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올리며한국시리즈우승확정한양현종[SS포토]
KIA 양현종이 30일 열린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 1점차에 등판 세이브를 따내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하고 포수 김민식과 포옹 환호하고 있다. 2017.10.30.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체육부] 어느덧 2017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올해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듯 스포츠계 역시 수많은 영욕이 교차했다. 가슴 졸이는 순간도, 벅차오르는 감동의 순간도 있었다. 긴 역사가 마무리되고 의미있는 첫 발을 떼며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2017년을 장식했던 굵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한 해를 돌아봤다.<편집자주>◇ 험난했던 한국축구,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 턱걸이

한국 축구가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도중 경기력 부진으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본선행 가도엔 큰 무리가 없었다. 리우올림픽, U-20 월드컵 등 연령별 국가대표 사령탑을 경험한 신태용 감독이 소방수로 투입돼 지난 9월 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드에서 끝난 월드컵 최종 예선 최종전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경기에서 내년 6월 열리는 본선행을 확정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6번째로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을 달성한 국가가 됐다. 1954년 스위스 대회에 처음 출전한 한국은 한동안 본선과 인연을 맺지 못하다가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32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았다. 그 후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전했다. 그러나 본선 진출 이후에도 ‘히딩크 영입 논란’ 등 협회와 대표팀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콜롬비아, 세르비아와의 평가전부터 전열을 가다듬은 신태용호는 16일 막을 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정상을 밟으며 서서히 안정감을 되찾아가고 있다. 신태용호는 2018년 6월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는 독일, 스웨덴, 멕시코 등 강호와 함께 F조에서 경쟁한다.

◇ 30년 만에 한반도 밝히는 올림픽 성화…평창올림픽 준비도 착착

30년 만에 올림픽 성화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성화는 올림픽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3수만에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올림픽을 상징하는 평화의 불꽃이 마침내 평창을 밝히게 됐다. 10월24일 그리스 올림피아의 헤라신전에서 채화된 평창 성화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100일 앞둔 11월1일 한국에 도착해 한반도 전역을 누비고 있다. 올림픽 성화의 국내 봉송은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이다. 성화는 국내 봉송 주자 7500명이 총 2018㎞의 대장정을 거쳐 내년 2월 9일 동계올림픽 개최지 평창에 도착한다. 바야흐로 평창동계올림픽이 눈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기장 시설과 경강성 ktx 개통 등 교통망 확충 작업 등 대회 준비도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한국선수단은 평창에서 금메달 8개를 포함해 메달 20개를 목에 걸어 종합 4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평창을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고 강원도 역시 개최도시 주요 도로 주변과 간판 정비, 숙박업소 및 음식점 시설과 서비스 개선, 교통 특별대책 등을 속속 내놓으며 대회를 차질없이 진행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전통의 명가 KIA, 8년 만에 통합우승

