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해태-삼성전. 해태1회말 무사서 1번 정성훈(야구선수)이 좌월선제솔로홈런을 날리고 홈인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완전체’ 전력을 구축한 KIA가 추가 전력 보강을 노린다. LG에서 방출된 베테랑 정성훈(38)이다.

정성훈은 마지막 남은 해태 멤버다. 김응용 감독 시절인 1999년 신인 1차 지명으로 해태 유니폼을 입은 정성훈은 구단이 KIA로 바뀐 이후인 2002년까지 고향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2003년 현대를 시작으로 2009년 LG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다 지난시즌 후 방출됐다. 몸에 문제가 생겨 유니폼을 벗을 위기에 놓인 게 아니라는 점에서 현역생활 연장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정성훈은 16일 “만에 하나 나를 원하는 팀이 생길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꾸준히 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LG 박용택도 “언제든 세 자리 수 안타를 때려낼 수 있는 타자다. 단순히 나이 때문에 유니폼을 벗기에는 (정)성훈이가 가진 기량이 아깝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런 정성훈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드리웠다. ‘캡틴’ 김주찬과 재계약에 성공한 KIA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KIA 김기태 감독과 조계현 단장은 LG 감독 수석코치 시절 정성훈과 인연을 맺었다. 특히 조 단장이 정성훈을 아껴 그의 KIA 행이 제기됐다. 조 단장은 “기존 선수들과 연봉계약은 어느정도 마무리 됐다. (김)주찬이의 계약을 이끌어내고 나니 홀가분하다”며 “현장에서 요구가 있다면 (정)성훈이 영입 문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필요한 선수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프런트는 현장이 최상의 전력으로 무리 없이 야구하는데 최대한 도움을 줘야 하는 위치”라고 말했다. 김 감독에게 공을 떠넘기는 듯 한 모양새이지만 수 년간 동고동락한 ‘영혼의 파트너’ 답게 암묵적인 눈빛교환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도 “선수 구성 문제는 단장께 맡겼다”고 말했다.

정성훈
5회말 2사 만루 9번 정성훈(야구선수)이 좌중월 역전만루홈런을 치고 덕아웃을 보고 환호하고있다. (스포츠서울 DB)

김 감독이나 조 단장 모두 내놓고 “정성훈을 데려오겠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KIA 선수들 중 허탈감을 느낄 선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검증된 베테랑 한 명이 팀에 가세하면 누군가는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지난 3년간 부쩍 성장한 백업 자원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현실을 고려하면 정성훈의 가세가 큰 힘이 된다. 통산 2135경기에 출전해 2105안타 타율 0.293를 기록해 경험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클러치 능력도 좋지만 작전 수행 능력도 나쁘지 않다. 오른손 대타로 활용할 수도 있다. 김 감독도 “정성훈 정도의 경험이라면 타석에 세워만 놓아도 타율 0.270 정도는 쉽게 칠 수 있다”며 타격 재능을 칭찬했다. 독특한 타격폼이나 타격관 모두 KIA에 없는 유형이라는 점도 플러스 효과를 낼 수 있다. 무엇보다 고향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 할 기회를 얻으면 선수 본인의 각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정성훈은 이미 ‘백의종군’을 선언한 상태다.

KIA는 지난 2016년 삼성에서 방출된 ‘해태 멤버’ 임창용에게 고향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 할 기회를 열어줬다. 임창용도 끝끝내 재기에 성공해 타이거즈가 통산 11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밀알이 됐다.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더그아웃에서도 살아있는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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