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전에서 역대급 명승부로, 전북 첫 경기는 반전이었다
  • 입력 2018-02-14 06:21
  • 수정 2018-02-14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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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전주=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축구는 후반 45분만 한 것 같다.” 최강희 전북 감독의 경기평이었다.

전북은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시와레이솔과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E조 1차전 경기에서 3-2로 이겼다. 전반 두 골을 허용해 끌려갔지만 후반에만 세 골을 몰아넣으며 역전승을 거뒀다. 가시와전 통산 첫 승을 기록하며 징크스 탈출에 성공했다.

전후반전 경기력 차이가 컸다. 전반전은 졸전이었다. 가시와가 준비한 전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가시와는 수비적인 4-4-2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일단 라인을 내리고 수비에 집중하다 역습을 노리는 작전이었다. 가시와는 전북 선수들에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김신욱은 압도적인 피지컬로 수차례 공중볼을 따냈지만 세컨드볼 경합에서 전북이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촘촘하게 수비 라인을 구성했기 때문에 이재성이 공을 잡을 기회도 많지 않았다. 전북 특유의 파괴력 있는 공격이 나오지 않았다. 공격이 길을 찾지 못하는 사이 수비도 크게 흔들렸다. 가시와는 좌우 빈 공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풀백들이 적극적으로 전진하는 점을 역이용했다. 전반에 나온 두 골 모두 오른쪽 수비수인 최철순이 공격에 가담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나왔다. 공수에 걸쳐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번에도 가시와 징크스에 당하는 분위기였다.

전반전 종료 후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VIP 라운지에 모인 관중들의 표정이 오묘했다. 기대감을 안고 시즌 첫 경기에 함께한 팬들 입장에선 황당한 45분이었을 것이다. 전북답지 않은 졸전을 목격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구단 관계자, 취재진도 같은 생각이었다. 화려한 스쿼드로 무장한 전북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던 이들은 하나 같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위기의 순간에 최강희 감독은 과감하게 교체 카드를 꺼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동국과 이용을 투입했다. 대신 신형민과 최철순이 빠졌다. 전술도 달라졌다. 4-1-4-1에서 김신욱 이동국이 투톱을 이뤘다. 가시와와 달리 공격적인 4-4-2 포메이션이었다. 공격 성향이 강한 이재성 손준호가 미드필드 중앙에 섰다. 최강희 감독의 빠른 대처가 반전을 만들었다. 가시와 수비진은 전반전과 달리 무기력했다. 김신욱 이동국이 함께 페널티박스 안에 대기하자 크게 흔들렸다. 전반전 내내 고립됐던 이재성은 후방으로 내려가면서 자유를 얻었다. 전반 내내 무기력했던 전북이 살아났다. 결국 내리 세 골을 터뜨리며 역전에 성공했다. 하프타임 15분의 마법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오늘은 축구를 후반에만 45분 한 것 같다”는 말로 전반전에 대한 불만과 후반전 호평을 동시에 남겼다.

전반전에 노출한 약점은 복기해야 하지만, 경기 흐름을 바꾼 최강희 감독의 용병술, 유연함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국내 감독들은 대체적으로 보수적이다. 경기 도중 전술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교체 카드를 주저하는 경우도 많다. 가시와를 상대하는 최강희 감독은 전반전의 실패를 인정하고 상황에 가장 적절하게 대응했다. 이동국의 노익장과 더불어 최강희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빛난 경기였다. 시모타이라 타카히로 가시와 감독은 “이동국 투입 후 수비진이 어려워했다”며 교체카드에 당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저녁 영하의 기온 속에서도 전주성엔 8704명의 관중이 자리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포기하고 온 사람들도 많았다. 헛된 발걸음이 아니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전북의 ‘역대급’ 경기를 직관하는 행운을 누렸다. 천적 가시와를 잡았고, 이동국이 펄펄 나는 모습도 눈 앞에서 목격했다. 경기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흔치 않은 반전도 경험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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