전통의 명가 KIA가 2009년 이후 8년 만에 통합우승(정규시즌, 한국시리즈 동반 우승)을 차지해 통산 11번째 우승 반지를 손에 쥐었다. 프리에이전트(FA) 최형우를 4년간 총액 100억원에 삼성에서 데려와 4번타자를 보강했고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를 포함해 헥터 노에시와 팻 딘으로 선발축을 완성했다. 4월에는 SK와 깜짝 트레이드로 김민식과 이명기를 영입해 리드오프와 포수 부재를 해결했다. 구단의 발빠른 움직임에 김기태 감독 특유의 ‘동행 리더십’이 더해져 4월 12일 공동 선두로 도약한 뒤 시즌 끝까지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에이스 양현종은 20승 6패 방어율 3.44로 1995년 LG 이상훈 이후 22년 만에 토종 선발 20승 투수로 자리매김했고 헥터도 20승(5패)을 따내 1985년 삼성 김시진, 김일륭 이후 32년 만에 동반 20승 선발투수를 팀에 선물했다. 강력한 선발진에 3할타자만 7명이 포진한 폭발적인 타선이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창단 최다승인 87승(1무 56패)을 따내며 퍼펙트 우승을 일궈냈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10월 3일 수원 kt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KIA는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10이닝 무실점, 1승 1세이브로 맹활약한 양현종을 앞세워 4승 1패로 통산 11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 정운찬 전 국무총리, KBO 신임 총재로 추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6년 4개월 간 이어오던 구본능 시대를 마감하고 새 총재를 선출했다. KBO는 지난 11월 29일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새 총재후보로 추천했다. 지난 11일 정관 제 10조(임원의 선출)에 따라 서면 결의로 구단주 4분의 3 이상 찬성을 받아 차기 총재로 선출했다. 1982년 출범한 KBO에서 국무총리 출신이 총재로 선출된 것은 처음이다. 임기는 2020년까지 3년이다. 신임총재 선출로 KBO리그 외연 확장에 큰 공을 세운 구본능 시대가 저물었다. 지난 2011년 8월 KBO 19대 수장으로 추대된 구 총재는 ‘외연 확대’로 KBO리그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임 기간에 8개구단에서 10개구단 체제로 리그가 확대됐고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를 비롯해 새 구장 세 곳이 첫 선을 보였다. 지난해 800만 관중 시대를 열어 프로야구를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 프로스포츠로 이끌었고 아마추어 야구에도 각별하게 신경 써 야구발전기금 300억원을 조성해 아마추어 야구팀 창단을 유도했다. 정 신임총재는 야구의 산업화를 이끄는 등 내실 다지기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류현진 다시 뜨고, 강정호는 퇴출 위기…코리언 메이저리거의 엇갈린 명암

머나먼 미국에서 뛰고 있는 코리안 메이저리그들의 희비가 선명하게 엇갈렸다. 2015년 어깨 수술을 이후 2년 간의 재활을 마치고 올해 복귀한 류현진은 25경기에 나서 5승 9패, 방어율 3.77을 기록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다음 시즌에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 ‘파이널 보스’ 오승환은 지난해 만큼의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지난해엔 6승 3패, 19세이브, 방어율 1.92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62경기서 1승6패, 20세이브, 7홀드, 방어율 4.10에 그쳤다. 2017시즌 시작 전 40인 로스터에서 빠진 이후 단 한 번도 콜업되지 못한 박병호는 친정팀 넥센으로 복귀했고, 역시 빅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황재균도 kt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고 국내무대로 복귀했다. 시즌 도중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 된 김현수는 잔류와 국내 복귀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음주 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강정호는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퇴출 위기에 몰려 있다.

◇ 한국단거리의 새 역사 쓴 김국영…100m 10초07

기록 또 기록이었다. 한국 육상 ‘단거리의 간판’ 김국영(26·광주광역시청)이 남자 100m 기록을 올해 두 번이나 경신했다. 이 기세는 한국 단거리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로 이어졌다. 그는 지난 6월25일 강원도 정선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45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준결승에서 10초13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기록은 2015년 7월9일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자신이 작성한 10초16을 0.03초 줄인 한국신기록. 그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이틀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결승에서 10초07로 우승하면서 이틀 만에 또 기록을 경신했다. 김국영은 KBS배 결승에서도 10초07을 기록했지만 뒷바람이 규정(초속 2.0m 이하)을 초과해 인정받지 못했다. 다행히 코리아오픈에서는 뒷바람이 초속 0.8m에 그쳐 기록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세계선수권 기준 기록을 넘어선 그는 8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남자 100m 예선에서 10초24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며 각 조 1~3위에게 주어지는 준결승행 티켓을 따내며 주목받았다.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금빛 레이스 청신호를 밝혔다.

◇ 남자 아이이스하키, 톱 디비전 승격…평창의 꿈 키웠다

남자 아이스하기국가대표 ‘백지선호’가 2017년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면서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선전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켰다. 지난 4월 남자 아이스하키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톱 디비전(1부) 승격의 위업을 일궈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Ⅰ 그룹A(2부) 최종전에서 우크라이나를 승부치기 끝에 누르고 3승 1연장승 1패(승점 11)를 기록, 카자흐스탄과 승점 타이를 이뤘으나 승자승 원칙에서 앞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1~2위에 주어지는 1부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우크라이나에 가기 전 최하위가 받아드는 3부 강등 우려가 있었으나 초반 3연승을 달린 끝에 미국, 캐나다, 스웨덴, 러시아, 핀란드, 체코 등 세계적인 아이스하키 강국 16개국이 참가하는 톱 디비전에 진출했다. 내년 5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대망의 세계선수권에서는 톱 디비전에서 강호들과 겨룬다. 백지선호는 지난 14일 벌어진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 개막전에서는 IIHF 1위 캐나다와 맞붙어 투지 넘치는 경기를 펼친 끝에 2-4로 석패해 괄목상대한 기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 전북현대, 2년 만에 K리그 챔프 복귀

