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니퍼트가 6회 교체되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2017. 10. 30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KBO리그 무대를 주름잡았던 외국인 투수들이 대거 시장에 나왔다. 적응 실패, 부상, 방출 한파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았던 ‘장수(長壽) 용병’들이 올겨울 연쇄 이동을 앞두고 있다.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36)를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보류선수명단에 포함된 상태에서 재계약을 진행하면 최소 157만 5000달러를 줘야하기에 취한 조치다. 결국 157만 5000달러 이하의 금액에 계약하려는 게 두산의 뜻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 이상의 금액을 투자할 구단이 나오면 니퍼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니퍼트는 203㎝의 큰 키에서 내려찍는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로 올해까지 7년을 한국에서 뛰며 KBO리그를 호령했다. 7시즌 통산 94승43패, 방어율 3.48을 기록 중이다. 올시즌 역시 14승(8패, 방어율 4.06)을 거뒀다.

NC는 에이스 에릭 해커(34)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해커도 NC에서 5년을 뛰었다. 통산 성적은 56승34패, 방어율 3.52로 좋은 성적을 냈다. 올시즌에도 26경기에서 160.1이닝을 던지며 12승7패, 방어율 3.42를 기록했다. 2015년 19승을 거두며 다승왕을 차지했던 해커는 이후 3년 연속 12승 이상, 3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다.

롯데는 잡고 싶었던 조쉬 린드블럼(30)을 잡지 못했다. 지난 9일 린드블럼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몸값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린드블럼은 2015년 롯데와 계약하며 한국 무대를 밟아 32경기에서 무려 210이닝을 던지며 13승11패, 방어율 3.56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0경기 177.1이닝, 10승13패, 방어율 5.28로 주춤했지만 올시즌 도중 롯데에 합류해 12경기에서 5승3패, 방어율 3.72를 기록했다. 특히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1승, 방어율 1.93으로 활약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해 120만 달러를 받았던 린드블럼은 올시즌 중반 합류해 47만5000달러를 받았다. 지난해 연봉 이상을 안겨줄 팀이라면 린드블럼을 데려갈 수 있다.

니퍼트와 해커, 린드블럼 모두 10승 이상을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급이다. 하지만 불안요소도 적지 않다. 니퍼트는 이제 30대 후반이다. 올해 역시 14승을 거뒀지만 방어율이 4점대였다. 이전처럼 상대를 완벽하게 압도하진 못했다. 무엇보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선 3경기에서 1승2패, 방어율 8.10으로 좋지 않았다. 그런 니퍼트에게 많은 연봉을 안겨줄 팀이 나올지 의문이다. 해커 역시 10승 보장카드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해커는 니퍼트보다 2살 적을 뿐이다. 지난해 팔꿈치에 이어 올해 발목 부상 등에 시달렸다. NC 역시 많은 이닝을 책임질 젊고 건강한 외국인 투수를 구하려고 해커를 포기했다. 린드블럼은 이들에 비하면 젊지만 2015년의 린드블럼은 아니라는 평가다.

모 구단 관계자는 “니퍼트는 노쇠화가 시작됐을 수도 있지만 내년에도 10승 정도는 충분히 해줄 수 있지 않겠는가. 다만 두산에서 오래 뛴 상징성이 있는데다 150만 달러 이상을 주긴 부담스럽다. 다년 계약을 원한다는 소문도 있다. 해커 역시 부상이 있었던 게 아쉽다. NC가 포기한 투수란 점도 걱정을 키우고 있다”면서 “린드블럼도 2015년과 분명 다르긴 하다. 2015년에 비해 힘보다 공에 변화를 주며 승부하려는 점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앞면만 보면 분명 매력적인 카드지만 뒷면이 불안하다. 그 불안을 감수하고라도 ‘장수용병’들을 품에 안을 팀들이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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