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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냇동생의 유해를 가슴에 품고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존 릴리스. 캡처 | NBC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못다한 동생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미국 에어리얼 스키 국가대표로 평창을 밟은 존 릴리스(23)는 지난해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프리 스타일 스키·스노 보드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알아주는 강자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가장 높은 곳에 도전한 존에겐 가슴 찡한 사연이 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막냇동생 마이키에 관한 이야기다.

존은 3형제 중 장남이다. 우애가 돈독한 3형제는 모두 스키 선수로 활동했고 그들이 사는 뉴욕 로체스터에서도 유명했다. 존과 둘째 크리스, 막내 마이키는 그들의 성인 릴리스를 따서 ‘팀 릴리스’라는 팀을 만들어 활동했다. 3형제는 함께 올림픽 티켓을 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존이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평창행 티켓을 딴 반면 두 동생은 아쉽게 올림픽 출전의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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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크리스, 마이키 3형제의 모습. 오른쪽이 지난해 세상을 떠난 마이키. 캡처 | 팀 릴리스 페이스북

비극은 지난해 10월 발생했다. 막내 마이키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이다. 마이키는 숨을 거두기 전날 가족과 함께 집에서 야구를 본 뒤 잠자리에 들었지만 다음날 아침 깨어나지 못했다. 아직 명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아 가족들은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남은 두 형제는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마이키를 추모할 방법을 찾았다. 이후 형제의 사연을 들은 한 유리세공사가 연락을 취해왔고 마이키의 유해를 유리 안에 보관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존은 제안을 수락했고 그렇게 마이키의 유해를 담은 유리 팬던트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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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키의 유해가 담긴 팬던트. 캡처 | 팀 릴리스 페이스북

존은 마이키의 유해가 담긴 팬던트를 목에 걸고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함께 경쟁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꿈이었다. 목걸이는 못다한 마이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 마이키는 항상 그곳에 있을 것”이라며 동생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아버지 버니 릴리스도 “세 아들은 늘 붙어다닐 정도로 가까웠고 서로를 닮고 싶어했다. 마이키는 형에게 고마워하고 있을 것이다. 아내와 나는 개막식에 직접 참석할 수는 없지만 집에서 지켜보며 우리 만의 방식으로 애도하겠다”고 말했다.

동생을 품에 안고 태평양을 건너온 존의 의지는 지난 17일 시작된 예선에서부터 놀라운 경기력으로 발현됐다. 127.44점을 얻어 전체 선수 중 1위로 당당히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18일 열린 결승까지 경기력이 이어지진 않았다. 결승 1차에서 121.68점으로 2차에 진출했지만 2차에서 95.47점으로 부진하며 8위를 기록해 최종 3차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비록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아쉬움이 남았지만 동생을 위한 존의 연기는 평창을 뜨겁게 달궜다.

superpower@sportsseoul.com