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대령기자] 한국 영화 '골든슬럼버'와 '흥부'가 일찌감치 설 극장가 점령을 예고한 '블랙 팬서'의 아성을 깰 수 있을까.


지난해 추석의 승자는 '킹스맨: 골든 서클'이었다. '킹스맨: 골든 서클'은 당시 4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9월 개봉 외화 최고 흥행작 및 역대 추석 개봉 외화 최고 흥행 영화 두 개의 타이틀을 따냈다.


외화의 강세는 이번 설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세계 영화계를 주름잡고 있는 마블 스튜디오의 야심작 '블랙 팬서'가 연휴를 하루 앞둔 14일 개봉했다. 개봉 전부터 일찌감치 예매율에서 경쟁작들에 비해 큰 격차를 보이며 극장가 점령을 예고한 작품인 만큼 이번 연휴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블랙 팬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이후 와칸다의 왕위를 계승한 티찰라(채드윅 보스만 분)가 와칸다에만 존재하는 최강 희귀 금속 비브라늄과 왕좌를 노리는 숙적들의 음모가 전 세계적인 위협으로 번지자 전쟁에 나서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특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10년사를 집대성하는 기대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하기 전 마지막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영화로 이목을 끌고 있다. 개봉 전 진행된 북미 현지 시사회에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경쟁작들의 반격도 무시할 수 없다. '골든슬럼버'는 성실한 택배기사가 한순간에 유력 대선후보를 폭탄 테러로 암살한 테러범이 됐다는 흥미로운 주제를 앞세워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강동원에 한효주, 김성균, 김의성 등 배우 라인업 역시 관심을 끄는 요소다.


원작은 동명의 일본 장편 소설. 지난 2008년 제5회 일본 서점 대상과 제21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하는 등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라는 점은 기대감을 높인다. 지난 2010년 일본에서 한 차례 영화화한 바 있다.


'흥부'는 고(故) 김주혁의 유작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다. '흥부'의 촬영을 마친 후인 지난해 10월 불의의 사고로 숨을 거둔 김주혁은 후반 작업을 거쳐 약 4개월 만에 극장가를 찾아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천재 작가 흥부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든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주혁은 두 형제 중 동생인 덕망 높은 양반 조혁을 맡았다. 고인은 조혁의 형 조항리 역을 맡은 정진영과 찰떡 호흡을 보여줄 예정이다.


'블랙 팬서'의 우세는 틀림없지만, 입소문과 뒷심의 힘이 강해진 최근 영화계에 '절대'는 없다. 실제로 지난 추석에도 경쟁작 중 가장 약체로 여겨졌던 '범죄도시'가 연휴 기간 입소문을 통해 강력한 뒷심으로 '킹스맨: 골든 서클' '남한산성' 등을 꺾고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번 설연휴에 제2의 '범죄도시'가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daeryeong@sportsseoul.com


사진ㅣ영화 '블랙 팬서' '골든 슬럼버' '흥부'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