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와人드'는 되감는다는 영어 단어 '리와인드(rewind)'와 사람을 뜻하는 한자 '人'을 결합한 것으로서, 현역 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의 과거와 현재를 집중 조명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김병학 인턴기자]'2018 러시아 월드컵' 조추첨이 지난 2일 끝났다. F조의 한국은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맞붙게 됐다. 강호들과 한 조로 묶여 국민들은 걱정 한가득이지만, 한편으로는 일말의 기대감을 품고 있다. 바로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의 기적을 아직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은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궜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황선홍의 붕대 투혼, 안정환의 반지 세리머니 등 그때의 명장면들은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는 이야기 중 포르투갈전에서 루이스 피구를 완벽하게 지웠던 송종국(38)의 투혼을 빼놓을 수 없다.


2002년 6월 14일. 한국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상대하게 됐다. 조 1위를 굳히기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같은 조의 최강자를 만난 것이다. 무엇보다도 포르투갈에는 지네딘 지단과 어깨를 견주던 세계 최고의 윙어 루이스 피구가 있었다. 그를 막아야 할 선수는 고작 23세였던 송종국이었다.


우려와 달리 송종국은 피구를 완벽하게 막아냈다. 약간의 과장을 더하자면 아예 그라운드 위에서 지워버렸다.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었고 돌파를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송종국을 필두로 완벽한 수비를 선보인 한국은 박지성의 골로 1-0 승리를 거두었고, 조 1위로 사상 첫 16강 무대에 진출했다.


한국의 거침없던 질주는 4강에서 멈췄지만 전 세계에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2002 월드컵에서 필드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모든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며 '히딩크의 황태자'로 거듭난 송종국은 특히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당연히 월드컵 후 빅클럽의 러브콜이 쏟아졌고 송종국은 한국 선수 중 역대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의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으로 이적했다.


<2002년 6월 12일 스포츠서울 1면>


송종국, 250만 달러 페예노르트 이적 확정…역대 최고 이적료

‘히딩크호의 황태자’ 송종국(23·부산 아이콘스)이 역대 최고의 이적료를 기록하면서 유럽무대를 노크하게 됐다.


부산 구단은 12일 서울 역삼동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구단과 이적료 400만달러(세금 포함),연봉기본급 40만달러,계약기간 5년에 송종국을 이적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종국의 이적료는 이을용이 지난달 26일 터키 트라브존스포르로 이적하면서 받은 역대 최고이적료(160만달러)의 2배가 넘는 액수로 국내선수 해외진출사상 최고액이다.


이로써 월드컵 이후 이을용과 차두리(독일 빌레펠트)에 이어 세번째로 유럽무대에 진출하게 된 송종국은 팀이 유럽프로축구 챔피언스리그 예선 3라운드에 진출해 있어 꿈의 무대에서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떨칠 수 있게 됐다.


송종국은 특히 팀의 오른쪽 수비수 자리가 비어있어 당장 주전자리를 꿰찰 수 있는데다 팀에서도 적극적인 공격가담을 요구하고 있어 팀내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조금도 뒤지지 않아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네덜란드행을 저울질하다 조건이 좋은 네덜란드행을 결심하게 됐다. 송종국은 24일 로다 JC와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르게 되며 오는 11월17일 PSV아인트호벤과의 경기서는 히딩크 감독과 사제대결을 펼치게 된다.


신체검사를 위해 11일 밤 네덜란드로 출국한 송종국은 15일 올스타전에 맞춰 귀국한 뒤 16일 페예노르트 구단과 한국에서 정식계약할 예정이다. 이어 18일 부산 홈구장에서 고별경기를 갖고 21일 네덜란드로 출국하게 된다.


2002 한일 월드컵 미국전. 송종국이 클라우디오 레이나(우)를 드리블로 제치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전. 루이스 피구(우)를 막아내고 있는 송종국



2002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전. 송종국이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우)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네덜란드 클럽 페예노르트 데뷔전서 반 호이딩크(우)의 골을 어시스트하고 기뻐하고 있는 송종국


2002년 09월 18일. 챔피언스리그 유벤투스 전서 에드가 다비즈(좌)와 볼 경합을 하고 있는 송종국


페예노르트로 팀을 옮긴 송종국은 트벤테와 데뷔전부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오노 신지의 선제골과 반 호이딩크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꿈의 무대라 불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탈리아의 명문 팀 유벤투스를 상대로 에드가 다비즈의 공격을 물 샐 틈 없이 막아내는 등 확실한 진가를 선보였다.


2002 한일 월드컵부터 페예노르트 첫 시즌까지 송종국의 질주는 거침없었다. 하지만 2004년 페예노르트 두 번째 시즌부터 잦은 부상과 재활 치료로 점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결국 네덜란드 적응에 실패한 송종국은 2005년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 입단하며 국내로 복귀했다. 5시즌간 뛰며 주장도 역임하는 등 쏠쏠하게 활약했지만 전성기 때의 기량을 펼치지 못했던 탓인지 2010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샤밥으로 이적했다. 이후 울산 현대와 톈진 테다를 거쳐 2012년 3월 27일, 20여 년의 선수 생활을 뒤로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피구, 다비즈 등 세계 최강의 선수들과 붙어도 밀리지 않았던 송종국. 하지만 전성기는 3년도 가지 못한 채 혜성처럼 반짝 타올랐다가 다시 사그라들었다. 지금은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각종 예능에 출연하며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있다.


월드컵 시즌만 다가오면 아직까지 "송종국이 피구를 막은 것 처럼만 하면..."이라며 아쉬운 목소리가 종종 나오곤 한다. 그때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보고자 인터뷰를 통해 축구선수 송종국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들어봤다. 인터뷰는 오는 14일 '리와人드'를 통해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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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스포츠서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