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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짐승돌이라는 수식어로 활약하던 2PM의 멤버였는데, 이제는 어엿한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안착했다. 얼마전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이하 그사이)로 생애 첫 주연작을 끝마친 이준호는 드라마의 진한 여운을 즐기면서 연기자로서 새로운 장을 연 스스로를 뿌듯해했다.

그는 “‘그사이’를 본사람들이 진짜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말을 하는 댓글 반응을 봤다. 작품을 좋게 보시고 그런 말을 해주시는 거니까 힘이 났다. 또, ‘준호가 진짜 강두 같았다는 말도 좋았다”고 드라마팬들의 호응에 기뻐했다.

‘그사이’는 쇼핑몰 붕괴 사고 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여기서 이준호는 사고 후유증으로 육체적·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는 이강두 역을 맡았다. 극중 대사로도 몇번 말했듯 오늘만 살면 그뿐인, 내일은 없는 위태롭고 거친 청춘이었다. 그런 강두가 여주인공 하문수(원진아 분)를 만나고 사랑하게 되면서 ‘오늘이 내일이 되는, 별일 없는 지금’(문수의 내레이션)을 즐길 수 있는 모습으로 해피엔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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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캐릭터와 스토리에 첫 주연작이라는 부담감까지 더해져 스트레스가 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준호는 그 스트레스를 일부러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에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거라 생각했다. 그냥 나는 어떻게 강두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는 그는 “진짜 스트레스 받고 고통 받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배 고프게 1일1식하며 예민하게 지냈고, 1차원적으로 바람에도 날아갈듯 보이려고 살을 빼기도 했다. 부산에서 촬영하면서 원룸을 빌려서 생활하면서는 좁은 방에서 햇빛도 안들게 하고 청소도 안하고 지냈다. 혼자 하나씩 해보면서 혼자 남겨진 외로움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을 받아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몸이 반응했다. “머리가 많이 빠져 놀랐다. 콧속엔 흰코털이 날 정도였다. ‘뭐지’ 하며 알아보니 영양결핍이더라. 갑자기 할아버지가 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호평이 있었기에 그쯤은 아무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특히 원진아와의 멜로연기에 호응이 뜨거워진 점을 이야기하며 “하다보니 욕심이 나더라. 이 드라마는 멜로가 메인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진아랑 호흡하면서, 강두랑 문수가 사랑하는 이야기에 반응이 오니까 더 담고 싶다는 욕심이 나더라”고 했다.

멜로 연기는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일까 궁금해하자 “배우가 자기가 가진 경험들을 녹여내며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도 있으니까 제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온전히 강두로서 문수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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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와의 로맨스가 발전할수록 오글오글하면서도 달달한 대사와 장면들이 연출됐다. 이준호는 다시 생각해도 너무 어색했다고 어깨를 움쭐 하다가도 표정을 바꾸며 욕심을 내는 모습으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기도 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멜로의 대사들은 평상시에 잘 쓰지 않는 오글거리는 것도 있어서 그런걸 할 때 부끄럽고 쑥스럽고 그랬는데 막상 찍은 걸 TV로 보니까 좋더라. 오글거리는 대사가 있어야 사랑이 표현되는 것 같다. 드라마에서는 그런 대사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니까 그런 대사들에 욕심이 생겼다.”

그사이 이준호 원진아

그런 이준호는 “그냥 사랑 이야기를 드라마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도 좋고 절절한 멜로도 좋겠다. ‘그사이’ 전 작품들까진 애정신이 많지 않았다. 이번 사랑 이야기는 평범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다음에는 평범한 사랑, 아니면 부자의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다가도 “이러다가 갑자기 다른 작품을 고를 수도 있다. 지금 마음은 가볍고 위트 있는 걸 하고 싶은데 ‘그사이’보다 더 나락으로 떨어진 캐릭터를 맡을 수도 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더라”며 웃었다.

cho@sportsseoul.com

사진|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