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 중·저가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해 온 커피전문점들이 지난해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들은 저렴한 커피값을 내세워 대중성과 합리성을 모두 만족시켜왔지만 무리한 출혈 경쟁과 적은 마진 폭이 결국 수익 문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22일 업계에 따르면, MP그룹의 커피·머핀 전문점인 마노핀은 지난해 9월 커피 품목의 가격을 300원씩 올렸다. 이에 따라 아메리카노(레귤러사이즈 기준)는 기존 1500원에서 1800원, 카페라떼·카푸치노는 2500원에서 2800원, 카페모카는 3000원에서 350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지난해 4월부터 론칭 10주년을 기념해 최대 1000원가량 할인판매 하던 머핀 가격은 ‘생산 원가 상승’ 이유로 지난해 12월 27일부로 ‘원상 복귀’했다.
마노핀 관계자는 “가맹사업 운영에 있어 기존 커피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커피 이외 음료 가격은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마노핀은 ‘미스터피자’로 유명한 MP그룹이 지난 2008년 론칭한 커피·머핀 전문 카페다. 주로 역사 내에 있어 일명 ‘지하철역 커피’로 불리는 마노핀은 ‘990원 커피’를 선보이는 등 저가 커피 경쟁에 불을 지폈다.
|
|
중·저가 커피전문점의 대표 주자인 커피베이 역시 지난해 5월부터 약 2개월에 걸쳐 제품 가격을 순차적으로 인상했다. 커피베이는 총 60여개 메뉴 중 약 13개 메뉴에 대해 최대 300원씩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커피베이가 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 2009년 12월 브랜드 론칭 후 처음이다. 이번 가격 조정으로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는 기존 2500원에서 2800원으로, 밀크티는 3000원에서 3300원, 생과일주스는 4000원에서 430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커피베이 관계자는 “임대료 등 운영 비용 인상 부담으로 가맹점주들이 제품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청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다만 본사서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재료 값은 가격 변동 없이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과도한 저가 경쟁과 무리한 출혈 경쟁이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운 커피전문점들이 슬그머니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마노핀 을지로입구역점 앞에서 만난 직장인 이유라(여·30)씨는 “여전히 대형 커피전문점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저가 커피전문점을 찾는 가격 메리트(이점)가 없어진 것 같다”고 불평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 때문에 즐겨 찾던 직장인들이 이번 가격 인상으로 상당수가 발길을 되돌릴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커피전문점 수가 10만개를 육박하면서 저가 커피 대 대형 커피전문점 등으로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저가 커피전문점은 가격 경쟁력으로 차별화를 줘야 하는데 대형 커피전문점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굳이 저가커피점을 찾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저가 커피 업계의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중·저가 커피 시장은 마노핀, 커피베이와 함께 빽다방, 이디야커피 등이 경쟁하고 있다. 빽다방과 이디야커피의 아메리카노(HOT) 가격은 각각 1500원, 2800원이다. 빽다방·이디야커피 측은 “현재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올해 최저임금 인상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해 그간 경쟁사의 눈치를 보며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던 업체들이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중·저가 커피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편의점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은 1000~1200원의 자체 원두커피로 저가 원두커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편의점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편의점 시장도 커피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며 “1000원대 저렴한 가격에 커피 마실 공간도 갖춘 편의점으로 저가 커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같은 지적에 대해 마노핀 관계자는 “직접 로스팅한 프리미엄 원두커피를 제공하기 때문에 편의점 커피와 제조방식, 맛에서 차별화가 있다. 마니아층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어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일축했다.
sou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