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토트넘 손흥민. 사진은 지난해 5월 팀 동료들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을 때 모습. 이주상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SON, 원정 골을 늘려라.’

손흥민(26·토트넘)은 지난 시즌 아시아인 유럽 리그 한 시즌 최다골 신기록(21골)을 세웠을 때 홈과 원정 골 비율이 비슷했다. 홈에서 10골, 원정에서 11골을 집어넣었다. 그런데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실 ‘원정의 사나이’였다. 홈 10골엔 하부리그 팀과 겨룬 FA컵 경기가 다수 포함돼 있다. 당시 리그1(3부)에서 활동한 밀월과 홈경기에서 잉글랜드 진출 이후 처음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다. 즉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터뜨린 14골만 따지면 홈에서 4골, 원정에서 무려 10골을 넣었다. 손흥민이 2016년 9월 EPL에서만 4골을 넣어 생애 첫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을 때도 모두 원정에서 골 맛을 봤다. 지난해 4월 5골로 두 번째 같은 상을 받았을 때도 2골을 상대 경기장에서 만들어냈다. 강호 맨체스터 시티와의 원정에서도 골망을 흔드는 등 상대적으로 심리적인 부담이 큰 원정경기에서 곧잘 골을 뽑아냈던 것이 대기록을 달성하는데 커다란 밑천이 됐다.

그러나 올시즌엔 정반대 흐름이다. 시즌 절반을 갓 넘긴 가운데 벌써 11골(6도움)을 터뜨리며 지난 시즌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원정 경기에서는 단 2골에 불과하다. EPL에서는 왓포드 원정에서 기록한 1골 뿐이다. 나머지 9골은 새 경기장 건설로 임시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나왔다. 현지에서 ‘웸블리의 왕’, ‘웸블리의 지배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다.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에버턴과 EPL 23라운드에서는 홈 5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2004년 저메인 데포가 세운 리그 홈 최다 연속골과 타이 기록을 세웠다. 안방에서 토트넘 간판 골잡이 해리 케인도 해내지 못한 역사를 손흥민이 썼다.

애초 토트넘과 웸블리의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시선이 강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EPL과 FA컵, 리그컵은 이전 홈구장인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치렀고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등 국제 대항전은 웸블리를 홈으로 썼다. 화이트하트레인에서는 21승2무 무패를 기록했으나 웸블리에서는 1승1무3패로 유럽 무대에서 조기 탈락의 쓴 맛을 봤다. 올시즌 초반에도 홈 4경기에서 1승(2무1패)에 그치면서 또다시 웸블리의 저주가 거론됐다. 징크스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만들어낸 주인공이 바로 손흥민이다. 초반 도르트문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손흥민이 시원한 골로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사실 손흥민이 웸블리를 홈으로 사용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수많은 국내 전문가들은 대활약을 예측했다. 웸블리는 경기장 규격이 105m×68m로 기존 화이트하트레인(100m×67m)보다 크다. 빠른 발로 공간을 파고든 뒤 상대 문전에서 정확한 슛을 날리는 손흥민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예상대로 손흥민은 웸블리 적응을 거친 올시즌엔 특유의 장점을 살려 웸블리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이젠 원정 골을 늘릴 때다. 내심 지난 시즌보다 더 높은 골 수치를 기대하는 손흥민에겐 매우 중요한 후반기 과제다. 그는 22일 오전 1시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사우샘프턴과 24라운드 원정 경기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이 경기장에서 골 맛을 본 적이 있다. 2016년 12월29일 그해 마지막 경기에서 2-1로 앞선 후반 40분 쐐기포를 터뜨리며 팀의 4-1 대승을 견인했다. 기분 좋은 추억을 다시 살리면서 골 레이스에 속도를 붙일지 관심사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