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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국수는 제주도 사람들의 해장국이다. 물론 제주도에서 많은 해장국집이 있지만 대부분의 제주도 술꾼들은 집에 들어가기 전 고기국수를 먹는다. 원래 해장국은 술 마신 다음 먹어둬야 아침에 위력을 발휘한다.
그속에 비행기를 타라고?. 아니다.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도 생겼다. 해장에 이만한 것도 없다. 돼지 고깃국물 주욱 들이켜면 ‘위세척’이라도 받은 듯 하다. 한 모금 두 모금에 국수가 드러나면 젓가락 휘휘 저어 국수를 집는다. 냉큼 입에 욱여 넣고 휘파람 불듯 입술을 동그랗게 만들어 쪼록 빨면 된다. 국수가 메밀이니 속이 부대끼지도 않는다.
밥을 좋아하면 돼지국밥을 주문하면 된다. 이 역시 같은 국물과 고명이다.
한 그릇 싹 비우고 나면 눈이 초롱해진다. 바로 소주를 주문할 수 있는 힘도 생긴다.
★가격=메밀고기국수 8500원, 돼지국밥 8000원, 특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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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다동 부민옥 ‘육개장’=
이 집은 술을 많이 먹여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점심에 해장용 육개장을 파는 집이다. 매콤한 양무침에 해산물 가득한 부산찜 등 술이 없인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안줏거리로 현혹시켜 잔뜩 취하게 만들고, 다음날 점심엔 육개장과 양곰탕으로 되불러들이는 등 종교집단 같은 영업 순환 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육개장은 사골과 고기를 잔뜩 고아낸 고깃국물에 손가락만한 대파를 툭툭 썰어넣고 양지 살코기를 찢어 넣은 정통 육개장이다. 온통 붉은 색깔과 달리 그리 맵진 않다. 고깃국물이 기본 에이스라 그렇다. 그래서 주욱 들이켜도 속이 아프지 않고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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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짓국도 판다. 커다란 도토리묵 같은 선지 덩어리를 잔뜩 넣고 팔팔 끓여냈다. 술을 마시기 좋은 집이라 해장을 한 후 가만 몸을 추스리다,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1차에 도전해도 된다.
예전 건물이 재개발되면서 최근 바로 옆 단독 건물로 이전했다.
★가격=선지국밥 7000원, 육개장 9000원. 양무침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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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소문 잼배옥 ‘해장국’=
1933년 개업했으니 85년된 노포 설렁탕집이다. 서울역 앞 동자동 잠바위 앞에서 출발해 잼배란 이름을 얻었으며 이후 중앙일보사 앞을 굳건히 지키고 섰다. 최근 새단장해서 깔끔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이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설렁탕 역시 구수하고 진한 국물로 해장에 좋지만 따로도 해장국을 판다. 술에 지친 술꾼들이 씹기좋게 잘게 썰어낸 우거지와 입술로 베어물어도 뚝뚝 잘릴 큼지막한 선지 덩어리가 들었다. 매콤한 국물이지만 사골 국물로 끓여낸 덕에 부드럽다.
국물과 함께 푸짐한 건더기도 훌훌 넘어간다. 밥을 말아도 그만, 안말아도 좋다. 진하고 뜨거운 국물은 밥알과 한데 뒤섞여 흘러 넘어간다. 위장부터 장까지 온기를 전하며 속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방광 속으로 사라진다. 원래 설렁탕집이라 깍두기와 김치도 맛난다. 속이 좀 돌아오면 하나씩 집어먹으며 기운을 차리면 된다.
★가격=해장국 7000원, 설렁탕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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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다동 ‘무교동 북어국집’=
서울시청 인근 다동에 자리한 ‘무교동 북어국집(구 터줏골)’은 단일 메뉴 오직 ‘북엇국’만 판매한다. 1968년에 문을 열었으니 자그마치 5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이 집은 반백 년 긴 세월 동안 숙취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안식과 평화를 주었던 해장의 성지다. 이른 아침부터 붐비기 시작하는 이 집은 점심시간이 되면 모여드는 사람들로 긴 줄을 드리운다. 점심시간에 북엇국을 맛보기 위해선 일찍 서두르거나 오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집의 북엇국은 사골을 진하게 고아낸 진하고 고소한 육수가 특징이다. 여기에 황태와 두부를 넣고 마지막으로 달걀을 풀어 ‘스뎅 냉면 그릇’에 넉넉하게 담아낸다. 뽀얀 국물에 포슬포슬한 황태와 입에서 살살 녹는 두부가 넉넉하다.
