. 고양 | 최승섭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될 수 있다면 큰 물에서 도전하고 싶다.”

이승우는 돈이나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가 원한 것은 출전 기회와 도전의 무대였다.

이승우가 한국 선수로는 안정환 이후 15년 만에 이탈리아 1부리그(세리에A)에 진출한다. 이승우의 이탈리아행은 오랜 기다림과 간절함이 통하면서 빚어낸 성과였다. 그는 지난 5월 국내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신태용 현 국가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를 맡아 기니와의 1차전 선제 결승골,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 선제골을 터트리며 세계가 주목하는 재능임을 입증했다. 특히 세계적인 축구 강국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상대로 하프라인부터 대각선으로 질풍 같은 드리블을 펼친 뒤 페널티지역에서 침착하게 골을 넣는 모습은 “리오넬 메시와 똑같다”는 찬사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소속팀 FC바르셀로나B로 돌아온 이승우의 미래는 밝지 않았다. 바르셀로나B가 2017~2018시즌 스페인 2부리그로 승격하면서 팀당 비유럽 선수 쿼터가 두 명으로 묶였기 때문이었다. 바르셀로나는 2군 성격의 B팀을 유소년에서 인정 받은 선수들의 1군 연결 다리로 활용했으나 올 여름엔 달랐다. 브라질 1부리그에서 활약 중인 비치뉴, 온두라스 국가대표로 뛰는 25명의 앤소니 로사노 등 다 큰 선수들을 데려왔고, 이에 따라 이승우는 바르셀로나와 결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승우 측은 이런 분위기를 지난 3월부터 감지하고 바르셀로나 측에 이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는 U-20 월드컵 도중 그의 스페인 에이전트가 스포츠서울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서 밝힌 것과도 같다. 그 역시 인터뷰에서 “아직 바르셀로나와 계약이 되어 있으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로 이적을 암시했다.

이승우가 문을 열어놓자 유럽 각지에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워크 퍼밋 문제로 불가능했으나 도르트문트, 샬케04, 마인츠(이상 독일), 보르도, 몽펠리에, 디종(이상 프랑스), 볼로냐, 피오렌티나, 베로나(이상 이탈리아), 신트 트루이덴(벨기에), 그라스호퍼(스위스),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 등 유럽의 빅리그부터 중상위권리그까지 그에게 입단을 타진한 구단이 적지 않았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를 떠나기로 결심한 뒤 금전적인 조건을 배제하고 출전 기회와 성장 가능성을 우선 따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벨기에와 스위스 구단도 물색했고, 네덜란드 구단들도 알아봤다. 점점 이적시장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베로나와 자그레브 등 몇몇 구단들로 선택권이 좁혀졌고, 이 때 이승우는 도전 의식을 불태웠다. 그는 지인들에게 “이왕이면 5대리그(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안에 있는 팀에 가고 싶다. 한 번 도전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가 마지막까지 영입 의지를 접지 않은 디나모 자그레브를 처음부터 눈여겨보지 않았던 이유다. 자그레브는 올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 출전하는 등 유럽클럽대항전에 매 시즌 나가는 팀이지만 정작 크로아티아 자국리그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승우는 다른 곳을 원했다.

미국의 LA갤럭시는 거액의 이적료를 바르셀로나에 제시해 유혹의 손길을 보냈다. 그래서 구단은 이승우에게 LA행을 설득했지만 이승우의 시선은 유럽, 그 중에서도 좀 더 ‘큰 물’에 꽂혀 있었다.

그리고 이승우의 올 여름 이적 스토리가 베로나와의 완전 이적, 4년 계약으로 끝을 맺었다. 베로나는 수 차례 오퍼를 수정하면서 금전적인 면에서도 이승우에게 섭섭하지 않은 대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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