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FIFA 남아공월드컵 북한-브라질
북한 골키퍼 리명국(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2010년 6월1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 브라질과 경기에서 골을 막아내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도쿄=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북폰을 뚫어라.’

이번 동아시안컵에 참가한 북한 선수 가운데 한국에 이름이 가장 알려진 선수는 골키퍼 리명국(31·평양)이다. 그는 국내 축구팬 사이에서 이탈리아의 명수문장 잔루이지 부폰에 빗대어 ‘북폰(북한의 부폰)’으로 불리기도 한다. 10년 가까이 북한의 골문을 지키면서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고 직전 동아시안컵인 2015년 중국 우한 대회에서 골키퍼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리명국의 플레이는 9일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도 빛났다. 비록 후반 추가시간 상대의 슛이 굴절되면서 결승골을 허용했으나 어린 북한 선수들을 끊임 없이 리드하며 안정된 선방 능력을 펼쳐보였다. 경기 후엔 패배를 믿을 수 없다는 듯 하늘을 쳐다보며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지나갔다. 그는 “너무나 아쉽다”는 말만 하면서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미 한국과 A매치에도 무려 6번이나 나섰다. 지난 2008년 중국 충칭 동아시안컵(1-1 무승부)에서 22살의 어린 나이로 북한 골대 앞에 선 그는 이후 열린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및 최종예선 4차례 맞대결에서도 전부 북한의 문지기로 활약했다. 이어 2년 전 동아시안컵 남·북전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지난 2015년 남자 축구 선수로는 유일하게 북한의 10대 체육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태용호는 한국전 경험(6경기 3실점)이 많고 기본적인 실력도 갖춘 북한의 최후 방어선, 리명국을 뚫어야 한다. 그는 이번 대회 주장도 맡고 있어 그가 흔들리면 북한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반면 그의 기가 살아나 북한의 수비가 견고해지면 그들의 공격도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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