국물은 거의 간이 되어 있지않다. 식성에 맞게 새우젓을 넣으면 된다. 고소하고 진한 육수를 한입 들이켜면 금세 속이 편해지고 든든해져 일순간에 숙취가 해소되는 기분이다. 부추무침을 북엇국에 같이 넣어 먹어도 별미다. 양이 부족하면 공깃밥을 포함해 국물과 건더기를 추가하면 된다. 리필은 모두 무료다. 테이블엔 오이지와 배추김치, 부추무침이 준비되어있어 원하는 대로 덜어 먹을 수 있다. 특히 북엇국과 곁들여 나오는 나박김치는 새콤달콤한 맛으로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고 기분까지 상쾌하게 해준다. 아! 굉장히 친절하다. 줄 설만 하다.
★가격=북어해장국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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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교동 ‘전주 콩나물국밥’=
해장국에 콩나물국밥이 빠질 수 없다. 특히 콩나물은 아스파라긴산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피로회복과 숙취 해소에 탁월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콩나물국밥은 해장은 물론 추운 날씨에 든든하게 속을 채워줄 한 끼 식사로 제격이다.
지하철 6호선 망원역 인근에 자리한 이 집은 전주식 콩나물국밥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시원하고 깊은 육수맛이 일품이다. 황태를 비롯해 마른멸치, 다시마, 새우 등을 듬뿍 넣고 우려낸 감칠맛 나는 육수에 고추씨 가루를 넣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더했다. 식힌 밥을 담은 뚝배기에 미리 삶아놓은 콩나물을 얹고 뜨거운 육수를 부었다 따랐다를 반복하는 토렴식으로 말아낸다. 마지막으로 잘게 썬 김치와 소고기 장조림을 고명으로 올려 완성한다. 맵기의 정도에 따라 순한맛 보통 매운맛 3단계로 주문을 할 수 있으며 매운 정도는 청양고추로 조절된다.
시원하고 진한 감칠맛이 느껴지는 국물과 아삭아삭한 콩나물, 짭조름한 소고기 장조림이 입안에서 어우러져 환상의 조합을 이룬다. 토렴으로 말아낸 국밥은 65~70도 온도로 뜨겁지 않아 깊은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또한 곁들여 나온 수란은 김을 찢어 넣고 뜨거운 국물을 몇 숟갈 넣어 휘휘 저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가격=전주콩나물국밥 6000원, 한방모주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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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철원양평해장국
=고양시 원당동과 서울 외곽순환도로 교차하는 인근에 철원양평해장국집이 있다. 밤늦은 시간에도 네온사인으로 켜진 상호는 반짝이고 있었다. 24시간 영업하기 때문이다. 교차로라는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찾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얼큰하고 담백한 양평해장국 특유의 맛에 하루종일 사람들이 찾기 때문이다. 고기부터 쌀, 배추까지 모든 재료는 100% 국내산을 쓰고 있다. 처녑과 선지가 그릇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한 가득이다. 따로 나온 공기밥에 손이 안 갈 정도로 푸짐하다. 일상에 지친 서민들에게 포만감을 선사하는 듯 넉넉하다.
선지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달콤함에 젓가락이 절로 간다. 빠른 회전으로 신선도가 높기 때문이다. 상냥한 주인은 “재료는 당일 구매해서 당일 소비해요. 손님들이 많이 찾아 재고 없이 소진하는 것이 너무 좋죠”라며 웃었다. 벽 한켠에는 오랜 맛의 전통에 매료된 수많은 스타들이 남긴 사인이 가득했다. 주변에 스튜디오가 많아 밤샘 촬영으로 허기진 스타들이 많이 찾기도 하지만 맛때문에 자주 들러 단골이 됐기 때문이다. 넉넉한 주차장 또한 식당의 매력이다. 해장국 한그릇하고 자리를 뜨기 전, 식당에서 주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시원한 바람을 쐬는 것도 즐거움을 더한다.
★가격=양평해장국 8000원, 선지해장국 7000원, 콩나물해장국 6000원.
demor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