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피겨 페어 감강찬-김규은,  42.93점로 쇼트 연기 마쳐
감강찬-김규은이 14일 강릉시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연기를 펼치고 있다. 강릉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인전 첫 종목인 피겨 페어가 끝났다. 수많은 경기를 봐 왔지만 역시 올림픽의 감동은 남달라 눈물이 났다. 호흡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진면목을 보았다.

우선 쇼트프로그램에서 예브게니아 타라소바-블라디미르 모로조프(러시아) 조의 기술 점수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도록 완벽했다. 거의 모든 요소가 +2~+3점으로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도록 완벽했다. 1위를 차지한 수이웬징-한콩(중국) 조의 퍼포먼스와 음악적 해석은 현재 점수 체계로는 10점 만점에 가깝게 완벽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선 금메달을 딴 독일의 알리오나 사브첸코-브루노 마소 조의 환상적인 프로그램 수행력이 돋보였다. 첫 번째 요소인 3회전 트위스트 리프트를 수행할 때 여자 선수의 공중 높이는 다른 선수들과 수준이 달랐다. 심판 전원이 최고 점수인 +3을 줬다. 스로우 점프의 공중 비거리도 관중들 탄성이 쏟아져 나올 만큼 길어 역시 최고점을 받았다.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얻은 자신감이 바탕이 돼 예술점수(PCS)의 퍼포먼스와 음악적 해석은 9명의 심판 중 4명이 10점 만점을, 3명이 9.75점을 주는 등 거의 만점에 가까울 정도였다. 모든 사람들이 기립 박수를 쳤다.

올림픽에선 쇼트프로그램 16위까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하게 된다. 쇼트프로그램은 PCS 벡터가 0.8이지만 프리스케이팅은 1.6이다. 프리스케이팅에서의 성공 여부가 순위를 바꿀 수 있고, 이번 경기 결과에서도 매우 흥미로웠다. 세계선수권대회나 그랑프리에서 봤던 선수들이 아니었다. 아마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선수들의 잠재적 실력을 한층 더 향상시킨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위권 팀들은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아주 디테일하게 구성,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프트를 하기 전 어려운 스텝을 이용하여 트렌지션을 한다거나, 데스 스파이럴의 회전수 증가 및 선수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임팩트 있는 음악을 선정해서 음악과 수행요소의 조화로운 타이밍으로 진심이 느껴지는 연기를 했다. 이런 연기가 관중을 감동시켰다.

페어는 두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스케이팅을 하는 것이다. 또 독립적 싱글 스케이팅에 서로의 조화를 추가해 움직임 연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절한 파트너를 선정했는지도 성공적인 수행에 중요한 관건이다. 페어 강국이었던 중국, 러시아 및 미국은 물론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및 프랑스 선수들은 본인의 체력 관리를 아주 잘 한 것 같았다. 위험한 리프트 및 스로우 점프에서의 파워와 근지구력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얼음 위에서 리프트나 데스 스파이럴을 수행할 때 남자 선수의 체중 부하는 지상 훈련때보다 2배 이상 올라갈 것이다. 이 때 남자 선수 뿐만 아니라 코어 및 근력이 뛰어난 여자 선수라면 훨씬 더 안정된 기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웨이트 트레이닝 등 고강도 저항성 운동은 남자 선수뿐만 아니라 여자 선수도 반드시 실시하여 두 파트너간의 신뢰감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페어 커플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서 인정하는 국제 대회 참가를 통하여 최소기술 점수를 동계올림픽 참가 해당 시즌 또는 직전 시즌에 획득, 상위 랭킹 20위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우리나라 김규은-감강찬 조는 동계올림픽 개최국이 최소 기술 점수를 획득한 선수에 한하여 추가로 1팀을 출전시킬 수 있는 조항에 의해 21번째로 배정됐다. 그래서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번째로 출전했다. 긴장감 속에서 많은 실수를 했지만 오히려 좋은 경험이었다. 두 사람이 스스로의 미흡한 점을 개선, 서로에 대한 배려와 협력으로 자신감 있게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면 내년에는 틀림없이 놀라운 발전을 가져 올 것이다. 아직 나이가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기술적 요소 및 체력 향상에 중점을 둬야하므로 체계적인 중·장기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13위를 차지한 북한의 렴대옥-김주식 조는 기대 이상의 실력을 선보였다. 평창 올림픽에서 일치된 동작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요소에서도 실수 하나 없이 완벽하게 수행했다. 퍼포먼스와 음악 해석에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였다. 몇 년전 독일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만나 변경된 경기 규정을 가르쳐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난해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놀라운 ‘일치된 동작(union)’, , 지난달 대만 4대륙선수권에서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줘서 “우리는 계속해서 하나하나 발전하고 있습니다”란 코치의 말대로 짧은 시간에 너무나 빠른 발전을 보여줬다.

렴대옥-김주식 조는 공식 연습시간에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훈련을 했다. 힘든 내색 않고 항상 밝은 표정을 보여주며 겸손한 태도를 보여 주위 사람들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었다. 특히 페어는 두 사람의 동작이 일치하면(unison)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항상 같은 동작을 연기할 필요는 없지만 프로그램 구성과 스케이팅 실행을 조화롭게 하며 일치한다는 인상을 주어야만 한다.

페어 결과, 상위 1그룹에 속한 선수들은 GOE(수행점수)를 거의 +2에서 +3을 받았다. PCS는 9.0에서 만점인 10.0까지 받았다. ISU에선 새로운 2018~2019 시즌부터 변별력을 기르기 위해 GOE를 -5부터 +5까지 11단계로 평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은 높은 난이도 요소, 비거리가 길고 높은 점프, 완벽하고 어려운 스핀, 깊은 에지와 풍부한 표현의 스텝 등을 수행하려고 노력 할 것이다. 선수들의 기량이 매년 놀라울 정도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재분석을 통하여 미흡한 점을 전략적으로 보완하여 새로운 시즌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선수들의 부상방지에도 철저하게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계명대 교수·국제빙상경기연맹 국제심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