전북 현대가 K리그 클래식 5번째 별을 거머쥐었다. 지난 2015년 이후 2년 만에 일궈낸 우승이었다. 매 경기 역사를 경신하는 K리그 레전드 이동국 역시 팀의 우승과 함께 사상 첫 K리그 200골을 달성했다. 전북은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 최종전을 마치기도 전에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했다. 전 스카우트의 자살 파문 등 악재로 잠시 흔들리기는 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줄곧 1위 자리를 고수하며 승점 75(22승9무7패)로 2위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66)를 승점 9 차로 따돌렸다. 지난 시즌 승점 9 삭감 징계로 인해 우승을 놓친 분풀이를 하는 듯했다. 지난 2009년 처음으로 K리그 클래식 우승컵을 들어올린 전북은 2011년, 2014년, 2015년에 이어 5번째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과거 톱클래스 외국인선수들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면 이번엔 차곡차곡 끌어모은 탄탄한 국내파 스쿼드가 힘을 발휘했다. 이동국 외에 김신욱, 이승기, 이재성 등이 미드필드와 공격진을 이끌었고 김진수와 새내기 김민재가 수비라인을 든든하게 지켰다. 전북은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도 감독상(최강희 감독), MVP(이재성) 등 개인상을 싹쓸이하며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 한국 스포츠 외교의 거장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별세

한국 스포츠계의 거장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지난 10월 2일 오전 노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86세. 김 전 IOC 부위원장은 지난 1986년 IOC 위원에 선출된 뒤 대한체육회장, 대한올림픽위원장 위원장, IOC 집행위원과 부위원장 등을 지내면서 ‘1988 서울올림픽’과 ‘2002 한·일월드컵’ 등 국제대회 유치 등에 기여한 한국 스포츠의 거목이었다. 지난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 개회식 때는 당시 조선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북한의 장웅 IOC 위원과 공동합의를 이끌어내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을 성사시켰다. 능숙한 외국어와 폭넓은 대인관계를 통해 태권도의 세계화를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1971년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아 세계태권도연맹(WTF) 창설을 주도했고 태권도가 올림픽 시범종목을 거쳐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데 큰 구실을 했다. 그러나 지난 1999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IOC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고, 2003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투표과정에서 강원도 평창의 유치 ‘방해설’로 인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등 어두운 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 태극전사 새 요람, 진천 선수촌 개촌

체육계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진천선수촌이 2009년 2월 첫 삽을 뜬 지 9년 만인 지난 9월 말 완공됐다. 최첨단 시설로 각 종목 선수들에게 최고의 훈련 환경을 제공하는 한국 체육의 새 요람이 될 전망이다. 총 사업비 5130억원이 투입돼 159만 4870㎡의 부지에 세워진 진천선수촌은 태릉선수촌(31만696㎡) 규모의 5배나 된다. 35개 종목 11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매머드급 훈련시설을 완비했다. 전체 시설과 수용인원, 운영시스템 등을 태릉선수촌의 3배 수준으로 확장했다. 야구·소프트볼구장과 클레이 사격장, 정식규격의 럭비장, 벨로드롬, 실내 조정·카누 훈련장, 스쿼시장 등은 새롭게 건립했다. 특히 훈련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할 수 없었던 사이클·럭비·스쿼시 등의 시설도 신설해 선수들이 최고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선수들의 부상 회복과 치료에 필요한 최첨단 의료장비를 갖춘 메디컬센터, 경기력 향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스포츠과학센터도 갖춰져 선수촌 안에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위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